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일자리창출 우수기업 최고경영자(CEO)초청 오찬에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미국 유력지 워싱턴포스트가 윤석열 정부의 '주 69시간 근무제' 논란을 집중 조명했다.
이 신문은 17일(현지시간) '한국 정부는 69시간제를 원한다. 청년층은 반발한다' 제목의 기사에서 이 제도가 MZ세대의 반발로 이례적으로 재검토될 예정이라고 보도하며 젊은층의 목소리를 전했다.
신문은 한국에서는 법적으로 주 40시간 근무가 기본이고 초과 근로는 12시간으로 한정됐지만, 현실적으로는 대부분 20~30대가 이를 넘어서는 시간에 보상도 받지 못한 채 노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9시 출근해 밤 10시에 퇴근하는 등 주 70시간을 일하면서도 초과 근무 수당은 받지 못하고 있다는 30세 직장인의 사례를 전했다.
또 지난 8개월 동안 오후 10시 이전 퇴근한 적이 없는 35세 연구원의 이야기도 실었다. 그가 일하는 업계에서는 주 80시간 근무는 흔하다는 것이다.
청년유니온 김설 대표는 이 신문과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젊은 세대의 말을 듣고 한발 물러선 것은 긍정적인 신호라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그것은 대통령이 이것을 정말로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젊은층의 반발로 인해 지난 10일 갤럽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업무수행에 대한 20~30대의 부정 평가는 각각 66%와 79%로 크게 뛰었다고 진단했다.
일주일 전인 57%와 62%에서 대폭 증가했다는 것이다.
신문은 한국의 장시간 노동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통계도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한국인의 1년에 평균 노동시간은 1,915시간, 미국인들은 1,791시간, OECD의 평균은 1,716시간이다. 일본은 이 보다 훨씬 낮은 1,607시간이다.
일본 도쿄의 한 대학교수는 이 신문에 "오늘날 일본에서 과도하게 장시간 일하는 것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며 한국은 노동시간이 아니라 생산성을 높이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워싱턴포스트 캡처워싱턴포스트는 20년 전까지만해도 한국은 토요일이 반휴무일이었다며 이번 논란에 대한 50대의 교수의 목소리도 전했다.
고려대 노동대학원 이종선 교수는 "주 52시간제에서 주 69시간제로 바꾸는 것은 나라를 과거로 되돌리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근로시간 단축의 이점을 느꼈는데 누가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하겠냐"고 반문했다.
이 신문은 장시간 근로가 한국의 또 다른 사회적 난제인 저출산 문제를 야기한다며 70시간을 일하고도 초과근무 수당을 받지 못한다는 30세 직장인의 말을 다시 전했다.
그는 자신에게 주 69시간 근무는 두 아이를 갖겠다는 희망을 포기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엄마 아빠가 하루 종일 회사에 있으면 누가 아기를 돌보겠냐"며 "답답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레이 쿠퍼 시드니대 교수도 "장시간 노동은 일과 육아의 충돌로 이어져 저출산과 직결된다"면서 "한국은 노동시간 측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고, 이는 자랑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