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환 기자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규모는 연일 줄고 있지만 3년 만에 계절 인플루엔자(독감)가 국내로 돌아오며 유행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코로나19 영향력이 떨어진 틈을 타 올 가을부터 독감이 호흡기감염병 유행을 주도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독감 감염에 취약한 어린이에 대한 보호대책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전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1만9407명으로 재유행 시작 무렵인 7월 11일 1만2672명 이후 10주 만에 가장 적은 수치를 기록했다. 일주일 전이자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 12일 3만6923명에 비하면 1만7516명 줄어든 것으로 코로나19 재유행 증가세가 확연히 둔화한 모습이다.
반면 코로나19 유행 내내 잠잠했던 계절독감은 3년 만에 국내로 돌아와 서서히 유행 기미를 나타내고 있다.
7월 3~9일 독감 의사환자분율은 1천명당 2.9명 수준이었다가 지속 증가해 약 두 달 만인 이달 4~10일 5.1명이 돼 유행 기준인 '4.9'명을 넘어섰다. 의사환자분율이란 표본감시 의료기관 200곳을 내원한 환자 중 독감 감염이 의심되는 환자의 비율을 환산한 지표다.
이에 방역당국은 2019년 11월 15일 이후 햇수로는 3년 만인 지난 16일 독감 유행주의보를 발령한 상태다. 코로나19 바이러스와 함께 계절 독감이라는 두 호흡기 바이러스가 사상 처음으로 동시 유행하는 상황이 현실화된 셈이다.
서울 송파구 김학원 소아청소년과 의원에서 어린이가 독감 예방접종을 받고 있다. 박종민 기자전문가들은 다가올 10월부터 12월까지 독감이 오히려 코로나보다 방역에 더 위험한 바이러스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코로나19 재유행이 한풀 꺾이며 새 변이 등장까지 주춤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 코로나19와 달리 2년 넘게 잠잠했던 독감에 대해서 국민 대부분이 면역이 없는 점 등이 그 이유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코로나는 이미 국민 상당수가 감염이 된 반면 독감은 최근 2년 동안 노출이 안됐기 때문에 독감이 한동안 더 유행할 것으로 본다"며 "몸에 두 가지 다른 호흡기 바이러스가 들어올 때 하나가 활성화되면 다른 하나는 활성화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독감이 유행할 확률이 높다고 본다"고 예측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면역은 백신을 맞아 생기거나 걸려서 생기거나 둘 중 하나인데 독감은 (최근) 백신을 맞아 생긴 면역밖에 없는 데다 그 지속 기간이 1년밖에 안 되니 면역 공백이 발생한 상황이다"며 "이에 더해 거리두기 해제 등까지 더해지니 독감 바이러스가 틈타 확산하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면역 공백'을 틈타 독감이 유행할 경우 소아 계층의 위험도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독감의 경우 유행의 시작이 주로 어린 영유아를 시작으로 늘어나는 특성이 있는 데다 감염 시 고열 등으로 인한 피해도 크기 때문이다. 때문에 코로나19와 달리 생후 6개월~만 13세 어린이는 고령자, 임신부와 함께 고위험군으로 지정돼 있다.
전문가들은 독감의 유행세가 심상찮은 만큼 독감 백신 접종률을 높일 방법과 함께 장기간 코로나19 유행 대응으로 여력이 준 소아 병상, 의료 인력 확보 방안 등을 정부가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신상엽 한국의학연구소 수석상임연구위원은 "호흡기전염병이라고 독감과 코로나가 같은 특징을 갖는 것은 아니다. 독감은 아이들에게 굉장히 위험하다"며 "그간 코로나 대비로 소아 병상, 의료인력이 굉장히 부족해진 상황에서 대규모 독감 소아 환자를 맞이해야 하는데 이는 의료 시스템에 상당한 부담 요소다. 정부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코로나와 같이 신속진단키트의 시중 공급을 활성화해 빠른 검사와 치료가 가능하도록 하는 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천은미 교수는 "코로나19와 달리 독감은 시중에 신속항원검사 키트가 풀려 있지 않은데 독감도 키트로 검사가 가능하다"며 "증상이 유사해도 코로나인지 독감인지 빨리 감별되니 의료진 부담은 덜면서 환자는 빠르게 진료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