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의 요정, 1953년 종이에 과슈로 채색한 석판화 © Centre Pompidou, MNAM-CCI/Georges Meguerditchian/Dist. RMN-GP'기쁨의 화가'로 불리는 프랑스 출신 라울 뒤피(1877~1953)의 대규모 회고전 '프랑스국립현대미술관전 : 뒤피, 행복의 멜로디'가 오는 17일 더현대 서울 6층에서 개막한다. 회화, 조각, 드로잉, 판화, 도자기, 태피스트리 등을 총망라한다.
출품작은 모두 프랑스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이다. 전시 총감독 크리스티앙 브리앙(프랑스국립현대미술관 수석 큐레이터)은 16일 더현대서울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라울 뒤피 사망 후 그의 아내 에밀리엔 뒤피는 작가가 아틀리에에 마지막까지 보관했던 1600여 점 전부를 프랑스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했다. 이번 전시는 이중 120여 점을 선별했다"고 전했다.
생트-아드레스의 해변, 1904 캔버스에 유채, 65 x 81cm © Centre Pompidou, MNAM-CCI/Bertrand Prévost깃발로 장식된 거리, 1906 캔버스에 유채, 81 x 65cm © Centre Pompidou, MNAM-CCI/Georges Meguerditchian/Dist. RMN-GP총 12개 섹션으로 구성된 전시는 뒤피의 예술 세계가 어떻게 진화했는지 보여준다. 뒤피는 인상주의에 심취해 풍경 화가로 먼저 알려졌다. 1906년부터 전통을 거부하고 혁명을 지향했던 야수파 대열에 합류했고 친구 조르주 브라크와 함께 입체주의 기법을 시도하기도 했다. 제1차 세계대전 즈음에는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의 '동물시집 혹은 오르페우스의 행렬'의 삽화를 목판화로 그려내는 혁신적인 시도를 했다.
또한 도예가 로렌스 아르티가스와 함께 도자기를 만들었고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미국 등을 여행하며 그 나라의 풍경을 화폭에 담았다. 초상화도 여러 점 남겼다. 특히 영국 케슬러 가문이 1930년 의뢰한 가족 초상화는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1930년대에 뒤피는 대형 장식 벽화에 전념했다. 그가 직접 과슈로 채색한 6m가 넘는 '전기 요정' 석판화 연작은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다.
빨간 바이올린, 1948년경 캔버스에 유채, 38.5 x 46cm © Centre Pompidou, MNAM-CCI/Hélène Mauri/Dist. RMN-GP프랑스 르아브르의 가난한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난 뒤피는 훌륭한 아마추어 음악가이기도 했다. 음악에 관심이 많았고 늘 음악을 들으며 작업했다. '아틀리에' 섹션에서는 음악가와 악기에 헌정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행복의 멜로디'라는 부제 역시 뒤피에게 영감의 원천이 됐던 음악이라는 예술적 요소와 항상 긍정적 태도로 삶을 대했던 뒤피의 면모를 상징적으로 담아냈다.
뒤피의 화풍은 밝고 경쾌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일평생 삶이 주는 행복과 기쁨을 주제로 수많은 작품을 탄생시켰다. 크리스티앙 브리앙은 "기쁨과 행복은 뒤피를 가장 잘 대변하는 단어다. 특히 요즘 시대에는 뒤피의 낙관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빌의 예시장, 1930년 캔버스에 유채, 54 x 130cm © Centre Pompidou, MNAM-CCI/Jacqueline Hyde/Dist. RMN-G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