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텅빈 이태원의 한 골목. 백담 기자"연말연시 특수는 기대도 못 합니다. 이태원은 참사 이후 모든 것이 뚝 끊겼습니다."
이태원 참사 현장 인근 골목에서 문어빵(타코야키) 가게를 운영하는 이선미(49)씨는 "작년 이맘때 쯤에 비해 수익이 90% 줄었다"고 말하며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이씨는 "작년 연말연초엔 원래 직원 2명과 같이 근무했었는데, 지금은 직원들을 다 정리하고 혼자 매일 16시간 근무하고 있다. 너무 힘들어 매일 쓰러질 것만 같다"고 토로했다.
핼러윈 참사가 발생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이태원 상권은 여전히 참사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일 취재진이 찾은 이태원 세계음식문화거리는 새해 첫 주말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채 한산한 모습이었다. 참사 골목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 5~6명 시민의 발걸음이 이어질 뿐, 이태원의 다른 좁은 골목들에선 사람들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태원 곳곳엔 '임대 문의'가 붙은, 비어있는 건물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핼러윈 참사 현장 인근 건물에 임대 현수막이 붙어있다. 백담 기자상인들은 핼러윈 참사 이후 매출이 코로나19 때 보다 더 줄었다고 호소했다. 선미씨는 "코로나19 거리두기 끝나자마자 잠시 장사가 잘됐다가 참사 이후엔 코로나 때보다도 (매출이) 더 안 나온다. 이젠 가게 유지도 어려운 수준이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태원 대부분의 상인이 월세를 내는데 가장 비싼 구역이 월 1500만원이 넘는다. 문제는 그만큼 매출을 올리는 상점이 거의 없다고 들었다"며 "이 상태로 계속 운영하다 보면 문을 닫는 가게들이 우후죽순 생겨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태원역 인근 잡화점에서 근무하는 이모(28)씨 또한 참사 이후 매출이 70% 가량 줄었다고 밝혔다. 이씨는 "작년 이맘때쯤이면 신년을 맞아 사람들이 거리에 가득했는데 오늘은 보다시피 사람들이 아예 없다"며 "사정이 이렇다 보니, 원래 동료 2명과 함께 근무했는데 직원도 줄어 혼자 근무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대목인 주말에도 많은 술집이 영업을 안 하고 문을 닫은 지 꽤 됐다. 가게들이 문을 닫다 보면 그 여파로 상권이 더 침체되는 것 같다"며 "워낙 큰 참사다 보니 이 상황이 최소 6개월 이상은 지속될 것 같다"고 했다.
참사 골목에서 모자 가게를 운영하는 남인석(80)씨 또한 "참사 이후 매일 이곳 문을 열어놓지만, 최근에는 하루에 손님이 단 1명도 오지 않는다"고 말하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영업하기 위해 매일 출근하는 것이 아니라, 해가 지면 참사 골목을 방문한 사람들이 으스스하다고 해 일부러 밤늦게까지 가게 불을 켜놓고 있는 것"이라며 "지금 상황으로는 영업을 재개하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고 털어놨다.
취재진이 만난 상인들은 상권 침체로 고통을 호소했지만, 상권을 다시 살려낼 방안도 고민하고 있었다.
남인석씨는 이태원 상권 활성화를 위해선, 참사 추모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골목에서 참사가 발생한 순간부터는 되돌릴 수 없다. 없었던 일로 만들 수는 없다"며 "참사 이전으로 돌아가려고 노력할 것이 아니라, 많은 시민들이 추모하기 위해 이곳을 찾아올 수 있도록 추모 문화 공간을 잘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선미씨는 정부의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안타까운 참사로 상인 모두가 힘들어하지만, 이 위기를 잘 극복하고 싶어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또 다른 피해자인 상인이 무너지지 않도록 정부가 적절한 지원을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