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핼러윈 참사 분향소 '혐오 배출구' 됐다…진영논리 갇힌 '추모'

사건/사고

    핼러윈 참사 분향소 '혐오 배출구' 됐다…진영논리 갇힌 '추모'

    녹사평역 시민분향소…각종 혐오 표현 현수막 난무
    극우 단체 '시체팔이' 논리로 유족 공격…"혐오 활용한 돈벌이"
    유족들 '윤석열 퇴진' 주장 촛불전환행동과도 거리…"진상규명과 추모가 목적"

    임민정 기자임민정 기자
    "남의 죽음 위에 숟가락 올려 정치선동질하는 참여연대, 전장연 꺼져"

    핼러윈 참사 시민분향소가 마련된 녹사평역 인근에 걸린 현수막이다. 시민분향소는 참사 현장과 약 700m 떨어진 곳에 있다.

    5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시민분향소는 희생자들의 죽음을 애도하는 곳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혐오 발언과 대립이 난무하는 모습이었다.

    극우 성향으로 평가받는 단체인 신자유연대가 설치한 현수막 등으로 유족과 시민, 봉사자들은 슬픔과 참담함을 느끼고 있었다. 또 반대 성향의 촛불전환행동은 참사를 계기로 대통령 퇴진을 외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온전한 추모와 진상규명을 원하는 유족들은 이 단체와도 선을 긋고 있다.

    지난달 22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광장에 마련된 10.29 참사 시민분향소 인근에 신자유연대 등 보수단체 현수막들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지난달 22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광장에 마련된 10.29 참사 시민분향소 인근에 신자유연대 등 보수단체 현수막들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일, 녹사평역 1번 출구에 내려 시민분향소로 가는 길.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것은 신자유연대가 내건 각종 현수막이었다. '국민들에게 더 이상 슬픔을 강요하지 말라'는 글부터 '이재명 구속 수사하라!'는 정치적 구호도 걸려 있었다. 지난 14일부터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시민분향소 인근에 천막을 치고 집회를 열고 있다.

    혹여 충돌이 생길까 봐 시민분향소와 신자유연대 천막 사이에는 바리케이드가 쳐졌고, 경찰이 대기하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분향소가 막말과 혐오를 내뱉는 단체에 의해 방해받자 유족들은 신자유연대를 상대로 법원에 접근금지 신청을 요청한 상태다. 맞불집회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접근을 금지해 고인에 대한 추모 감정을 지켜야 한다는 이유다. 가처분 첫 재판은 오는 17일 열린다.

    분향소 봉사를 하는 한 시민은 신자유연대의 행태를 '혐오 콘텐츠를 이용한 돈벌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시민대책회의에 몇몇 시민단체가 포함돼 있으니 어떻게든 진영논리로 엮는다"고 주장했다. 시민대책회의의 현재 활동은 정치적으로 중립 성향이지만, 신자유연대 측에서 진보 진영 쪽으로 일방적으로 규정해 공격한다는 주장이다.

    시민분향소 관리, 유가족 지원을 하는 시민단체 모임인 시민대책회의측은 "혐오발언을 일삼고 맞불 집회 식으로 유가족 측이 무언가를 준비하면 여기에 맞서 방해하고 있다. 이태원 참사를 추모하려는 사람들을 막기 위한 행동이란 것이 명백하다"며 신자유연대를 비판했다.

    시민분향소를 찾은 한 30대 시민은 현수막을 가리키며 "주장의 내용도 잘못된 것이지만, 주장을 할 수 있다고 해도 분향소 옆에 설치해둔 것은 굉장히 예의가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신자유연대는 유족을 폄하하는 현수막을 걸어 한 차례 제지 받은 적도 있다. 지난 29일 구청은 유가족 폄하 내용이 담긴 현수막을 포함해 추모 현수막까지 모조리 철거했다. 다음날 신자유연대는 빈자리에 다시 정치적 구호 담긴 현수막을 내걸었다.

    앞서 신자유연대는 지난 21일 이종철 유가족협의회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단체는 "이 협회장이 신자유연대가 분향소 설치를 방해하고 유가족을 위협한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5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이태원참사 희생자 시민분향소에서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 소속 신부들이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한 성탄대축일 미사를 집전하는 가운데(왼쪽) 보수 단체가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지난달 25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이태원참사 희생자 시민분향소에서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 소속 신부들이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한 성탄대축일 미사를 집전하는 가운데(왼쪽) 보수 단체가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족들은 이번 참사를 계기로 '퇴진이 추모다'를 외치는 강경 성향의 촛불전환행동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윤석열 퇴진'과 '김건희 특검'을 외쳐오던 촛불전환행동은 참사 이후, '퇴진이 추모다'란 구호를 함께 주장한다.

    시민분향소에서 봉사하는 한 시민은 "유족은 정치적 스탠스를 취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진보단체가 집회를 하면서 유족에게 정치적 스탠스를 부여하고 유족을 본인들의 프레임에다 넣어버렸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또 다른 시민은 "49재 당시 촛불전환행동 측이 시민분향소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분향소에 촛불전환행동이 적힌 조끼를 입고 와 마치 유가족측과 함께 하는 단체인 것처럼 인식되게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촛불 전환행동측이 유튜브를 켜고 시민분향소에 와 시민 봉사자들 얼굴을 찍었다"며 "관련 없는 우리 얼굴이 나오고 그 화면에는 후원받는 계좌번호가 올라가 있더라"며 단체의 상업주의 성향을 경계했다.

    유가족을 지원하는 시민대책회의는 촛불전환행동은 함께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 관계자는 "유가족들이 원하는 것은 추모와 진상규명이다. 촛불전환행동측과 함께할 경우, 정치적으로 이용될까 우려해 선을 긋고 있다"고 답했다.

    촛불전환행동은 핼러윈 참사를 근거로 윤석열 퇴진을 외치고, 신자유연대측은 거기에 맞서 더 강한 혐오성 발언으로 유가족에 대한 2차 가해 우려가 나온다. 극단적 진영 논리에 핼러윈 참사와 유가족의 슬픔이 동원되는 셈이다.

    지난달 16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핼러윈 참사 시민분향소에서 열린 7대 종단 핼러윈 참사 희생자 합동추모식에서 유가족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지난달 16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핼러윈 참사 시민분향소에서 열린 7대 종단 핼러윈 참사 희생자 합동추모식에서 유가족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문제는 2차 가해성 혐오 발언이 난무하면서 정치적 주장을 펴기 위한 공간이 열리는 반면, 추모의 공간은 오히려 좁하지게 된다는 점이다.

    실제 시민분향소 인근에서 만난 한 시민은 "세월호 팔아 집권한 문재인 이재명 민주당. 제도 정비 안하고 뭐 했나"라는 현수막을 보고, "애도하는 분들이 달아놓은 현수막 아니었느냐"며 반문하기도 했다.  또 다른 20대 시민은 "추모 공간이 아닌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사람들의 공간으로 변질된 것 같다"며 "당사자가 아닌 사람들에 의해 이렇게 된 것이 마음이 아프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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