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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때보다 출생아 적은데…인구대책 또 후순위로 밀리나

사회 일반

    전쟁때보다 출생아 적은데…인구대책 또 후순위로 밀리나

    편집자주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구감소를 겪으면서 대한민국은 새로운 위기 앞에 높였다. 지난해 합계출산율(가임여성이 평생 낳을 출생아 수)은 0.81로, 초고령 국가의 대표격인 일본 1.34보다 훨씬 낮다. 출생아 26만500명은 1970년대의 4분의 1 수준이고, 6·25 전쟁 때의 절반 수준이다.

    이렇다보니 지역 소멸, 국민연금 고갈 등 벼랑 끝에 서 있다는 징후는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경제 뿐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 인구 감소의 파고를 감당하지 못하고 파열음이 날 것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10년 안팎이 인구위기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는 '골든 타임'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런 의미에서 윤석열 정부의 5년은 우리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시기다. CBS노컷뉴스는 새 정부의 인구위기 대응책의 현 주소와 지금 이 시점에서 필요한 정책 방향에 대해 세 차례에 걸쳐 짚어보려 한다.

    [인구정책 대전환①]
    인구위기 충격, 몇개 정책으로는 방어 못해…부처 뛰어넘는 '융합적 전략' 필요
    인수위, 청사진 내놨지만 큰 진척없는 인구정책…日 반면교사로 치밀한 준비해야

    ▶ 글 싣는 순서
    ①전쟁때보다 출생아 적은데…인구대책 또 후순위로 밀리나
    (계속)

    윤석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안에서 인구와미래전략 태스크포스(TF) 팀장을 맡았던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안에서 인구와미래전략 태스크포스(TF) 팀장을 맡았던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구와미래전략TF(이하 인구TF)는 지난달 2일 '인구정책 방향의 청사진'을 발표했다. 큰 그림은 그럴듯했다. 지금까지 해온 인구감소 완화 정책과 함께 인구변동을 예상하고 이에 맞춘 적응책과 저출산·고령화 시대에도 국민의 삶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획'까지 고민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여기에는 단순히 출산율 저하를 막는 것으로는 조만간 닥쳐올 '인구 지진'을 감당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깔렸다. 또 인구변동 추이는 얼마든지 예상이 가능하기 때문에 미리 계획하고 대비해야 한다는 문제 의식도 작용했다.
     
    인수위는 ①인구변동으로 촉발될 격차 해소 ②세대 간 공존 가능한 노동시장 ③실버산업 등을 통해 지속되는 성장 ④수축사회 전환에도 안전한 사회(국방·치안) ⑤인구감소 충격 완화 등을 5대 전략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대한민국의 안정적인 지속가능성을 위해 필요한 내용이지만, 어느 하나도 만만한 과제가 아니다. 그만큼 중장기적인 치밀한 계획과 범국가적 추진이 필요한 것들이다. 하지만 인구위기 대책에 대한 논의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는 자취를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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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수위 화두는 던졌지만, 첫 단추 못 꿰는 새 정부

     
    인수위가 구체적으로 제안한 것은 '인구정책기본법'(가칭) 제정이다. 부처를 뛰어넘는 인구정책을 내놓을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도 획기적인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는 지금까지 예산을 투입하면 인구감소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너무 쉽게 생각했다"면서 "인구변동이 우리 삶을 어떻게 변하게 할지, 이에 어떻게 대응할지 등을 고려해야 하는데 몇 가지 사업으로 바뀔 것은 아니"라고 짚었다.
     
    인구정책기본법이 제자리 걸음인 것은 인구정책의 주체를 누구로 할지와 맞물려 있기도 해서다. 지금처럼 각 부처가 개별사업 형태로 쪼개서 인구정책을 추진하면 묵직하게 경제·사회에 영향을 줄 큰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다는 판단에 인수위는 총리실이나 대통령실 산하에 별도의 총괄 기구를 둘 것을 요청했다. 정권을 넘어 일관되게 업무를 추진할 수 있는 국가인권위원회 같은 형태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정부는 아직 인수위가 제안한 새로운 거버넌스에 대한 입장도 정리하지 못했다. 법안 초안도 만들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법안 제정을 맡고 있는 여당 관계자는 "인구정책도 정부 움직임과 같이 나가야 하지 않느냐"며 "근데 아직 정부 쪽에서 어떻게 할지 방침이 딱 정해진 게 아니"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기존에 있던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도 어떻게 할지 결정된 게 없다"고 전했다.
     
    인구정책이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진 광범위하고도 복잡한 사안들을 다루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부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크다.
     
    인구위기는 기후위기와 비슷하다. 언젠가 큰 위험으로 닥칠 문제이지만 당장은 아니다. 또 임기 안에 해결해 성과로 내세울 성질도 아니다.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
    인구TF에 참여했던 학자들 사이에서는 윤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인구위기에 대해 짧게나마 언급하길 바랐다고 한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자유'를 35번 외쳤지만 인구와 관련해선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인구위기 정책과 관련해 기획재정부에서 국민연금 개혁과 정년연장을, 법무부에서는 이민청 설치 등을 과제로 제시하면서 부처를 초월한 융합적인 논의와는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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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도 안남은 골든타임…손 놓고 있다간 '인구 재앙' 온다

     
    영국 인구학자인 폴 월리스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를 리히터규모 9.0에 해당하는 대지진에 비유하며 '인구 지진'이란 표현을 썼다. 홍남기 전 경제부총리는 '사회구조가 뿌리째 흔들리는 충격'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이 충격은 언제쯤 우리 사회를 덮칠까. 인구TF 팀장이었던 서울대 보건대학원 조영태 교수는 저서 '인구 미래 공존'에서 생산과 소비, 투자를 왕성하게 하는 연령대인 25~59세를 '일하는 인구'로 분류했다.
     
    조 교수에 따르면 '일하는 인구'는 2021년 2608만명에서 2027년에는 2500만명 밑으로 떨어진다. 2031년에는 올해 대비 315만명이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부산시 인구와 얼추 맞먹는다. 조 교수는 "이때가 되면 인구절벽을 체감하지 못하는 시장과 사회 분야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 10년도 채 남지 않은 시간 안에 대책을 마련하고 실행에 들어가야 한다. 이번 정부는 인구위기 대응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시기에 있다. '골든타임'의 초반부터 한복판을 지나가기 때문이다.
     
    만약 이번 정부에서 인구위기를 중요한 국가적 과제로 삼지 않고 땜질식으로 대처한다면 나중에는 손을 쓸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조 교수는 "우리가 만들어놓은 사회제도와 정책들은 인구가 늘어날 때 맞춰진 제도와 정책들인데, 이게 사람이 줄어들거나, 인구 분포가 확 바뀌거나 다양성이 늘어나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면서 "어디부터 제대로 작동을 안 할 것인지를 예측해서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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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은 인구정책 실패의 대표적인 사례다. 잘 나가던 일본 경제가 1900년대 '잃어버린 10년'을 겪은 후 수십년 동안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중요한 이유로 인구위기 대응 실패가 꼽힌다. 전쟁 후 베이비붐 시기를 겪지 않고 1950년대부터 출산율이 빠르게 하락하면서 노동인구의 고령화가 빠르게 이뤄졌다.
     
    중국의 경제학자이자 기업인인 제임스 량은 저서 '혁신을 이끄는 인구 혁명'에서 젊은 경제활동 인구 감소로 창업이 어려워지면서 일본이 경제 활기를 잃었다고 진단했다. 일본에서는 정보통신 등 4차산업에서 새로운 기업이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일본은 경제 침체의 원인을 부동산 가격 붕괴로 촉발된 금융위기 탓으로 돌리면서 진짜 원인을 찾아내지 못하고 시간을 허비했다.
     
    비단 경제 문제만이 아니다. 일정규모에 인구가 미달하는 동네에는 도로, 상하수도 등 인프라가 열악해지고, 마트나 병원 등 생활필수 시설도 사라지게 된다. 수도인 도쿄마저도 빈집이 속출하고 있는 일본은 취약 계층을 중심으로 생활기반에 금이 가고 있다.
     
    대한민국이 일본의 전철을 밟을지 말지, 결정될 시점은 멀지 않았다. 더군다나 우리는 일본보다 고령화 속도가 훨씬 빠르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더 크다. 전세계 어느 국가도 겪어보지 않은 '인구 지진'이 어떤 충격으로 다가올지 가늠조차 어려운 상황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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