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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한 차별과 편견…'탈시설' 논쟁보다 중요한 '지원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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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전한 차별과 편견…'탈시설' 논쟁보다 중요한 '지원 확대'

    편집자 주

    전국 2만 8천 명의 장애인은 이른바 '시설'에 산다. 대부분 그 곳의 삶을 선택하지 않았다. 보내졌고 갇혔다. 시설 생활이 길어질수록 삶은 말라가고 자립은 요원하다. CBS노컷뉴스는 직접 장애인 거주시설로 들어가, 시설을 거부하고 사회로 나온 장애 가정들과 만나 현장을 목격했다. 장애인들은 우리 곁으로 돌아와야 하고, 우리는 그날을 위해 조금씩 준비해야 한다.

    [장애인의 고려장⑤]

    420 장애인차별 철폐 공동투쟁단이 21일 서울 시청광장에서 '장애인 평생교육법' 제정을 촉구하는 결의대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420 장애인차별 철폐 공동투쟁단이 21일 서울 시청광장에서 '장애인 평생교육법' 제정을 촉구하는 결의대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글 싣는 순서
    ①[르포]자물쇠로 잠긴 시설…기자는 '장애인의 고려장'을 봤다
    ②[르포]'목욕재계' 주혁씨도, '싹싹한 하겸씨'도 시설에 남겨진 이유
    ③정부 지원에 '울고 웃는' 장애인 가정…"시설만은 안 갈래요"
    ④'시설, 선택할 권리'? 尹정부의 50년 후퇴한 '글로벌 스탠다드'
    ⑤여전한 차별과 편견…'탈시설' 논쟁보다 중요한 '지원 확대'
    (끝)


    '장애인 거주시설'을 둘러싸고 찬반갈등이 여전하다. '시설 유지'를 주장하는 이들은 당장 지역사회에서 장애인이 생활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주장한다. 반면 '탈시설' 측에서는 정부가 지역사회로 나오는 장애인에 대한 지원을 늘려 시설 밖으로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탈시설'은 필수…'시설 개선'로 장애인권 보장할 수 없어

    420 장애인차별 철폐 공동투쟁단 단원들이 21일 오전 서울시청 인근에서 장애인평생교육법 쟁취 결의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420 장애인차별 철폐 공동투쟁단 단원들이 21일 오전 서울시청 인근에서 장애인평생교육법 쟁취 결의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시설 폐쇄'를 찬성하는 측은 장애인의 삶을 개선하려면 '탈시설'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시설에 들어간 장애인 3명 중 2명 이상이 본인의 동의 없이 입소된 '비자의 입소' 대상자라며 시설 입소 그 자체로 장애인들의 주거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중부대학교 특수교육과 김기룡 교수는 "이미 장애인들은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시설에 입소를 '당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아무리 1대1로 지원 인력이 배치되고, 개인의 독립적인 생활환경을 보장해주는 등 지역사회 요소를 가미한 시설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장애인이 시설에 수용돼있는 것은 변함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살림살이를 늘린다거나, 커튼을 단다거나, 벽지를 바꾼다거나 이런 주거 공간 사용권을 갖느냐 묻는다면 시설에서는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내 주거 공간을 내 마음대로 쓸 수 없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KTIL전환교육연구소 황승욱 소장도 "장애인 당사자도 당연히 지역사회에서 다른 사람들과 살고 싶은 욕구가 있다"며 "'장애인이니까 들어가라'는 것 자체가 인권 측면에서 잘못된 생각"이라고 말했다.

    입소한 장애인들이 시설 종사자 등으로부터 인권을 침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 교수는 "시설은 여러 사람을 소규모 인원이 통제하고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인권 침해 사례가 많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시설' 사라지면 중증 장애인 누가 돌보나…'시설 폐쇄'는 시기상조

    장애인 거주시설 내부. 양형욱 기자장애인 거주시설 내부. 양형욱 기자
    '시설 유지'를 찬성하는 측은 장애인들이 '탈시설' 하더라도 당장 지역사회에서 사람답게 살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지원을 제공받지 못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시설 폐쇄는 시기상조라고 반박한다.

    과거 정부와 지자체가 탈시설 정책을 추진하면서 최근 시설 안에는 사실상 자립이 불가능한 장애인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미 탈시설한 장애인들조차 자립을 위한 정부 지원이 부족해 충분한 돌봄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한는데, 중증 장애인까지 지역사회에 나오면 제대로 지원이 이뤄지리라 기대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시설 유지'를 찬성하는 측은 당사자와 가족들이 장애의 유형과 경중에 따라 거주환경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증 장애인들의 주거 선택지 중 하나인 시설을 폐쇄하는 '탈시설' 정책이야말로 장애인의 주거선택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정부가 추진 중인 탈시설 정책은 '시설 폐쇄'와 '시설의 소규모화'를 전제로 추진되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시설들이 정원을 줄이거나 문을 닫다보니 정작 시설 입소를 원하는 가족들까지 '무한 대기'를 반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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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시설 두고 찬반 세력 다툼 앞세워…"정부는 뒷짐만"


    애초 한국은 해외 선진국보다 탈시설 논의가 훨씬 늦은 바람에 아직도 찬반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명확한 정책 방향을 정해 주거, 의료 등 복지 서비스를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구체적인 해법을 내놓기보다는 시민사회에 벌어지고 있는 갈등 뒤에 숨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교수는 "탈시설 찬반 세력 간의 갈등을 앞세우면서 마땅히 정부가 해야할 일에 뒷짐을 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에 도움을 요청하고 국민에 정책을 제안하는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그저 예산이 없다, 대규모 예산을 한 번에 증액하기는 불가능하다, 탈시설을 둘러싼 갈등도 있는데 빨리 추진할 필요가 있겠나, 이런 이유로 뒤로 물러나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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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시설을 넘어 지역사회에서 장애인들에게 필요한 지원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황 소장은 "이제는 더이상 탈시설 찬반을 두고 논의할 것이 아니라 사회로 나온 장애인들에게 어떤 지원이 필요할지를 고민해야할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황 소장은 "미국에서는 지금 자립 운동을 할 때 장애인들이 어떤 서비스가 필요한지 '우리에게 물어봐라'라고 (구호를 외친다)"며 정부가 탈시설 정책을 마련할 때 장애인 당사자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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