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이석화 (대구지방변호사회장)
지난주 대구의 한 변호사 사무실 빌딩에서 방화 사건이 발생했죠. 총 7명이 숨지고 50여 명이 부상을 당하는 참사였는데요. 어제 오열 속에 희생자들 발인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장례는 끝이 났지만 이 사건은 우리에게 풀어야 할 숙제를 많이 남겼습니다. 법정에서 패소한 사람이 상대 측 변호사를 찾아가서 테러를 한 거예요. 그 누구라도 법정에서 변호를 받을 권리는 보장하는 게 사법시스템의 기본인데 그 근간을 흔들어버리면 이제 흉악한 사람 상대로 법정 다툼해야 할 때 그 소송을 도대체 어떤 변호사가 맡아주겠습니까? 모두 사적인 보복 당할까 봐 덜덜 떠는 상황이 된다면 그럼 사법 시스템은 무너지는 겁니다. 법조계의 얘기 좀 들어보죠. 이번 사건 희생자들의 장례위원장을 맡은 분이세요. 대구지방변호사회에 이석화 회장 연결이 돼 있습니다. 이석화 회장님 나와 계십니까?
◆ 이석화> 네,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어제 막 발인 마치고 힘든 상황에서 이렇게 인터뷰 응해주셔서 우선 감사드립니다. 이 변호사님 사무실도 그 빌딩에 있었다면서요.
◆ 이석화> 네, 그렇습니다. 저희 사무실은 2층에서 사고가 났고 제 사무실 바로 위에 위치한 4층이었습니다.
◇ 김현정> 4층에서 그럼 그 사고 당시, 방화 났던 당시에 근무하고 계셨어요?
◆ 이석화> 예, 그렇습니다. 서면 작업 중이었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그 순간을 잘 알고 계시겠네요.
◆ 이석화> 서면 작업 중인데 갑자기 고함 소리가 났었습니다. 보통 변호사 사무실 가끔씩 고함 소리가 날 때가 있어서 어느 사무실인가 확인해 보려고 하던 차에 바깥에 있던 직원들이 변호사님, 불이 났다고 빨리 피해야 한다고 문을 열고 들어왔습니다.
◇ 김현정> 처음에는 그럼 어디서 싸움 났나 보다 하고 어느 사무실인가 이러고 있는데 보니까 연기가 이미 올라오고 있던가요?
◆ 이석화> 네, 그래서 직원이 긴급히 대피해야 한다고 해서 바깥으로 나가서 복도 문 쪽으로 갔더니 3층에 우리 동료 변호사와 직원들이 위층으로 복도를 통해서 대피하다가 연기가 너무 심하니까, 매연이 너무 심하니까 우리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왔습니다. 이미 그때는 보니까 복도에 너무 심하게 연기가 차있었고. 문 여는 순간에 한 모금 이렇게 연기를 마셨는데 가슴이 답답해지는 게 바깥으로 나가서는 큰일 나겠다 싶어서 3층에서 올라온 동료 변호사와 우리 사무실 직원들 전부 제 방으로 불러드리고 사무실 문을 닫고 우리 제 방문도 닫고 틈새를 막고 대기하고 그다음에 물티슈를 코에 대고 방역 마스크 두 개씩 나눠줘서 끼고 그렇게 대피하고 119에 신고하고 그렇게 했습니다.
◇ 김현정> 그렇게 해서 구조가 되신 거군요. 방화 용의자 천 씨. 이 천 씨는 소송 결과에 불만이 있어서 이런 짓을 저지른 게 아니냐, 지금 이렇게 보고 있는데 그런데 몇 가지 의문점이 남아요. 뭐냐 하면 그 사고가 난 다음 주에, 이번 주군요. 이번 주에 항소심이 있었다면서요. 항소심까지 기다려 봐도 될 텐데 왜 항소심을 앞두고 그런 짓을 했을까요.
◆ 이석화> 그런 일도 있었는데 이 분이 수년 동안 여러 가지 사건을 진행해 왔습니다. 투자자였는데 시행사 상대로 투자를 하는 거니까요. 시행사 상대로 하는 소송을 최초에 승소했었고 그 소송할 때 당시에 시행사 대표 상대로도 소송을 했을 겁니다. 그런데 그 대표를 상대로는 소송에 졌었고.
◇ 김현정> 시행사를 상대로 한, 이분이 투자했잖아요. 재개발 사업 투자한 건데 몇 억을 투자, 6억 넘게 투자를 했는데 시행사를 상대로는 승소를 했는데 그 시행사 대표를 상대로는 패소를 했다.
◆ 이석화> 예, 그렇게 될 수밖에 없겠죠.
◇ 김현정> 그러니까 총 4건의, 그것과 관련해서 총 4건의 소송을 진행 중이었던 게 맞습니까?
◆ 이석화> 아마 그런 것 같습니다. 그 뒤에 이 시행 사업이라는 게 분양이 제대로 안 되면 투자금 회수가 어려운 게 현실이고. 시행사 입장에서는 따져보면 투자금을 받아서 사업을 시행한 것은 맞는데 그게 분양이 되지 않으니까 투자금을 이렇게 돌려줄 방법이 없었겠죠.
◇ 김현정> 총 네 건 진행 중이었는데 민사도 있고 형사도 있고. 그런데 바로 하루 전날, 이 사건이 나기 하루 전날 한 건 패소했다는 게 맞습니까?
◆ 이석화> 그렇게 들었습니다. 아마 그 건은 신탁사 상대로 소송을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그리고 사건이 일어나기 한 시간 전에도 한 건에 대해 패소했다. 이것도 맞습니까?
◆ 이석화> 그건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그 전날 패소는 잘 모르겠고 사건 당일 날 선고가 있었던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사건 당일날. 그러니까 여러분 이 방화 사건이 일어나기 한 시간 전에도 뭔가 한 건을 또 패소를 했대요. 이 사람이 지금 여러 건에 걸려 있었던 겁니다. 그 투자 건 관련해서. 그래요, 또 하나 궁금증은 아니 판결에 불만이 있어서 앙심을 품더라도 원인을 제공한 그 상대 당사자한테 찾아갔을 법한데 왜 법률대리인인 변호사를 찾아온 걸까요?
◆ 이석화> 이 문제는 사실 가해자 개인으로 보면 정신적인 문제라고 하겠지만 어떤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하고 넘어갈 것은 결코 그렇게 넘어갈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에 우리 사회가 사법에 대한 불신과 판결에 대한 불신 풍조가 팽배해 있었고 그 원인은 결국 모든 게 전문 직종에 대한 권위를 부정해온 우리 사회의 폐해라고 봐야 되겠죠.
◇ 김현정> 전문가 집단에 대한 불신.
◆ 이석화> 사회 전체적으로 전문가에 대한 폄하를 하고 권위를 부정해 오고 한 그렇게 한 결과라고 봐야 되겠죠.
◇ 김현정> 그래서 이런 위협들을 변호사들이 자주 느끼십니까? 이게 지금 저는 이런 사건을 거의 기억에는 처음 본 것 같은데 예전에 석궁 테러, 이거는 판사한테 벌어졌던 일이고 변호사들 이런 일을 많이 당하세요?
◆ 이석화> 그렇죠. 많이 당합니다. 많이 당하고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그 사이에. 2012년에도 있었고 매년 아마 뉴스에 나오는 건들만 해도 1년에 한 건 정도 심심치 않게 났었고 우리가 일상에서 주변에 우리 변호사들이 늘 어떤 재판 마치고 나오면서 욕설을 듣는다든지 협박을 당한다든지 하는 일들은 뉴스에 보도는 되지 않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늘 듣고 있는 얘기들이고요.
◇ 김현정> 그거는 욕설 정도는 그냥 다반사고. 뉴스에 나온 거 외에도 어떤 일들이 좀 그 업계에서는 이런 일도 있었어, 저런 일도 있었어, 어떤 거 기억나세요?
◆ 이석화> 예전에 또 모 변호사가 칼로 이렇게 상해를 당한 적도 있었고 또 면도날로 목이 이렇게 당한 적도 있었고 여러 가지 하여튼 많았습니다. 많은데 일일이 제가 언급하기는 좀 힘들지만 그런 정도의 신체 상해를 당하는 경우는 거의 2012년부터 2015년, 2016년까지 거의 1년에 1건 정도는 있었다고 보면 됩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아니, 이게 사실은 쉽게 내성이 생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에요. 이런 일 한 번 겪고 나면 사실 정신적인 충격이, 굉장히 몸도 몸이지만 정신적인 충격도 굉장히 클 것 같습니다.
◆ 이석화> 그렇습니다. 이런 사건에 대해서 내성이라고 이렇게 표현하시니까 굉장히 좀 적절치는 않은 것 같고요. 이 사건은 명백한 사법 테러이고 반문명적 행태인 거죠. 반문명에 대해서 내성이 생긴다고 해버리면 우리가 원시 사회로 돌아가는 것이잖아요.
◇ 김현정> 이 사건은 물론 당연히 테러고요. 욕설을 듣는 일 정도라도, 정도라도 그게 내성이 생길 정도의 문제가 아니지 않느냐, 굉장히 힘드시지 않느냐 그 부분에 대한 말씀이었습니다.
◆ 이석화> 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습니다. 그래서 이게 내성이 생길 수 있는 그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늘 우리가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변호사들이 늘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이 업계를 빨리 떠나야 되겠다. 빨리 일을 은퇴를 해야 되겠다. 모든 변호사들이 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죠. 그런 게 그만큼 많이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죠.
◇ 김현정> 아이고, 이거 못 해먹겠다, 두렵다, 이런 이야기들. 이번에 장례 치르면서도 그 식장에서 많이들 모여서 그런 말씀 하셨어요?
◆ 이석화> 그렇습니다. 우리 지금 유족하고도 동료 변호사 충격이나 트라우마가 굉장히 심각합니다. 심각하고 용의자의 변호사도 지금 엄청난 정신 충격에 트라우마가 심하고 지금 말수가 줄어들고 얼굴 표정이 없어지고. 천 씨의 상대방 대리했던 변호사님도 본인 때문에 마치 생긴 것 같은, 아무 잘못도 없는데 본인 때문에 생겼다는 죄책감이 들고.
◇ 김현정> 그 방화 용의자 측 변호사 그분도 지금 힘들어하고 계세요.
◆ 이석화> 네, 그분도 힘들고 상대방도 힘들고 다들 힘들죠. 그래서 저희들 대구변호사회에서는 대구시 의사회하고 지금 도움 협조를 받아서 유족도 힘들 테고 또 동료 변호사, 상대 변호사 지금 사건과 관련 없는 우리 변호사들도 이게 너무 충격이 크니까 이 상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의사회하고 협조해서 TF팀 구성하고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지금 변호사 협회 차원에서도 대책위를 꾸린다고 제가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이번 사건 하나로 그냥 넘길 것이 아니라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대책을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되지 않을까, 이런 고민을 시작하는 것 같은데요. 변호사님 개인적으로는 어떻게 보세요? 어떤 대안들이 좀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 이석화> 사실 우리가 대안이라고 생각한다면 가장 안전을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건 시설적인 면이겠죠. 그런데 시설적인 면으로서 안전을 우리가 담보를 하려고 한다면 결국은 의뢰인하고 차단을 할 수밖에 없고 그러려면 개별 시설은 많은 비용이 들어갈 테고 그다음에 의뢰인과 소통이 힘들어지겠죠. 그래서 어떤 시설적인 면에서 안전장치를 취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그렇게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 사건 자체는 누가 뭐라고 그래도 변호사 제도와 법치주의를 부정하는 사법에 의한 테러인 것이고요. 이런 테러는 우리 사회가 그것을 부추겨온 어떤 그런 현상에서 발로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전문 직종에 대한 불신풍조를 먼저 해소해야 되고 또 권위주의와 권위를 혼동해 온 우리 사회가 전문 직종에 대한 권위를 부정해온 그런 잘못된 행태를 우리가 고쳐나가야 될 것입니다. 사회적인 반성하고 개선 없이는 이런 사법 테러가 근절될 수도 없고 우리는 항상 그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잠재적인 표적이 되는 것이죠.
◇ 김현정> 근본적인 어떤 인식의 문제부터 좀 개선이 돼야겠다는 말씀이시고요. 아마 변호사 협회 차원에서 TF를 꾸리면 조금 더 디테일한 부분들, 아까 소통을 차단하지 않으면서도 뭔가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물리적인 장치들은 뭐가 있을까에 대해서도 고민을 아마 시작할 모양입니다. 그 결과들 나오면 다시 한 번 저희가 소개를 해드리도록 하죠. 변호사님 많이 힘든 상황이실 텐데 이렇게 인터뷰 응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이석화> 예, 감사합니다.
◇ 김현정> 장례위원장을 맡은 대구지방변호사회 이석화 회장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