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드림' 이소민 역 배우 아이유.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일러 주의
상처 많거나, 세상으로부터 버림받거나, 깊은 슬픔을 안으로 갈무리한 채 냉소적으로 살아가거나. 배우 아이유의 최근 필모그래피에는 그런 사연도 상처도 많은 역할이 많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상처받고 소외된 이들을 다시 세상 안으로 발 들이게 하고 그들이 꿈을 이루는 모습을 뒤쫓는다.
전작들과 다른 결의 새로운 옷을 입은 아이유는 '역시 아이유'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잘 어울린다. 이른바 '이병헌 월드'에 처음 입성한 아이유는 낯설고도 빠른 세계에 놀랐고, 처음에는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는 과정에서 아이유는 준비를 철저히 하되 현장에서 버려야 하는 상황에서는 깔끔하게 버려야 한다는 점을 배웠다.
그렇게 낯설고 어려운 상황에서 아이유는 자신을 발전시켰다. 한 걸음 더 나아갔고, 완벽하게 소민을 그려냈다. 지난달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개봉을 앞두고 만난 아이유는 '드림'을 두고 "초심자의 행운"이라고 표현했다. 다음은 이에 관한 이야기다.
영화 '드림' 스틸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아이유의 이병헌 감독 월드 '드림' 적응기
▷ 완성된 '드림'을 본 소감은 어떤가? 재밌게 봤다. 되게 오랜 기간 작업한 작품이라 기대 반 걱정 반, 우리끼리도 소문만 무성했던 영화를 드디어 봤는데 재밌었다. 오랫동안 봤던 대본인데도 웃기는 부분은 웃기고 마지막은 찡하고…. 그런 게 내게도 느껴지는 게 신기하기도 했고, 감독님이 정말 고민을 많이 하고 만드셨겠다고 생각했다. ▷ 어떻게 '드림'에 합류하게 됐나? 4년 정도 전에 대본을 처음 받았다. 그때 당시는 '나의 아저씨' '호텔 델루나' 등 사연 많은 캐릭터 위주로 연달아 작업하다 보니 밝고 사연 없는 캐릭터를 하고 싶었다. '드림'에서 소민이의 사연이 제일 없다. 그 사연 없는 부분이 좋았고, 영화 전체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 의식도 좋아서 참여하게 됐다.영화 '드림' 이소민 역 배우 아이유.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 그렇다면 처음으로 사연 없는 캐릭터를 연기한 소감은 어떤가? 당시에는 난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지나고 보니 난 (작품의) 영향을 엄청 받는 사람이라고 느낀다. '호텔 델루나'는 아주 무거운 극은 아니었지만 극 중에서 천몇백 년을 살고, 살인도 하는 설정이 무거웠다. 아예 사연 없는 역할을 연기했을 때랑은 무게가 다르다는 걸 느꼈다. 요즘 촬영하고 있는 역할도 그렇고 밝은 역할을 촬영할 때는 나라는 사람 자체도 심플해지는 기분이 든다. ▷ '드림'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인상이 기억나나? 어떤 점이 매력적이었을지 궁금하다. 처음 받았을 때는 지금 영화에서 보이는 감동적인 부분보다 재밌는 부분이 더 많이 부각돼서 느껴졌다. 초반부 소민이 등장할 때 "나 이런 캐릭터야"라며 자기주장이 강하다고 생각되는 대사들이 대본 자체에 너무 잘 녹여져 있었다. 소민이의 성격이 그렇게 드러난다는 게 좋았다. 또 이병헌 감독님의 가장 큰 장점이지 않을까 싶은데, 캐릭터 개개인의 매력을 최대치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그래서 참여하고 싶다는 욕구가 강하게 들었다. ▷ 처음 도전하는 코미디 장르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 있었다. 실제 현장에서 긴장도 많이 하고, 어떤 현장보다 어려웠던 것 같다. 코미디라는 특성상 유지해야 하는 텐션과 스피드가 있는데, 이병헌 감독님의 현장은 또 되게 스피디하다. 나한테는 그 모든 게 2배속으로 느껴졌다. 감독님과 작업을 처음 하는 건데 다른 분들은 대부분 한 번씩 해보셨고, 스태프분들도 '이병헌 사단'이라 할 정도로 합이 좋은 분들이었다. 나만 뒤처지고 있다는 생각에 초반에는 그 중압감을 이기는 게 어려웠다.영화 '드림' 이소민 역 배우 아이유.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아이유에게 큰 배움을 안긴 초심자의 행운 같은 '드림'
▷ 이병헌 감독 영화를 보면 대사가 보통 빠른 편이다. 먼저 궁금한 건, 원래 본인 말투는 어떤가? 난 친한 사람과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말투가 조금 느린 편이기도 하고 낮기도 하다. 소민은 초반에 환기하는 역할을 해주기에 감독님이 빠르고 높은 톤을 원하셨다. 그래서 감독님 말투를 많이 차용하기도 했다. ▷ 그런 면에서 더 적응하기 어려웠을 거 같다. 대사도 리딩에서 감독님과 이야기 나눴던 것보다 현장에서는 훨씬 더 빠르게 하게 됐다. '이걸 갑자기 이렇게?' '이런 요구가 들어올 수 있는 거구나' 그런 걸 많이 배웠다. 날 제외하고 모든 분이 그걸 너무 잘 해내신 거 같다. 현장에서 보면서 이렇게 하면 안 되겠구나, 내가 준비한 거에 너무 기대면 안 되는구나 하는 걸 첫 촬영 때 느꼈다. 준비를 철저히 하되 현장에서 버려야 하는 상황에서는 깔끔하게 버려야 한다는 점을 배웠다.영화 '드림' 비하인드 스틸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 말맛을 살리는 게 특히 어렵거나 까다로웠던 대사가 있었을까? 아무래도 처음 등장 신. 감독님이 말을 빨리해 달라고, 말을 하면서도 한순간도 쉬지 않고 동작해달라고 해주셨다. 그래서 홍대에게 악수를 신청했다가, 결국 악수 신청을 뺐다가 말을 하면서 홍대를 건너서 저 자리로 가려고 다리를 들었다 내렸다, 결국에는 소파 뒤로 돌아 들어가는 장면이다. 감독님이 동선을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고 현장에서 만들어주셨다. 현장이 진행되는 속도도 빠르다 보니 그걸 다 납득하고 내 걸로 받아들여 표현하기까지 어려웠다. ▷ 점점 현장에 적응해 가는 나를 발견한 순간은 언제일까? 그게 빨리 오진 않았는데, 중반부 정도 찍을 때 내가 이제 적응했다고 느꼈다. 내가 뭘 준비하는 영역을 넓히게 되더라. 대본을 받았을 때 느껴지는 감정을 내 나름대로 머릿속에 구현해 가는데, 점점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준비하게 됐다. 물론 많이 준비해 가도 결국 다른 경우의 수가 오케이 나는 때가 많았다. 그렇게 점점 적응해 가는 날 발견했다.영화 '드림' 비하인드 스틸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 소민의 대사는 그 나이대의 사람들이 공감할 대사가 많았다. 본인이 생각하기에 소민이라는 인물을 관통하는 대사라고 생각하는 게 있을까?
"이 미친 세상에 미친년으로 살면 그게 정상 아닌가?" 그게 소민이 캐릭터를 딱 설명하는 한 줄인 거 같다. 원래 미친 아이는 아니었을 거 같은데 세상에 맞춰서 본인을 미치게 만든 거다. "난 상처받지 않아" "흔들리는 공간에서 나도 흔들리고 있으면 그건 흔들리는 게 아니야" 그렇게 합리화하면서 사는 사람 같았다. ▷ 이번 영화 '드림'은 아이유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 것 같나? 시기상으로는 '브로커'가 데뷔작이 되긴 했지만, 내가 처음으로 영화에 출연해 첫 촬영했던 장편 영화라는 점에서 '드림'은 유의미하다. 진짜 뭐랄까, 현장에서 이렇게 길게 촬영한 작품이 없을뿐더러 어떻게 이렇게 다 착하고 좋은 분들만 모셨나 싶을 정도였다. 송구스러울 정도로 내가 애정도 많이 받고 배려도 많이 받았다. 첫 영화에서 그런 현장을 만난 것도 너무 행운이었다. '브로커'나 '드림' 모두 초심자의 행운으로 좋은 분들과 작업해 큰 행운인 거 같다. <하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