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6시 34분 유가족과 시민들이 참사 희생자들을 기리는 묵념을 진행하고 있다. 양형욱 기자'핼러윈 참사'가 발생한 지 49일째, 영하 7도까지 기온이 떨어지는 강추위 속에서 유가족들과 시민들의 추모 열기만큼은 뜨겁게 타올랐다. 유가족들은 희생자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한편, 연일 쏟아진 정치권의 망언과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를 규탄하며 참사 책임자 처벌과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16일 오후 6시부터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10.29 이태원 참사 49일 시민추모제'를 열었다. 경찰 측 추산으로 1만여명이 운집했다.
추운 날씨에도 많은 시민들이 시민추모제에 참석해 빈자리를 채웠다. 시민들은 패딩, 모자 등을 착용한 채 주최 측에서 제공한 피켓을 들고 추모제가 시작하길 기다리고 있었다. 일부 시민들은 LED 촛불을 손에 들고 있기도 했다. 유가족들의 추모발언이 끝날 때마다 시민들은 "힘내세요"를 외치며 위로를 건넸다.
유가족들은 주최 측에서 준비한 빨간 목도리를 두르고 '우리를 기억해주세요'가 적힌 검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주최 측 추산으로 300여명의 유가족들이 추모제에 참석했다. 추모제 시작 전부터 일부 유족들은 눈이 부어있거나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추모제 무대 앞에는 나무로 만든 흰색 비가 세워져 있었다. '2022.10.29. 18:34' 참사 당일 112 최초 신고 일시와 'Remember Forever'이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16일 오후 6시부터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10.29 이태원 참사 49일 시민추모제'가 개최된 모습이다. 양형욱 기자4대 종단의 기도를 시작으로 참사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 행사들이 이어졌다. 참사 당일 최초 구조 신고 시간인 오후 6시 34분이 되자 유가족들과 시민들은 LED 촛불을 끄고 고개를 숙인 채 2분간 희생자들을 기리는 묵념을 진행했다. 묵념이 진행되는 동안 유족들이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고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는 모습도 보였다.
이후 희생자 이름, 사진, 가족들의 편지가 담긴 영상이 재생됐다. 사회자가 희생자 이름을 호명할 때마다 유족들은 목놓아 울거나 "연주야 사랑해" 등 영상 속 이름을 크게 부르기도 했다. 한 유족은 갑자기 의자에서 일어나 딸을 부르는 듯한 손짓을 하며 울음을 터뜨렸고 자원봉사자들은 곁으로 다가와 위로를 건넸다.
추모 발언을 위해 연단에 오른 김성진씨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49일에 영혼을 좋은 곳으로 보내준다는데 나는 보내기 어렵다"며 "영원히 기억하고 사랑한다"고 말했다.
유가족 유정씨는 "천국에 가는 길에 드는 꽃이 많아서 아직 꿈에 안 나오는 걸로 알고 있겠다"며 "거기서는 이 세상에서 꺾여버린 경찰관이라는 꿈을 이루길 바란다"고 동생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이날 추모제에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도 참석해 위로를 건넸다. 김종기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평상시에 좋은 일로 만났다면 좋았을텐데 이렇게 아픈 49제에 보니 세월호 유족들도 너무나 고통스럽고 마음이 아프다"며 "세월호 유족들이 든든하게 버티고 있고 함께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월호 유족들은 '네버엔딩 스토리'와 '잊지 않을게'를 부르며 유가족들을 위로하기도 했다.
유가족과 시민들은 정부와 여당을 향해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유가족 고준희씨는 "진짜 사과가 무엇인지 몰라서 나오지도 않고 모른 척 하고 있나"며 "국민들을 위해 일하겠다는 사람이 그렇게도 아이들을 두 번 죽이는 막말을 서슴지 않고 해대며 하늘이 무섭지 않나"고 분통을 터트렸다. 유가족 김채선씨는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며 "유족들이 바라는 건 정부 관계자들의 진심 어린 사과와 책임자 처벌"이라고 말했다.
행사 마지막 순서에는 유가족과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은 사과하라", "2차가해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라"고 구호를 외쳤다. 구호가 끝난 뒤 시민들은 "잊지 않겠다"고 소리를 외쳤다.
경기 용인시에 거주하는 김진아(48)씨는 "애도는 희생자와 유가족들이 멈출 때까지 끝이 없는 건데 국가가 임의적으로 정한 기간에 국민들이 맞춰서 애도할 이유는 없는 것이고 그것 또한 폭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