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가 발생한 청동초등학교 통학로에 불법주정차한 차량이 가득한 모습. 김혜민 기자대형 화물이 굴러 내려와 10살 초등학생이 숨진 부산 영도구 청동초등학교 앞 경사로에서 지난해까지 비슷한 유형의 내리막길 사고가 잇따랐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 주민들은 구청은 물론 지역 정치권에도 수차례 안전 조치가 필요하다는 민원을 제기했지만, 개선이 이뤄지지 않아 결국 이런 참변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4일 부산CBS 취재결과, 지난달 초등학생 A(10)양이 참변을 당한 부산 영도구 청동초등학교 앞 도로에서는 지난해에도 인명사고가 발생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7월 6일 청동초 인근 도로에서 16t짜리 정화조 차량이 중앙선을 넘어 가로등과 전신주 2개를 들이받은 뒤 옆으로 넘어졌다. 이 사고로 차량에 불이 나면서 50대 운전자가 숨졌다.
지역 주민에 따르면 이 사고가 나기 며칠 전에도 견인차에 끌려가던 택시가 분리돼 내리막길을 미끄러져 내려오는 사고가 있었다. 택시는 근처 식당 외벽을 들이받았는데, 불행 중 다행으로 인명피해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에도 근처에서 또 다른 정화조 차량이 미끄러져 내려와 빌라 외벽을 들이받는 사고가 있었다는 주장도 있다.
지난해 7월 해당 도로에서 발생한 정화조 트럭 사고 현장. 당시 정화조 차량은 내리막길을 내려오던 중 중앙선을 넘어 가로등과 전신주 등을 잇달아 들이받았고, 사고 여파로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부산경찰청 제공 지역에서는 앞선 사고들이 이번에 A양이 숨진 화물 낙하 사고와 판박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초등학생이 등하교하는 어린이보호구역이지만 경사가 급한 내리막길인 데다가 불법 주정차와 과속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비슷한 사고가 반복됐다는 지적이다.
일부 주민은 해당 도로에 가득한 불법 주정차 차량 때문에 위험천만한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며 지난해부터 영도구청에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다고 주장했다.
청동초등학교 인근 주민 A씨는 "양쪽으로 불법주정차가 돼있어 급한 내리막길을 내려오는 차량이 중앙선을 침범하는 등 너무 위험해보였다"며 "지난해 사고 이후부터는 구청에 '이러다 정말 인명피해가 크게 난다'며 불법주정차 단속과 단속카메라 설치를 수차례 요구했다"고 말했다.
지난달까지도 구청에 관련 민원을 계속 제기하며 단속 카메라 설치 등 대책을 요구했지만, 그때마다 구청이 내놓은 대답은 "예산이 부족해 어렵다"는 말 뿐이었다고 A씨는 전했다. 답답한 마음에 지역 국회의원 사무실에까지 전화를 걸어 상황의 심각성을 알렸지만, 별다른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이곳은 누가 봐도 위험한 곳이고, 이미 몇 차례 사고까지 났다. 이번 사고도 예견된 것"이라며 "어린이 통학로라 분명 다른 곳보다 보호가 절실한 곳임에도 예산 타령만 하며 외면하는 상황이 너무나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이런 비판에 대해 영도구청은 한정된 예산으로 모든 민원에 대응하기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대책회의를 여는 등 재발 방지책을 세우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
영도구청 관계자는 "민원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예산은 한정돼있고, 당장 시급한 사안도 밀려있는 어려움이 있었다"며 "9월까지 청동초뿐 아니라 지역 내 모든 초등학교에 불법 주정차 단속카메라를 설치를 계획하는 등 관계자 대책회의를 열고 안전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오전 8시 20분쯤 청동초 앞에서는 1.7t에 육박하는 대형 원통 화물이 굴러내려와 초등학교 앞 등굣길을 덮쳤다. 이 사고로 등교하던 A양이 목숨을 잃었고, 초등학생 2명과 학부모 1명도 경상을 입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