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 제공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차세대 배터리 원천 기술 확보를 위한 업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최근 배터리 화재 논란이 이슈로 떠오르면서 '꿈의 배터리'라는 평가를 받는 전고체 배터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전고체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 사이에서 이온을 전달해 전류를 흐르게 하는 '전해질'을 액체가 아닌 고체로 대체한 차세대 배터리다. 화재 위험성이 낮은 반면 에너지 밀도가 높고 충전 속도도 빠르다.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단점을 보완해 전기차 생태계를 바꿀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다.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를 비롯한 관련 업체들은 국내외 연구기관과의 협업은 물론 시범 생산설비까지 설치하며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삼성SDI는 지난 3월 경기도 수원 SDI연구소 내에 6500㎡ 규모의 전고체 전지 파일럿(시범생산) 라인을 착공했다. 이 파일럿 라인은 'Solid(고체)', 'Sole(독보적인)', 'SamsungSDI(삼성SDI)'의 앞 글자를 따 'S라인'이라 이름 붙였다. 글로벌 주요 배터리 기업 중 전고체 파일럿 라인을 착공한 회사는 삼성SDI가 처음이다.
삼성 깃발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박종민 기자삼성SDI는 파일럿 라인에 전고체 배터리 제조를 위한 전용 설비를 마련할 예정이다. 전고체 배터리 전용 극판 및 고체 전해질 공정 설비, 배터리 내부의 이온 전달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만들어주는 셀 조립 설비 등 신규 공법과 인프라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차세대 배터리인 리튬황전지와 전고체 전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고분자계 전고체 배터리는 2026년,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는 2030년 양산을 목표로 삼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차세대 배터리 원천 기술 확보를 위해 독일 뮌스터 대학 내 배터리 연구센터인 MEET(Munster Electrochemical Energy Technology), 독일 국가연구기관 헬름홀츠 연구소 뮌스터 지부와 함께 FRL(Frontier Research Lab)을 설립하기로 했다.
이미 지난해 9월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 대학(UCSD)에 이어 10월 KAIST(카이스트)와도 손잡고 FRL을 설립한 바 있다.
특히 전고체 배터리 최고 권위자인 셜리 멍(Shirley Meng) 교수가 이끄는 미국 UCSD 연구팀은 지난해 '상온 구동 장수명 전고체 배터리'를 LG에너지솔루션과 공동 개발해 연구성과를 인정받기도 했다.
전고체 배터리는 60도 이상 고온에서만 충전이 가능한 기술적 한계를 갖고 있지만, UCSD 연구팀은 상온 급속 충전이 가능하게 한 기술을 개발했고, 해당 연구는 과학저널 사이언스지에 게재됐다.
SK이노베이션 제공
SK온도 적극적인 외부 협력을 통해 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 1월부터 미국 조지아 공대(Georgia Tech) 이승우 교수진과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에 관해 협력 중이다. 이 교수는 카이스트와 공동으로 혁신적인 고무 형태의 고분자 고체 전해질을 개발해 세계적인 학술지인 '네이처(Nature)'에 논문이 소개되기도 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해 10월에는 전고체 배터리 기술 선도기업인 미국 솔리드파워(Solid Power)에 3천만달러(약 353억원)을 투자해 전고체 배터리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NCM(니켈·코발트·망간) 양극재와 실리콘 음극재를 적용한 전고체 배터리 개발이다. SK온은 이를 통해 에너지밀도 930와트시/리터(Wh/L) 이상을 구현할 계획이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 에너지밀도가 약 700Wh/L인 것과 비교하면 33% 정도 뛰어난 성능이다.
한편 솔리드파워의 최고경영자(CEO)이자 공동 창업자인 더그 캠벨은 지난달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올해 연말까지 차세대 배터리인 전고체 배터리의 시제품을 BMW와 포드에 공급하겠다고 밝혀 주목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