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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가스요금 올려? 말아?…이번엔 냉방비 폭탄?



산업일반

    전기‧가스요금 올려? 말아?…이번엔 냉방비 폭탄?

    정부, 2분기 전기‧가스요금 인상 두고 고심
    "고물가 민생 부담" vs "냉방비 폭탄 막아야"
    총선 앞두고 정치권 입김 우려…에너지 절약 시그널 필요

    류영주 기자류영주 기자
    전기‧가스요금 인상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물가 상승을 우려하는 정부의 고심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대폭적인 요금 인상으로 소비자들에게 사전 시그널을 주지 않을 경우, 지난 겨울 '난방비 폭탄'에 이어 올 여름엔 자칫 '냉방비 폭탄'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국민의힘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2분기 전기‧가스요금을 인상하기로 하고, 인상 폭을 조율 중이다. 사실상 에너지 요금 인상 폭에 대한 결정권을 쥐고 있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일단 요금을 인상하는 방향을 가닥을 잡았다.

    추 부총리는 지난 7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한 자리에서 "머지 않은 시점에 (요금 인상 폭을) 결정하고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했다. 다만 인상 폭에 대해선 여당인 국민의힘과 정부 부처 내부에서도 이견이 여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물가 관리와 경제 전반에 대한 책임이 있는 기획재정부는 전기‧가스요금이 공공요금 인상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해 '물가 인상'을 촉발시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반면, 에너지 정책의 주무부처인 산업부와 한국전력‧가스공사 등은 글로벌 원자재 위기로 인한 공기업 적자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전폭적인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지난달 31일 당정협의에서 요금 인상안 발표가 보류된 데 이어 지난 6일 열린 전기·가스요금 민‧당‧정 간담회에서도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다. 2분기(4~6월)에 적용될 인상안이 시한을 넘기면서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요금 인상으로 인한 파급이 내년 총선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결국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물가 상승으로 인한 표심 악화와 사전 시그널로 시장원리를 활용한 에너지 절감 효과를 얻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한전과 가스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들의 적자 폭이 조직의 존립 자체를 뒤흔들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몰렸다는 점이다. 지난해 한전은 약 32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했고, 가스공사의 지난해 말 기준 미수금은 8조원을 돌파한 상태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본부 및 너머서울, 1만원교통패스연대가 공공요금 인상 철회를 요구하며 지난달 20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전력 서울본부를 출발해 용산 대통령실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본부 및 너머서울, 1만원교통패스연대가 공공요금 인상 철회를 요구하며 지난달 20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전력 서울본부를 출발해 용산 대통령실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특히 전폭적인 요금 인상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4~5월이 통상 전력 사용량이 가장 적다는 점과 사전 시그널 측면에서 적기라는 근거를 든다. 1년 중 냉난방 수요가 가장 적은 4~5월에 요금을 크게 인상하지 않으면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력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월별 전력거래량은 지난달 4만4057GWh(기가와트시)로 지난 1월(5만1652GWh) 대비 대폭 감소했다. 지난해 전력거래량 역시 대체로 연중 내내 4만GWh를 기록하다가 7월(5만2644GWh)과 8월(5만1461GWh), 1월(5만2610GWh) 등 여름‧겨울철에 사용량이 치솟았다.
     
    아울러 전력 사용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시기에 요금을 대폭 인상해 대중들에게 사전 시그널을 줘야 '냉방비 폭탄' 사태를 예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LNG(액화천연가스)이 경우, 난방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은 가을철에 정부가 소폭 요금 인상에 그친 탓에 겨울철 '난방비 폭탄' 사태를 자초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실제로 지난해 말 전기요금 인상으로 인해 전력 사용량이 감소하는 효과도 나타난 바 있다. 지난해 11월 국내 전력 사용량은 전년 동기 대비 0.8% 감소했는데, 그 이전까지는 같은 기간 대비 전력소비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했었다. 지난해 9월 전기 요금을 대폭 인상한 이후에는 소비자들이 비싼 요금에 탄력적으로 반응하면서 소비가 줄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에너지 대책 마련 과정에서 정치권의 입김을 최대한 배제하고 정책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올해 1월 난방비 폭탄 이슈는 있었지만 바로 다음달인 2월엔 실내에서 옷을 하나 더 껴입는 등 사람들이 절약 모습을 보이면서 사용량이 줄었다"며 "정부가 요금 인상을 통해 정확한 상황을 전달하지 않으면 국민은 지금이 에너지 위기 상황이라는 걸 모른다"고 말했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도 통화에서 "원자재를 전량 수입하는 국가에서 에너지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 정치 논리가 끼어들면 안 된다"며 "큰 폭의 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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