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7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국가유공자·보훈가족 초청 오찬에서 대한민국전몰군경미망인회 강길자 회장의 건배 제의에 다함께 건배하고 있다.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기간 동안 전면에 나서지 않았던 김건희 여사가 최근 활동영역을 크게 넓히면서 적극적인 행보를 하고 있다. 지난 한 주 동안 김 여사가 참석한 행사만 모두 7건에 달한다.
부부동반으로 시내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하고 영화계 인사들을 초청해 만찬을 가졌고, 지난 13일에는 봉하마을을 찾아 권양숙 여사를 만났다. 다음 날에는 여당 내 4선 이상 중진의원의 부인 11명을 초청해 오찬을 함께 했고, 16일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씨를 만났다.
17일에는 윤대통령과 함께 한국전쟁 전사자 유해를 찾은 보훈가족과 국가 유공자들과 전쟁기념관에서 오찬을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를 서울에서 만난 것도 같은 날이다. 18일에는 전투기를 몰다 추락해 숨진 고 심정민 소령을 추모하는 음악회에서 공개연설을 하기도 했다.
대통령의 부인이 공개적인 활동에 적극 나서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대통령의 행보는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대통령의 부인의 대외활동은 이런 점을 보완할 수 있고 민심을 듣고 추스릴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역할이 크다.
김건희 여사는 대선 기간 이런 저런 구설수에 많이 올랐던 만큼, 공개적인 활동은 이를 불식시키기 위한 목적도 분명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런 대통령 영부인의 공개활동과 맞물려 공교롭게도 대통령 부부의 멘토로 알려진 천공의 유튜브 발언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유튜브 'jungbub2013' 캡처천공은 자신의 유튜브 방송을 통해 대통령 영부인의 역할에 대해 아주 상세하게 언급했다. 천공은 "대한민국 영부인은 세계 영부인들과 전화나 면담을 통해 교류할 수 있다"며, "대통령과 따로 나가도된다"고 강조했다. 국내 활동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덧붙인다. "총리나 장관급 부인들과 다과를 함께 하며 내명부를 챙겨줘야 한다"는 발언도 했다.
강연 내용은 다소 황당한 느낌이 든다. 대통령 부인이 대통령과 '따로' 움직이는 외교행위가 가능할 지도 의문이고, 총리나 장관 부인들을 '내명부'로 지칭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이 정도면 대통령의 부인을 '왕의 부인'으로 인지하고 있다는 것인데, 그러면 내각을 책임지고 있는 총리와 장관들의 부인들은 도대체 뭐가 되는지 알 길이 없다.
이 장면에서는 대선토론회에서 논란이 됐던 윤 대통령 손바닥의 '임금 왕'자가 오버랩 되기도 한다. 물론 김건희 여사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는 것이 천공의 강연내용과 관련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천공의 강연 내용이 관심을 끄는 것은 과거의 논란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뉴스 빅데이터 분석서비스인 빅카인즈에서 '천공'이라는 단어로 연관어 분석을 해봤다. 기간은 지난 대선기간을 포함한 6개월이다. 의료행위와 관련된 단어를 제외하면 무속논란, 윤석열, 영부인, 용산 등의 연관어가 주요한 단어로 등장한다. 천공이라는 인물이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은 분명해 보인다.
윤 대통령의 대선 선거운동 기간에는 '건진 법사'로 불리는 인물이 선대본부 일정은 물론 인사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무속인이 아니라는 해명에도 의혹은 쉽게 해소되지 않았다. 김건희 여사 역시 특정 언론과의 대화 녹취록에서 자신이 영적인 사람이고, 도사들과 삶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내용의 발언이 논란을 불러일으킨 전력이 있다.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대한민국에서 대통령과 대통령 부인이 어떤 종교 활동을 하던 그것을 문제 삼을 이유는 없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우리가 '비선실세'라는 실체를 경험했고, 이것이 얼마나 큰 파장과 피해를 불러왔는지 목격했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대통령 부인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 할 수 있다면 그것은 바로 '권력'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권력'이 만일 이권에 관심을 갖게 된다면, 국가의 기강은 물론 통치기반을 통째로 뒤흔들 수 있는 위험요소가 될 것이다.
대통령 부인의 공개 행보가 대통령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