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이미지 제공법원이 수면장애를 호소하는 환자에게 프로포폴 등을 투여해 숨지게 하고, 사체까지 유기해 의사면허가 취소된 의사에게 면허를 재발급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보건복지부가 구체적으로 왜 면허 재교부 신청을 거부했는지 이유를 밝히지 않아 절차를 위반했고, 또 해당 의사가 10년 간 반성해 '개전의 정'이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약물로 환자 숨지게 하고 사체 유기까지
30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5부(김순열 부장판사)는 A씨가 "의사 면허 재교부 거부 처분을 취소하라"며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청구를 받아들였다.
서울 강남구의 한 산부인과에서 근무하던 A씨는 지난 2012년 7월 30일 밤, 동료들과 술을 마신 뒤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 B씨가 수면장애, 두통, 어지럼증 등을 호소하자 병원으로 불러 프로포폴, 미다졸람 등을 투여했다. 수술용 전신 마취제인 베카론과 나로핀, 리카도인도 투약했다.
그러던 중 B씨는 7월 31일 새벽 2시쯤, 호흡 정지를 일으키며 사망했다. B씨가 숨지자 A씨는 자신의 아내와 상의한 뒤 서울 서초구의 한 공원에 B씨 사체를 유기했다.
이후 붙잡힌 A씨는 마약류관리법 위반죄, 업무상 과실치사죄, 사체유기죄 등으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고, 보건복지부는 2014년 8월 1일, A씨의 의사면허를 취소했다.
면허 재발급 안되자 소송 낸 의사…법원은 의사 손 들어줬다
스마트이미지 제공의사면허가 취소된 A씨는 약 3년이 흐른 지난 2017년 8월 1일, 의사 면허를 재교부해달라고 보건복지부에 신청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2020년 2월 26일 위원회를 열고 참석위원 6명 중 5명의 반대로 A씨의 신청을 거부했다.
이에 A씨는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행정소송에 들어갔다. A씨는 보건복지부가 거부 처분을 내리면서 그 근거와 이유를 제시하지 않았고, 이는 '이유 제시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자신은 징역 1년 6개월의 형을 마친 만큼 더 이상 결격사유와 면허 취소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도 주장했다. 또 의료법 제 65조 2항에 따라 의사면허 재교부 제한 기간이 지났다는 것이 A씨의 주장이었다.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보건복지부) 심의 결과 구체적으로 어떤 사유 때문에 재교부가 승인되지 않은 것인지, 어느 부분이 흠결로 판단된 것인지 전혀 특정되지 않았다"라며 "이 사건 처분은 이유 제시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라고 봤다.
이어 재판부는 "A씨는 B씨 유족들에게 2억 5천만 원을 공탁하고, 민사소송에서도 추가 손해배상금 3천만 원을 지급했다"라며 "징역 1년 6개월의 수형 생활도 마치고, 가정이 파탄돼 이혼도 했다. 의료기기 판매업,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 요양병원 행정업무 등 많은 직업을 전전하며 후회와 참회의 시간을 보낸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A씨는 깊이 반성하면서 출소 이후 수년간 매주 비영리 민간단체에서 무료급식 자원봉사활동을 해왔다"라며 "여러 제반 사정을 종합해 볼 때 A씨는 개전의 정이 뚜렷하다고 인정된다"라고 덧붙였다. 의료법 제65조 2항(보건복지부 장관은 면허가 취소된 자라도 취소 원인이 된 사유가 없어지거나 개전의 정이 뚜렷하다고 인정되면 면허를 재교부할 수 있다)을 재판부가 인정한 것이다.
끝으로 "보건복지부는 의료법 위반 등의 사유 없이 의료인 과실로 환자가 사망한 경우엔 면허취소 사유로 삼지 않는데, A씨의 면허취소 사유도 '마약류 관리법 위반죄'였다"라며 "그럼에도 보건복지부는 피해자가 사망했다는 점을 들어 A씨의 재교부 신청을 불승인했다고 답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