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아 공원. SCMP 캡처
톈안먼 민주화시위 33주년이던 지난 4일 홍콩에서 추모시위나 집회는 열리지 못했다.
중국 본토에서는 톈안먼이 완전히 금기시됐지만 홍콩에서는 1990년부터 매년 빅토리아 공원에서 추모 촛불이 타올랐다.
그러다가 보안법 도입 이후 첫해인 지난해 6·4때 경찰의 원천 금지로 집회가 열리지 못한 데 이어 올해는 시위 목적으로 빅토리아공원에 접근하는 자체도 어려웠다.
홍콩 당국은 톈안먼 민주화 시위 기념일 하루 전인 3일 밤 11시부터 5일 오전 0시 30분까지 빅토리아 파크를 봉쇄했다.
빅토리아 파크 주변을 비롯한 도심 곳곳에 대거 배치된 경찰관들의 통제로 이날 밤에도 톈안먼 민주화 시위를 공개적으로 기억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2019년 6월 4일 시위대로 꽉찬 빅토리아파크. 연합뉴스민주화 시위 기념일 하루 전날인 3일 밤 홍콩 번화가 코즈웨이베이 거리에서 한 행위 예술가가 감자를 깎아 초 모양으로 만들고 라이터로 '감자 초'에 불을 붙이는 시늉을 하는 순간 체포돼 경찰차에 실려 어디론가 떠났다.
앞으로 홍콩에서도 중국과 마찬가지로 톈안먼 민주화 운동 기념행사를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중국 주요 포털사이트와 소셜미디어에서도 톈안먼 민주화 시위는 사라졌고 이를 관련시키는 용어는 금기어가 됐다.
최대 포털 사이트 바이두의 '오늘의 역사' 항목에는 1989년 6월 4일 일어난 일로 '이란 호메이니의 최고지도자 피선'이 소개돼 있고 검색창에 '6·4'를 입력하면 작년 6월 4일 부르키나파소에서 발생한 학살 사건 등이 검색된다.
한국의 카카오톡과 같은 위챗에서는 '89위안', '64위안'을 송금하려고 하면 "나중에 다시 시도하라"는 안내문이 뜬다.
연합뉴스
톈안먼 사건은 1989년 4월에서 6월 사이에 벌어진 민주화 시위로 인민해방군에 의해 유혈진압된 6월 4일을 기념일로 삼고 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4일 희생자들을 추도하는 촛불 사진과 함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홍콩에서 올해는 처음으로 기념 집회 신청이 전혀 없었고, 홍콩의 여러 대학에서는 6·4 정신을 상징하는 조각상이 영문도 모른 채 철거되고 있다"며 "홍콩에서 6·4에 관한 집단 기억이 조직적으로 지워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비록 많은 이들이 더 이상 직접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됐지만, 우리와 세계 곳곳의 많은 이들이 그들을 대신해 민주주의와 개인의 권리를 증진하기 위한 평화적 노력을 이어나갈 것"이라며 "우리는 6월 4일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