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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형법 347조가 쫓지못하는 가상시장은 노다지인가, 이생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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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형법 347조가 쫓지못하는 가상시장은 노다지인가, 이생망인가

    인간은 자유의지를 가진 존재일까, 아니면 머릿속에 프로그램 된 어떤 모드에 의해서 움직이는 것일까. 최신의 뇌신경학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불행하게도 자유의지를 가진 존재로 볼 수 없다는 과학적 연구결과들이 자꾸 도출되고 있다. 인간이 자유의지를 갖고 있다는 착각 속에 살고 있다는 얘기다.
     
    한마디로 우리의 뇌가 너무 바쁘다는 것이다. 바빠도 너무 바빠서 눈·코·입·귀 등 오감을 통해 들어오는 정보를 낱낱이 숙지하고 분석하며 벽돌을 쌓듯 차곡차곡 한장한장 간직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다만 뇌는 쏟아져 들어오는 정보를 뭉뚱그려 줄인 다음 패턴화 시켜 기억으로 저장하고 그것은 곧 습관으로 굳어지며 그 습관이 개개인의 신념이 된다고 한다.
     

    오늘 하루를 살아가는 인간은 무수하게 쏟아지는 많은 정보와 마주해야 한다. 지구상에서 가장 역동적인 나라에 사는 한국인이라면 더욱 그렇다. 차라리 신문 안보고 텔레비전 보지 않고 살면 나으련만, 사회적 동물인 대다수의 당신은 피할 도리가 없다. 사모펀드, 주가조작 세계 정도는 이미
    달통
    하였고, 화천대유가 무엇이며, 검사 기소권, 수사권 분리는 또 무엇이며, 약탈학술지와 아프리카 케냐 나이로비 어간에 살고 있을 고스트라이터(ghost writer,대필작가)에다, 테라, 루나인지 루나, 테라가 맞는건지 모를 가상금전 세계까지, 한국인의 학습은 정말 끝이 없는 삶이다.
     
    아무리 완벽한 뇌라 해도 이 모든 것을 객관적으로 정보처리 한다는 건 어려울 것이다. 뇌 과학자들은 뇌가 아주 이기적이라고 말한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싶어한다는 경향성을 갖게 되는 이유다.
     
    전 세계 가상화폐 시장에서 10위 안에 든다는 k-코인, 루나(Luna)와 테라USD(UST)가 갑자기 증발해버렸다는 소식이 지난 주 알려졌다, 주말 쯤에는 SNS에 거의 7시간 분량이나 되는 루나 투자자의 실시간 영상이 올라왔다. 실제인지, 가상인지 알 길이 없지만 이 영상은 시가총액이 50조원에 이른다는 한 가상화폐의 돌연한 증발이 어떤 충격을 가져다주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유튜브 캡처 유튜브 캡처 
    "방금 전에 3천만원 투입했습니다. 승부 한 번 걸었습니다. 3억까지 가려구요. 인생승부..짐승의 심장으로 사봤습니다. 망하면 망하는 것이고…" 이 코인은 실물담보 없이 계약관계도 없이 구두약속만 믿고 투자하는 금융상품이다. 권리를 사고 파는 것이어서 신뢰가 중요하지만, 기가 찰 정도로 균형자 역할을 한다는 '알고리즘'이라는 것이 무너졌고 테라·루나 가상화폐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3년의 생을 마쳤다. 그리고 휴지조각이 되었다.
     
    더없이 허무한 것은 코인 이름 앞자리에 '안전한'이라는 뜻의 스테이블(Stable)이라는 형용사가 붙어 있다는 것이다. 이름부터 '스테이블(stable) 코인'이라고 불린다. '스테이블'이라는 말을 덧붙여 놓고 엄청난 안정성을 가진 것처럼 윤기나는 포장을 했지만, 그것은 투자를 유혹하기 위한 미사여구에 불과할 것이다. 코인시장이라 잘 모르겠지만 실물시장에서 법정화폐(legal currency)라는 용어는 있어도 '스테이블 커런시(stable currucy)'라는 건 없다.
     
    테라, 루나 코인의 몰락을 놓고 '사기냐 아니냐'는 논란이 거세다. 시가총액 2위 가상화폐 이더리움 개발자는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이라는 말 자체가 허위 선전이고, 20% 이자 제공도 헛소리"라며 "20% 이율 보장 같은 바보 같은 얘기를 들었던 테라 소액 투자자들에게 위로와 구제 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고 한다.
     
    절벽처럼 떨어진 루나. 연합뉴스절벽처럼 떨어진 루나. 연합뉴스
    테라코인 몰락에서 경영자에게 '사기죄'를 의율할 방법은 현실적으로 없다. 기망할 '고의성'을 입증해야 하는데, 시장에 참여한 투자자들은 테라.루나 코인시스템이 무너질 수도 있지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공유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이 경우 공유하던 생각이 무너진 것인데 이는 결국 공동패망이어서 사기죄로 처벌하기 어려운 것이 실질인 것이다. 가상화폐 시장에서 성공과 실패는 오롯이 투자자의 몫이다. 어쨌든 그 시장은 목숨 걸고 투자하여 일확천금을 얻든, 풍비박산 나서 쪽박을 차든 각자도생의 세계로 인식된다.
     
    의문은 남는다. 아무런 법규나 규제가 없는 세상이다. 금융당국도 떠안기를 불편해 하는 시장이 당신 앞에 존재한다. 가상화폐 세계는 영원히 그런 시장으로 남을 것인가. 도대체 21세기 가상시장에서 '사기'란 무엇인가. 형법 347조(사기)가 쫓지 못하는 가상현실 세상은 노다지란 말인가, 이생망 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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