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석 서울 송파구청장. 송파구 제공국민의힘 소속 서강석 송파구청장이 구청 간부 2백여 명의 명의로 노조를 비방하는 입장문을 발표하게 한 것은 부당노동행위라는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이 나왔다.
서 구청장이 취임 직후부터 노조와 인사 문제 등을 둘러싸고 연일 대립각을 세우며 200일 넘게 구청장 규탄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송파구청의 노사 갈등이 해법을 찾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성비위 의혹' 인사부터 정당현수막 무단철거까지…구청vs노조 대립 지속
앞서 지난해 7월 서 구청장 취임 이래, 구청과 노조는 줄곧 갈등을 빚어왔다.
서 구청장이 성비위 의혹으로 물러난 구청 전직 간부를 구청장 인수위원회 위원으로 위촉한 데다, 구청 산하기관인 시설관리공단 이사장으로 임명하자 노조가 규탄한 것이 시발점이었다.
서 구청장은 이에 맞서 송파구 승진심사위원회에 노조 측 위원의 참여를 배제하고 나섰다. 송파구는 단체협약을 통해 노조 측 위원들을 참여시켜왔지만, 갑작스럽게 20년이 넘게 지속돼온 협약을 파기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구청은 구청장을 규탄하는 정당의 적법한 현수막을 불법 현수막이라며 무단 철거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소속 서강석 송파구청장 규탄 시위에 나선 구청 노조. 독자 제공결국 노조는 구청장의 일방적인 단체협약 파기와 인사 문제 등을 제기하며 구청장 규탄 시위를 시작했고, 2일 기준 214일째(공휴일 제외) 구청 앞에서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그러자 지난해 7월부터 10월까지 송파구청에는 네 차례에 걸쳐 서 구청장을 비롯한 수십~수백 명의 구청 간부급 공무원들의 명의로 '노조의 시위를 중단하라'는 입장문이 내걸렸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구청장에 대한 폭언은 송파구민에 대한 폭언이며 무도한 작태"라고 구청장을 옹호하는가 하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노조 밥그릇 지키기 시위, 불법적인 시위" 등 노조를 비방했다.
지난해 10월 구청 간부 234명 명의로 발표된 4차 입장문에도 "구청장을 겁박하며 외부세력을 끌어들여 불법적 시위를 계속해온 노조가 시위를 벌여 극심한 행정력 낭비와 시민 불편을 야기시켜 송파구청장은 물론 송파구청 공무원들 모두가 얼굴을 들 수 없게 했다", "구청장을 음해하고 비방하는 시위를 계속해와 구민들과 송파 공직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해왔다"는 등 구청장을 치켜세우고 노조 활동을 비난하는 문구들이 적혀있었다.
결국 노조는 구청의 이러한 입장문 발표 등이 노조의 활동을 지배·개입하는 '부당노동행위'라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에 구청장을 비롯한 간부 9명을 상대로 구제 신청했다.
중노위 "부당노동행위" 인정…갈등 소강될까
지난해 12월 지노위는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라며 '이유 없음'으로 노조의 구제 신청을 기각했다. 하지만 이에 불복한 노조가 지난 2월 중노위에 재심을 청구했고, 결국 지난 4월 24일 중노위로부터 구청의 4차 입장문 발표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판정을 받았다.
중노위는 "(4차) 입장문 발표 행위는 입장문의 내용, (입장문 서명) 참가자의 직급과 권한, 입장문 발표가 이루어진 상황 및 방법, 입장문 발표가 노조운영이나 활동에 미치거나 미칠 수 있는 영향 등과 함께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노동조합의 조직이나 운영 및 활동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부당 노동행위 의사가 있다"면서 "노동조합법 제81조 제1항 제4호에서 금지하는 지배, 개입의 부당 노동행위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서. 독자 제공실제로 4차 입장문에는 "불법적 시위를 계속해 온 송파구청 사무직 노조 간부 3인은 (…) 반드시 책임지고 사퇴하여야 한다", "송파구청장은 송파구청 사무직 노조 간부 3인에게 반드시 책임을 물어주시길 건의드립니다" 등 노조의 운영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려는 내용이 담겼다는 지적이다.
또한 중노위는 "송파구청은 판정서를 송달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중노위로부터 받은 구제 명령을 10일간 송파구 전체사업장 내 게시판에 게시하라"고 명령했다. 이를 어기면 구청은 최대 3천만 원의 이행강제금을 내야 한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노조 때리기' 기조가 날로 강경해지는 가운데, 이번 판정이 노조 활동의 정당성을 보장하는 계기로 작동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노조를 대리한 정명아 노무사는 "(구청의 일련의 행위들이) 단체교섭 질서와 노동조합에 대한 혐오가 아니고서는 성립할 수 없는 것"이라며 "단체협약 질서와 노동조합에 대한 혐오에 대해서 제동을 건 결정이라고 본다"고 지적한다.
또 "현 정부가 노조에 대해 혐오를 표출해내는 상황에서, 정부가 가져야 되는 관점을 제시한 시의적절한 판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조선익 참여자치21 전 대표는 "중노위 판정으로 끝나진 않고 지켜봐야 하겠지만., 구청의 집단적인 발표 행위로 인해서 노동조합의 대내외적인 활동이 부정적으로 인식되고 위축되었던 상황이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을 통해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송파구청은 "판정서를 송달 받은지 30일이 되지 않아 아직 해당명령을 게시하지는 않았다"면서 "(판정에 불복하는) 행정소송을 비롯해 여러 가지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