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코로나19 중대본 브리핑의 브리퍼로 나선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지영미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청장).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공 내달 1일부터 코로나19 확진자의 '7일 격리의무'가 완전 권고로 전환된다. 일부 고위험시설에 남아있던 실내마스크 착용의무도 병원급 의료기관·감염취약시설을 제외하곤 모두 해제된다.
감염병 위기경보 단계가 최고 수준인 '심각'에서 '경계'로 내려간 데 따른 결과다. 법정 감염병 등급도 빠르면 7~8월 중 2급에서 4급으로 하향된다.
'코로나 방역'의 상징과도 같았던 두 조치가 사실상 폐지됨에 따라,
한국은
본격적인 '엔데믹(endemic·풍토병화된 감염병)' 체제로 넘어가게 됐다. 지난 2020년 1월 20일 중국 우한에서 입국한 국내 첫 확진자가 발견된 후 3년 4개월간 이어진 기나긴 팬데믹(pandemic·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의 출구를 맞게 된 것이다.
격리, 예정보다 빨리 '권고'로…생활지원·유급휴가 당분간 유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공윤석열 대통령은 1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오늘 중대본에서 코로나 위기경보를 '심각'에서 '경계'로 조정하고 6월부터 본격 적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세계보건기구(WHO)는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해제했고, 또 정부의 국가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원회도 코로나 '심각' 단계 해제를 권고했다"며
"3년 4개월 만에 국민들께서 일상을 되찾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방역당국은
최근 4주간 코로나 일평균 사망자 수가 7명, 치명률은 0.06%까지 떨어진 점을 들어 질병 위험도가 크게 하락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한 번도 안 걸린 사람이 드물 정도'인 높은 면역수준, 의료대응 역량 등을 감안할 때, 현재 완만한 증가세가 나타나곤 있지만 충분히 안정적인 관리가 가능한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해외 상황의 안정화도 한몫했다. 지난 11일 비상사태를 종료한 미국과 일본(5월 8일), 독일(4월 8일) 등 주요국들은 잇따라 일상으로 이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국은 올초 대유행을 겪은 중국의 재유행 가능성이 낮고, 베트남 등 일부 아시아 국가의 확산이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정부는
당초 3월말 발표했던 코로나19 위기단계 조정 로드맵(3단계 구성) 상 1단계와 2단계를 통합 시행해 일상회복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조규홍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이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 위기단계 하향 관련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중대본 제공가장 큰 변화는 확진 시점부터 적용됐던 격리 의무다.
원래 정부의 구상으로는, 1단계에서 격리기간을 닷새로 줄이되 의무는 유지해야 하나,
2단계로 바로 넘어가게 되면서 7일간의 격리의무가 '5일 권고'로 바뀐다. 다만 고위험군이 다수인
의료기관과 감염취약시설의 경우, 취약집단을 보호하기 위한 격리가 유지될 필요가 있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정부가 통제하는 강제 격리는 없어지지만, 회복과 전파 차단을 위한 격리의 필요성 자체를 부인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당국은
'자발적 동의'에 따른 격리 조치가 의료기관 등에서 유지될 수 있도록 국민들의 협조를 당부하며 "의료계와도 긴밀히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프면 쉬는' 문화의 정착을 돕는 자체 지침도 회사·학교 등 기관별로 마련해 시행토록 지속적으로 독려할 방침이다.
국민 부담을 경감하고자
치료·접종 등을 포함해 격리에 따른 생활지원비·유급휴가비 등의 지원은 당분간 지속한다. 이에 따라 정부가 일괄 구매해 무상 공급하는 치료제와 예방접종, 전체 입원 확진자에 지원되는 비용 등은 종전대로 당국이 부담한다.
일부 시설만 제한적으로 남아있던 실내 마스크 착용의무도 의원, 약국에선 전면 권고로 전환한다. 환자들이 밀집해 있고 집단감염 위험이 높은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과 입소형 감염취약시설은 착용의무를 유지하기로 했다.
요양시설 종사자 주1회 선제검사 폐지…신규 환자, 주 단위 발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공진단검사 기준도 완화된다.
감염취약시설 종사자가 주 1회 의무적으로 받아야 했던 선제검사는 발열 등 의심증상이 있거나 접촉자가 다수인 경우 등에만 시행한다.
대면면회 시 금지됐던
입소자 취식은 방역수칙을 준수한다는 전제 아래 허용된다. 다만, 방문 면회 전 면회자들의 음성 여부를 확인하는 조치는 이어진다. 병원 입원환자와 보호자(간병인)의 선제검사도 현행대로 유지한다.
보건복지부 임인택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요양병원·시설과 관련해 방문자들이 시설에 들어가시는 경우, (감염) 위험도가 높아지는 건 당연한 것"이라며 "키트로 (검사를) 하고 음성이 확인되는 경우에 방문하는 조치는 그대로 당분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9곳까지 축소된
지자체 임시선별검사소는 운영이 중단된다. PCR(유전자 증폭) 검사 우선순위에 해당하는 고위험군 중심 진단을 위해 보건소 선별진료소는 유지한다.
검역상 입국후 3일차에 권고됐던 PCR 검사도 계획대로 종료된다.
의료체계도 일반 호흡기 감염병 대응에 좀 더 가까워진다. 확진자의 입원치료를 위해 행정명령 등으로 동원한 한시지정병상은 최소화한다. 향후엔
상시 대응 차원에서 구축한 국가지정 입원치료 병상과 긴급치료 병상을 중심으로 병상을 운영할 방침이다.
현재 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에서 운영 중인 병상은 총 668개로 가동률은 51.6%(345병상 사용) 정도다. 임 실장은 "병상은 저희가 확진자 규모에 따라 유연하게 지정·활용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다. 확진자가 조금 늘고는 있지만, 당장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단부터 처방까지 한 곳에서 이뤄지는 '원스톱 진료기관'(현 1만 697곳), 재택치료자를 위한 의료상담 및 행정안내센터는 기존 지원체계를 유지한다.
그간
매일 발표된 확진자 통계는 주 단위로 전환된다. 범정부 대응을 이끈 중대본(본부장 국무총리) 체제는 중수본(본부장 보건복지부 장관) 중심의 재난위기 총괄 체계로 변경된다.
"엔데믹 시작, 종식은 아냐"…'제2 코로나' 중장기 대비 돌입
신종감염병 대유행 대비 중장기계획 중 발췌. 중대본 제공당국은 6월 이후에도 우려변이 발생 및 유행확산 여부를 효과적으로 감시하고자
'코로나19 양성자 중심 감시체계'를 도입해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표본감시 체계로 안전히 넘어가기 위한 목적도 있다.
이는 인플루엔자(계절독감) 등 기존 호흡기감염병(8종) 통합감시체계와 달리
확진자를 대상으로 임상정보(성별·연령·증상 등)를 수집해 질병 발생 수준과 경향을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병원체 정보 수집·분석을 통해 보다 면밀한 모니터링도 가능하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정부는 국내·외 방역상황을 지속적으로 살피며
향후 대규모 재유행이 발생할 경우, 국민 건강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선제적 방역 강화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지영미 질병청장은 "심각한 변이가 발생할 위험성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국내에서만 그런 (특이)상황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또 이번 조치를 '엔데믹 선언'으로 봐도 되겠냐는 질문에
"풍토병화의 시작이라 보시면 될 것 같다"며 "팬데믹 상황이 완전히 끝난 건 아니지만 일상적인 관리체계로 전환할 수 있는 시작점이 되었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 이상원 역학조사분석단장도 "세계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인플루엔자와 같이 완전히 계절적으로 바뀌는 데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으로 본다"며 "환자 증감이 계속될 여지는 있다. 다만, 그 증가 폭이 제한적이란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는 갈수록 짧아지는 팬데믹 주기를 감안해 '신종감염병 대유행 대비 중장기 계획' 이행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mRNA(메신저 리보핵산) 등 백신·치료제 조기확보를 위한 플랫폼 마련을 추진하고, 1주 내 동원가능한 중환자 상시병상도 약 3500개 확보하기로 했다.
또 지자체의 대응역량 강화를 위해 인구 10만 명 미만 시·군·구에도 역학조사관을 배치하는 한편 감염·중증 등 필수 분야 의료인력을 확충할 계획이다. 코로나 사태에서
집단감염의 온상이 된 요양병원·시설의 환기설비를 지원하는 등 환경 개선과 함께 현재 시범사업 중인 상병수당 급여 도입도 추진한다.
지 청장은 "감염병 재난의 피해가 약자에게 집중되지 않도록
취약계층 보호와 재난의 사각지대를 없애는 데 범정부적인 노력을 해 나가겠다"며 "일상회복이 앞당겨졌지만 방역당국은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대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