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에 잠긴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묵념하는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 의원들. 연합뉴스여야가 '이태원 참사' 국가 애도 기간에 맞춰 노골적인 정쟁은 삼가고 있지만, 정부 당국자들의 발언·인식 논란이 이어지면서 야당을 중심으로 쓴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이번 사태를 정부·여당은 '사고'로, 더불어민주당은 '참사'로 규정하는 등 온도차를 보이면서, 애도 기간이 끝나는 이번 주말을 기점으로 여야 공방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 발언 논란에 野 공세 시작
31일 오전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는 '이태원 사고 희생자의 명복을 빕니다'(국민의힘)와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명복을 빕니다'(민주당)라고 각각 적힌 현수막이 나무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걸려있다. 이번 사태에 대한 여야의 인식 차이가 극명하게 나타나는 부분이다. 사고(事故)의 사전적 정의는 '뜻밖에 일어난 불행한 일'로, '비참하고 끔찍한 일'이라는 뜻의 참사(慘事)와 비교했을 때 '예견할 수 없었다'는 의미가 강하게 내포돼 있다.
최근 정부 당국자들의 발언은 일반 민심과도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다. "경찰·소방을 미리 배치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이상민 행안부 장관), "핼러윈은 축제가 아닌 현상으로 봐야 한다"(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책임 회피성 발언이 이어지면서 여론은 들끓었다.
애도 기간에 맞춰 저자세를 유지하던 민주당은 지난 1일 사실상 태세전환에 나섰다. 이재명 대표는 정책의원총회에서 "천재지변도 아닌데 내 가족들이, 친지들이, 이웃들이 왜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가야 했는지 그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며 "지금부터 이 사고가 왜 발생했는지, 피할 수 있는 사고였는지 철저히 규명해야 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당 대변인과 원내대변인도 '정부 당국자들의 면피성 언행 사과' 등을 요구하며 사실상 대여(對與) 공세를 시작했다.
애도기간 끝나면 '행안위 현안질의', '대통령실 국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이태원 참사 현안 관련 보고 전 자신의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국민의힘은 애도 기간임을 강조하며 정부·여당을 향한 비판 확산을 막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가짜뉴스는 피해자와 유족에 대한 2차 가해일 뿐만 아니라, 국민 분열과 불신을 부추기며 많은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하고 있다"며 자제를 촉구했다. 이상민 장관도 여론이 악화하자 지난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업무보고 현장에서 자신의 지난 발언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그러나 여야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는 모양새다. 행안위 여야 의원들은 애도 기간임을 고려해 이날 현안질의는 하지 않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이 장관의 사과에 구체적인 대응책과 국민의 목소리가 들어있지 않다며 거세게 항의했다. 오는 5일까지인 국가 애도 기간 이후 이번 주말을 기점으로 여야 전면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날 업무보고를 마친 행안위가 다음 주 현안질의를 예고하고 있다. 이태원 참사 관련 책임공방, 진상규명, 대응책 마련 등을 놓고 야당의 질타가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행안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미 경찰청, 행안부, 소방청 등을 상대로 참사 관련 자료제출을 요구하며 실탄을 모으고 있다. 여기에 오는 8일에는 대통령실을 상대로 국회 운영위원회의 국정감사도 예정돼 있어 예산정국을 앞두고 여야 관계가 얼어붙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