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200일을 맞은 16일 오후 서울광장 분향소 옆 세종대로에서 추모문화제를 하고있다. 연합뉴스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지 200일을 맞은 16일, 유가족 등은 여전한 슬픔 속에서 희생자를 기억하기 위한 추모제를 열었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이날 "무책임한 정부로 인해 159개의 우주가 사라졌다"며 서울광장 분향소 옆 세종대로에서 추모촛불문화제를 진행했다. 추모제가 진행되는 내내 유가족들은 눈물을 흘리며, 서로를 부둥켜안고 슬픔을 나누는 모습이었다.
이날 발언에 나선 고(故) 송채림씨의 아버지 송진영씨는 "우리 아이들이 하늘의 별이 된지 200일이 되는 날"이라며 "그러나 우리는 200일이 지난 오늘도 10월 29일 이태원 그 골목에서 왜 그런 일이 발생했고, 사랑하는 가족이 왜 그런 일을 당했는지 모른다"고 입을 뗐다.
이어 "지난 2월 4일 서울 광장에 분향소를 차리고 또다시 100일이 지났다. 아직까지 밝혀진 것이 없지만 서울시는 분향소 철거하라고 압박하고 2900만 원의 변상금을 부과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책임이 있는 서울시가 희생자들을 위해 나서지는 못할망정 분향소 철거를 말한다"고 했다.
이태원 참사 추모 문화제. 연합뉴스시민대책회의 박석운 공동대표는 이태원 참사는 국가가 책임을 다하지 않아 발생한 사회적 참사라고 강조했다. 그는 "수십만 명 이상의 대규모 인파가 모이리라 예측하고도 예방책은 세워지지 않았고, 압사당할 것 같다는 절박한 신고에도 제대로 된 안전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위험을 알리는 위태로운 11건의 신고 전화를 묵살한 결과는 꽃다운 젊은 청춘 159인의 비참한 희생이었다"고 했다.
이어 "이태원 참사의 성역 없는 진상 규명은 유가족들의 절실한 염원이기도 하지만, 사회적 참사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 사회 공익적 과제"라고 했다.
50여 명의 시민들로 이뤄진 '평화의나무 합창단'이 추모공연을 하기도했다. 합창단은 "유가족을 결코 홀로 두지 않겠다"는 말을 건넸다.
이 자리에는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을 탄압한다며 분신한 고(故) 양회동씨를 추모하기 위해 이날 총파업대회를 열었던 전국건설노동조합 조합원들도 참석해 함께 촛불을 들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서울광장 분향소 앞에서 159배를 진행했다. 임민정 기자 이날 문화제에 앞서 유가족들은 서울광장 분향소에서 참사 희생자들과 고(故) 양회동씨를 추모하는 159배+1배를 진행했다. "진상규명을 다짐하며 절합니다"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사람을 기억하며 절합니다" 참사 희생자의 이름을 한명 한명 부르면 유가족이 절을 올리자, 유가족들 사이에선 울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이날 분향소에는 국화꽃을 든 조문객의 발길이 이어지기도 했다.
분향소를 찾은 대학 신입생 한모씨는 "참사 당시 수험생이었다. 화가 나고 슬픔을 느끼면서도 어쩔 수 없는 자괴감을 느꼈었다"며 "망각이라는 것이 불가피할 수 있겠지만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타인의 슬픔에 대해 이제 지겹다고 말하는 것은 참혹한 짓이라고 했던 한 작가의 말이 떠오른다"며 "우리 사회가 계속해서 참혹한 짓을 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4대 종교 추모기도회도 함께 진행됐다. 4개 종단은 "평범했던 일상이 투쟁의 삶으로 변해버린 유가족들의 하루 하루는 너무나 고되기만 하다"며 "독립적 수사기구와 특별법 제정 등은 유가족의 정당한 요구임에도 정부는 경찰 공권력으로 유가족을 막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한민국의 주인은 우리 시민들임에도 분향소 철거를 알리는 계고장과 분향소 설치를 벌금형으로 압박하며 유가족을 불안하게 한다"고 덧붙였다.
계속되는 추모의 발길. 연합뉴스유가족 등은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제정을 비롯해 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고 있다. 야당 의원 183명은 지난 4월 20일 진상조사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 구성을 골자로 하는 특별법을 공동 발의했다.
이와 관련해 유족과 시민대책회의는 지난 8일부터 국회 등 여의도 일대에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200시간 집중추모행동'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