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그룹으로부터 수억원대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화영 전 국회의원(現 킨텍스 대표이사)이 2019년 5월 경기도 평화부지사 시절, 쌍방울과 북측 사이 광물자원 개발을 합의하는 자리에 동석했다는 진술을 검찰이 확보했다. 양측의 합의 직후 쌍방울 주가는 30% 가까이 급등하며 상한가를 기록했다. 검찰은 이 전 의원이 공직자인 부지사 신분으로 민간기업의 대북사업에 관여하고, 그 대가로 법인카드 등 금품을 제공받았다고 보고 뇌물 혐의를 적용했다.
27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은 최근 쌍방울 핵심 관계자로부터 이화영 전 의원이 경기도 평화부지사로 재직하던 2019년 5월 쌍방울그룹 김성태 전 회장과 함께 북한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 관계자들을 접촉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민경련은 북한의 대남 민간부문 경제협력을 전담하고 있는 단체다. 이 전 의원이 동석한 자리에서 쌍방울은 민경련 측과 북한 희토류 등 광물자원 개발을 공동 추진하기로 약정하고, 합의서를 작성했다고 한다.
양측의 합의가 체결되기 직전인 2019년 1월 쌍방울의 주요 계열사인 나노스(現 SBW생명과학)는 '광산 개발업'과 '해외자원 개발업' 등을 신규 사업 목적에 추가했다. 그무렵 이 전 의원이 설립한 사단법인 '동북아평화경제협회'는 '북한 광물자원 개발 포럼'을 개최한데 이어 '남북 광물자원 협력'을 2019년도 주요 사업으로 선언하며 개발의 필요성을 부각시켰다. 쌍방울과 이 전 의원 측 단체가 비슷한 시기 북한 광물자원 개발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공고히 한 셈이다.
쌍방울그룹 제공북한 민경련 측과 쌍방울의 합의가 이뤄지고 열흘쯤 지난 2019년 5월 22일 쌍방울의 주가는 희토류 개발 테마의 영향으로 29.77% 폭등하며 상한가를 기록했다. 그로부터 2개월 뒤인 2019년 7월 쌍방울 김성태 전 회장과 양선길 현 회장 등 그룹 수뇌부는 민간단체인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이 경기도와 필리핀에서 공동 주최한 대북교류행사에 참여해 북측 고위급 인사들과 직접 접촉했다. 해당 행사 역시 이 전 의원이 당시 평화부지사로서 유치에 앞장섰다.
검찰은 당시 상황을 뒷받침하는 진술을 토대로 이 전 의원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쌍방울로부터 법인카드와 차량 등 수억원대 금품을 제공받은 대가로 이 전 의원이 쌍방울의 대북사업에 힘을 보탰다면 뇌물의 대가성이 성립한다는 게 법조계 대다수 의견이다. 특히 이 전 의원이 주가 부양에 따른 경제적 이익을 쌍방울과 공유하려 했다면 뇌물 이외에 자본시장법 위반 등 처벌까지 가능하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수원지법은 이날 이 전 의원의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열었다. 이 전 의원은 수원지검에 출석하면서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법인카드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앞서 수원지검 형사6부(김영남 부장검사)는 이 전 의원이 쌍방울로부터 받은 금품 약 4억 원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을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전 의원의 구속 여부는 이날 밤 늦게 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