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미추홀구 아파트 입구에 '전세사기 피해 아파트' 현수막이 부착돼 있다. 인천=황진환 기자새가 알을 낳고 사는 곳이란 뜻의 보금자리. 우리가 흔히 아늑한 집을 표현할 때 쓰는 단어죠. 그러한 집이 한순간에 지옥으로 바뀐 '전세 사기' 사태가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오늘 '법정B컷'이 전해드릴 이야기는 이번 사태의 출발을 알린 '서울 강서구 빌라왕' 재판입니다. 최근 공판에는 빌라왕의 배후이자 주범인 부동산업체 대표 신모 씨를 도와 일을 했던 부동산 직원들이 증인으로 나왔습니다.
이들은 하나같이 '그저 심부름을 했을 뿐이고, 다들 그랬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이들의 행위가 그저 심부름이었을까요? 그들의 당당함을 본 판사는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여러분도 직접 보시고 판단해 보시길 바랍니다.
"전 대리로 계약서만 썼는데요"… 판사의 일갈
전세 사기의 구조는 의외로 간단합니다. 부동산 컨설팅 업체는 빌라 건축주에게 접근해 매물을 원하는 가격에 빠르게 팔아주겠다고 합니다. 건축주 입장에선 거부할 이유가 없죠.
부동산 업체는 전세 세입자를 먼저 구합니다. 자신들이 직접 구하기도, 다른 부동산을 통해 알선을 받기도 하죠. 전세 가격은 매매 가격과 같거나 더 높게 설정합니다. 시세가 잘 파악되지 않고, 같은 동네여도 시세 차이가 큰 빌라의 특징을 노린 겁니다.
부동산은 전세 세입자가 구해지면 그 전세금을 받아, 미리 구해 놓은 바지 사장 명의로 빌라 건축주에게 돈을 주고 빌라를 사들입니다. 남은 돈은 자신들끼리 리베이트로 나눠 먹습니다. 당연히 전세 계약이 끝난 뒤 세입자에게 돌려줄 돈은 없습니다. 이미 그 돈은 건축주에게 줬으니까요. 그들은 그렇게 자기 돈은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세입자의 돈으로 '왕'이 됐습니다.
20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전세사기피해자전국대책위 주최로 열린 전세사기 대책 관련 윤석열 대통령 면담 요청 기자회견에서 안상미 미추홀구전세사기대책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서울 강서구와 양천구, 인천 등에서 전세 사기 범행을 벌인 '강서구 가짜 빌라왕'인 바지사장 김모 씨, 그의 배후였던 '진짜 빌라왕' 부동산업체 대표 신모 씨의 범행도 이와 같았습니다.
이들은 현재 서울중앙지법 형사10단독(강민호 부장판사) 심리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4월 12일과 21일 재판에는 신씨의 부동산에서 일했던 직원들이 2명씩 차례로 증인으로 나왔습니다.
첫 번째 증인인 직원 A씨는 대표 신씨의 지시를 받아, 바지 사장 김씨 명의로 빌라를 대리로 사들인 업무를 한 사람입니다.
2023.4.12 서울중앙지법 형사10단독 강서구 빌라왕 공판 中 |
검사 "신씨가 자기자본 투자 없이 소유권을 이전받는 업무를 진행한 것 맞나요?"
부동산 직원 A씨 "전 그것까진 모릅니다. 부동산 업무만 했습니다. 그때 당시 무자본 이런 얘기는 없었고, 김씨(바지사장)가 돈도 많고 건설업도 하는 사람이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검사 "증인은 김씨가 무자본으로 강서구 화곡동, 개봉동 빌라를 매수하는 과정에서 중개 역할한 것이 있죠?"
A씨 "네. 그것 때문에 경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검사 "화곡동 빌라는 신씨가 차비로 30만 원을 주겠다면서 김씨의 위임장을 넘겨줬죠?"
A씨 "네"
검사 "그래서 신씨 지시대로 김씨 위임장을 갖고서 화곡동 빌라 분양사무소에 가서 김씨를 대리해서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죠?"
A씨 "네"
검사 "증인은 개봉동 빌라 분양실장이 투자자를 알아봐달라고 했다고 신씨에게 얘기했고 그러자 신씨가 김씨를 연결해줬죠?
A씨 "네" 검사 "증인은 김씨를 대리해서 계약 체결 업무를 하고 신씨에게 한 건 당 30만 원씩 받았죠?"
A씨 "네. (중략) 저는 그냥 도장만 찍어주고 다녀오라고 해서 그런 것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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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신씨의 변호인이 묻습니다. 이번 재판에서 신씨 측의 전략은 자신들의 책임을 조금이라도 덜어내는 방향으로 설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신씨만의 범행이 아니라 바지사장 김씨는 물론 부동산 업체 직원 등 모두가 참여한 행위라는 점을 강조해 신씨의 책임을 조금이나마 줄이려고 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2023.4.12 서울중앙지법 형사10단독 강서구 빌라왕 공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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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 "증인은 계약 당시부터 이미 무자본 투자를 알고 있었던 것 아닙니까?
A씨 "당시에 전세가와 매매가가 같다는 것은 알았습니다. 무자본 뭐 그런 얘기는 없었습니다"
변호인 "매매가와 전세가가 같다는 것을 처음 소개할 때도 알았다는 거죠?"
A씨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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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A씨는 다소 당당했습니다. 그러자 이를 지켜보고 있던 판사가 묻습니다.
2023.4.12 서울중앙지법 형사10단독 강서구 빌라왕 공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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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화곡동, 개봉동) 두 건 모두 이미 전세 세입자가 있었다는 것을 알았죠?"
A씨 "저는 매매 계약서를 쓰러 간 겁니다"
판사 "전세 세입자의 임대차 보증금(전세금)이 얼마인지 알고 계약한 것이죠?"
A씨 "정확하게는…"
판사 "대충 알고 한다고요? 전세 세입자의 임대차 보증금이 얼마 있는지도 모르고 매매 계약을 한다는 건가요?"
A씨 "그건 생각 못 했습니다"
판사 "그걸 왜 생각을 안 합니까? 임대차 보증금은 빌라 매수자가 부담할 채무인데 그걸 모르고 매매를 합니까?"
A씨 "거의 같은 것으로 알았습니다. 전세 금액이나 매매 금액이나…"
판사 "매매 가격이랑 임대차 보증금 채무와 똑같은 것을 알고 계약했다는 것인가요?"
A씨 "네. 그 당시엔 다 그랬습니다"
판사 "증인이 확인하고 도장 찍었을 것 아닙니까?"
A씨 "전세 계약서나 금액은 제가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매매 계약서만 했기 때문에…"
판사 "애초에 그러면 임차 보증금이 얼마 들어왔는지는 관심이 없었다는 거네요?"
A씨 "똑같거나 비슷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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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 사장 김씨를 대리해 빌라 매매 계약을 맺고 매번 수고비로 30만 원을 받았다는 A씨가 정작 채무로 승계되는 전세 세입자의 전세금이 얼마인지는 관심이 없었다는 식으로 말하자, 판사의 목소리는 다소 높아졌습니다. 그리고 A씨의 태도는 몰라보게 달라졌습니다.
2023.4.12 서울중앙지법 형사10단독 강서구 빌라왕 공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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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전세가를) 추측만 하고, 확인도 안 하고 매매 계약에 도장을 찍었다는 것인가요?"
A씨 "…"
판사 "맞습니까? 맞아요? 증인은 단순히 심부름이라고 하고, 하나는 아는 사람 소개로 갔다고 하는데… 개봉동 빌라는 임대차 보증금이 얼마인지 알고 계약했습니까?"
A씨 "네. 매매랑 전세가 같은 것으로 알았습니다"
판사 "증인이 지금 살고 있는 곳은 자가입니까? 임대차입니까?"
A씨 "자가입니다"
판사 "증인이 만약 지금 전세를 줄 때 매매가와 전세가를 같은 가격에 줄 수 있습니까?"
A씨 "없습니다. 지금은…"
판사 "안 되죠? 근데 이때는 왜 그렇게 계약했습니까?"
A씨 "제가 좀 말씀드리면 판사님에게 반항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그때 당시엔 시장 상황이 거의 그랬습니다. 그 집만 그런 것이 아니라…"
판사 "(한숨을 쉬며) 전세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것도 결국은 매매 대금 범위 내에서 70~80%지, 100%가 되는 경우는 없잖아요? 본 적 있어요? 다 그렇다고 해서 그게 맞는 것은 아니잖아요?"
A씨 "네…"
판사 "그래서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것 아닙니까?"
A씨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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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는 계속해 질문합니다.
2023.4.12 서울중앙지법 형사10단독 강서구 빌라왕 공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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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생각해 보세요. 매매대금과 전세보증금이 같으면 그중에서 증인한테 돈을 주고, 중간에 부동산에도 돈을 주고 나면 실제 가격은 더 낮은 것이잖아요? 그때는 생각 못했습니까?"
A씨 "죄송합니다"
판사 "미안한 것이 아니라 그때 그런 생각을 했냐고 묻는 겁니다"
A씨 "못 했습니다"
판사 "증인이 심부름을 하거나 소개하는 입장에서 봐도 전세랑 매매 가격이 똑같고, 거기서 리베이트 일부 금액이 빠지면 결국 건물의 실질 가치는 임차 보증금보다 모자란 것이 맞잖아요? 당연히 그 구조 아닙니까?"
A씨 "(리베이트는 전세금에서 주는 게 아닌) 건축주가 따로 주는 줄 알았습니다"
판사 "건축주가 그러면 손해 보고 팔아요? 증인 말대로라면 건축주는 손해 보고 파는 것이잖아요"
A씨 "깊게 생각해보지 못했습니다"
판사 "증인은 수수료만 받으면 끝입니까? 실제로 매수인(바지사장 김씨) 입장에선 돈이 나간 것은 하나도 없는 것이네요? 오히려 돈을 받기만 하고요?"
A씨 "네"
판사 "(한동안 말을 않다가) 증인 부동산 중개업을 얼마나 했습니까?"
A씨 "7년 했습니다"
판사 "7년 동안 중개업무를 하면서 매매 대금의 100%로 전세 계약을 체결한 적 있습니까? 신축 빌라 빼고요"
A씨 "…"
판사 "다르게 묻죠. 임대인이 우리 집 가격이 10억 원인데, 10억 원짜리 전세 세입자를 구해달라고 하면 그 물건 받습니까?"
A씨 "안 받습니다"
판사 "상식이죠?"
A씨 "네…"
판사 "결국 증인도 아는 거잖아요? 그때도 임차인이 손해 보는 구조를 충분히 알고 있는 것 아닙니까?" |
"제가 왜 문제?"…각각의 행동이 모여 완성된 '사회적 재난'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이번엔 법정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또 다른 증인인 중개보조원 B씨가 증인석에 섰습니다. 그는 자신을 찾아온 전세 문의 손님을 신씨의 부동산 업체에 소개해줬는데 그 과정에서 돈을 받았습니다.
2023.4.12 서울중앙지법 형사10단독 강서구 빌라왕 공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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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2020년 4월에 세입자 ○○○이 전세 가능한 집을 알아봐 달라고 해서 은평구 신사동의 한 빌라를 소개해줬죠?"
B씨 "그분이 세입자인가요?"
검사 "네. 임차 계약을 중개해 준 적 있습니까?"
B씨 "계약을 저희 부동산 통해서 하는 줄 알고 가려고 했는데, 임대인 측 부동산에서 하겠다고 했습니다. 임대인 이름은 모르고, 계약서 작성을 본 적은 없습니다"
검사 "(부동산 중개 사이트에) 해당 빌라 전세 가격이 2억 4500만 원이고, 리베이트가 400만 원이라고 적시된 광고가 있었죠?"
B씨 "경찰조사에서도 말했는데 그때 당시에 2~3년 전 일이라 기입돼 있는지는 기억이 안 나는데, 보통 일반적으로 기입돼 있습니다. 수수료를 줄 테니 손님을 모셔달라는 것으로 작성돼 있습니다"
검사 "증인은 2020년 4월에 임대인 측 부동산으로부터 400만 원 송금된 것이 확인되는데 맞나요? ○○○에 대한 리베이트죠?"
B씨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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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씨는 임대인 측 부동산에서 계약했다고 하니 자신을 찾아온 전세 문의 손님을 소개해주고 돈을 받았을 뿐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변호인의 질문에도 그 입장을 유지했습니다.
2023.4.12 서울중앙지법 형사10단독 강서구 빌라왕 공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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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 "2억 4500만 원의 법정 중개 수수료(0.3%)가 70만 원인데, 400만 원이면 한 6배의 비용입니다. 그것이 특별히 많은 금액이 아니라고 했는데 이것보다 더 많은 돈이 빌라 거래에선 흔합니까?"
B씨 "건축주가 매매를 해준다면 1000만 원이나 2000만 원 그 이상도 제시합니다. 신축 건물 답사를 돌다 보면 현장 실장들이 그렇게 얘기합니다. 그때도 임대인 측 부동산이 집주인에게 1000만 원을 받아서 저에게 400만 원을 주는 것인지는 제가 물어봐도 사실대로 본인들이 가져간 돈을 말해줄 것도 아니고요. 그래서 정해진 대로 받은 겁니다"
변호인 "아파트는 시세가 정해져 있고요. 빌라는 호가라는 표현을 썼는데 집주인 마음에 따라서 천차만별인가요?"
B씨 "네. 저는 그때 (경찰에서) 피의자라고 했는데 저 때문에 무슨 피해가 발생했냐고 물어보니깐 리베이트 관련해서 문제가 된다고 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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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때문에 무슨 피해가 일어났느냐고 물었다는 B씨의 말에 판사가 질문을 시작합니다.
2023.4.12 서울중앙지법 형사10단독 강서구 빌라왕 공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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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지금 뭐가 문제가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겁니까? 그러면 증인은 이 사건 거래와 관련해서 임차인을 (신씨 측 부동산에) 데려다 주고서만 400만 원을 받은 것이네요?
B씨 "중개를 했습니다"
판사 "중개요? 데려다 준 것 외에 뭘 했습니까?"
B씨 "임차인이 원하는 물건을 추렸습니다"
판사 "법정 중개 수수료가 얼마입니까?"
B씨 "0.3%입니다"
판사 "70만 원입니다. 계약서 작성, 임대차 관련 매매 물건 확인서, 공제 증서 이런 것을 다 제공하는 게 전제죠?"
B씨 "제가 그때 24살이어서…"
판사 "그게 전제되는 것이죠?"
B씨 "제가 직접 작성하지 않으면 돈을 받으면 안 되는 것인지 그 개념이 없었습니다"
판사 "그렇게 하고서 70만 원을 받는 것이 맞죠?
B씨 "네…"
판사 "근데 이 사건은 중개 의뢰인한테 물건을 보여주고… 뭐 본인이 추렸다고 하니깐 추려서 보여주고, 소개해주고 400만 원을 받은 것이죠?"
B씨 "네"
판사 "이상하다고 생각 안 했습니까?"
B씨 "당시엔 그렇게 이상하다고 생각 안 했습니다"
판사 "지금은요?"
B씨 "지금은 언론에서 나온 뉴스를 많이 봐서요. 그래서 제가 부동산 일을 관둔 것도 그런 이유로 관뒀습니다"
판사 "단순하게 증인이 그 돈을 안 받았으면 임차인이 400만 원을 깎을 수 있는 것 아닙니까?"
B씨 "네. 임차인에게 드리거나, 받지 않을 테니 전세금을 깎아 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판사 "증인 3억 원짜리 집을 전세 3억 원으로 내놓은 물건을 소개해줄 것인가요?"
B씨 "알고 있다면 소개 안 해줍니다"
판사 "적어도 중개보조원이면 제시된 임대차 보증금이 적정한 것인지 조언할 생각은 했나요? 이 사건에서는 판단했나요?"
B씨 "조언은 드리지만 저는 어떻게든 계약을 하는 입장이라서 최대한 많은 물건을 찾아서 금액, 면적, 연식을 기입해서 좀 더 좋은 선택을 하도록 했습니다"
판사 "그건 증인이 중개할 물건을 고르는 것과 뭐가 달라요? 그건 의뢰인을 위한 작업이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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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12일) 재판이 끝난 뒤 23일 열린 재판에도 부동산 직원 2명이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이들 역시 대리로 계약해 빌라를 사는 등 일에 관여했죠. 다만 이들의 태도는 앞서 본 2명의 증인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그땐 몰랐는데 이런 행동들 때문에 문제가 생긴 것 같다', '확인하지 못 했다' 등 당당함보단 솔직하게 재판에 임하는 느낌이었죠.
사실 12일 재판과 23일 재판, 그 일주일 사이에 많은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경기 동탄에서 전세 사기 사건이 터졌고, 인천 미추홀구 전세 사기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습니다. 사회적 재난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들이 이를 의식한 것인지, 아니면 진짜 잘못된 행동이라고 생각한 것인지 본인들이 아닌 이상 알 방법은 없습니다.
12일 재판 말미에 판사는 작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합니다.
2023.4.12 서울중앙지법 형사10단독 강서구 빌라왕 공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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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집 구하는 사람의 입장을 고려하는 사람은 없었고, 다들 자기 돈만 관심이 있고, 위험한 물건인지 그것에 대한 안전 보장 역할을 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전체적으로 거래 관계 전반에 대해서 조금씩 부조리, 잘못이 있었다… 는 취지의 변호인 주장에는 어느 정도 공감이 됩니다. 다만 그게 과연 피고인 죄책에 대해서 경감될 부분인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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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24일 재판의 증인 신문이 끝난 뒤에도 "이 말도 안 되는 구조…"라고 나지막이 말했습니다.
현재 수사 당국은 전세 사기 범행에 대해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할지 적극 검토하고 있습니다. 재판에서도 나타나듯 전세 사기 사태는 그 과정 과정마다 크고 작은 역할을 행한 자들이 있습니다. 각자의 이익,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고 비로소 범행은 완성됐습니다.
안상미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장이 18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가진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류영주 기자증인들은 그저 심부름을 했을 뿐이라고 말합니다. 악은 의외로 평범하다며 '악의 평범성'을 주장한 한나 아렌트는 "타인의 고통을 헤아릴 줄 모르는 생각의 무능은 행동의 무능을 낳는다"라고 말했죠. 아무 생각 없이 한 행동들이 때론 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인 셈입니다.
수사당국은 이제 전세 사기 일당들이 조직적으로 범행을 준비하고 실행한 것인지 등을 밝혀 처벌 대상을 대폭 늘려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의도성이 드러나면 주범을 도운 자들에 대한 처벌 가능성도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