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9일 일어난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연합뉴스지난 4월 29일 일어난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는 설계·감리·시공 등 사업 진행 과정 전반의 총체적 부실이 원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공사인 GS건설은 "책임을 통감한다"며 해당 단지를 전면 재시공하고 입주지연과 관련해서는 "모든 보상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번 사고를 계기로 GS건설은 물론 건설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국민들의 불신을 극복하고 다시 신뢰를 회복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사고조사위원회 "설계·시공·감리 모두 문제"
홍건호 건설사고조사위원장(호서대 교수)이 5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특별점검 및 위원회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국토교통부는 건설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의 조사 결과와 특별점검단의 현장점검 결과 설계와 감리, 시공 모두에서 부실이 주차장 붕괴 사고를 낳았다고 5일 밝혔다.
문제는 설계부터 발생했다. 사조위에 따르면 지하주차장을 받치는 기둥 32곳 모두 '전단보강근'이 들어가야 했는데 무너진 부분을 비롯해 전체의 50%가 넘는 15군데에 보강근을 넣지 않도록 설계됐다. 이런 가운데 시공 과정에서 일구 구간에서 들어가야 하는 전단보강근이 들어가지 못했고, 이후 지하주차장 상부를 흙으로 덮는 조경공사 과정에서 발생한 추가 하중에 의해 붕괴가 일어났다.
검단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도면상의 전단보강근 적용 기둥 위치와 실제 탐사 결과. 국토교통부 제공검단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현장 콘크리트 강도. 국토교통부 제공붕괴 구간 콘크리트의 품질 저하도 이번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됐다. 콘크리트 강도를 시험해보니 설계기준(24MPa)의 85%(20.4MPa)에도 미치지 못하는 낮은 수준(16.9MPa)으로 측정됐다.
이번 사고의 설계 책임을 두고 발주청인 LH는 "이번 사업이 시공책임형CM(건설사업관리) 방식으로 진행돼 설계 단계부터 시공사가 관여했고, 이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고, GS건설은 "설계와 다른 시공이 있었지만 시공사가 설계 구조계산을 직접 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지만 사조위는 설계·감리·시공·시행 주체 모두 이번 사고의 책임이 있다고 결론내렸다.
시공사(GS건설)는 설계서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고, 발주처(LH)는 설계서 검토와 승인 과정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GS건설과 LH 등 책임별 처분은 다음 달 중순에 이뤄질 전망이다.
조사 결과가 발표된 뒤 LH는 "철저한 건설관리를 통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해야 했음에도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한 데 대해 발주처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사과했고, GS건설 역시 "시공사로서 책임에 통감하고, 앞으로 설계관리를 더욱 강화해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해당 아파트를 전면 재시공하고 입주지연에 대해서는"모든 보상을 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건설업계, 시공사 불신 확대될지 전전긍긍
연합뉴스GS건설은 "저희는 자이 브랜드의 신뢰와 명예를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며, 과거 자사 불량제품 전체를 불태운 경영자의 마음으로 입주예정자들의 여론을 반영해 검단 단지 전체를 전면 재시공하고 입주지연에 따른 모든 보상을 다 할 것"이라며 심기일전을 다졌지만 신뢰 회복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1월 대규모 인명피해를 낸 광주 화정아이파트 붕괴사고를 낸 뒤 반토막 난 주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수익성 저하와 재무부담 확대 등 부정적 영향이 지속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건설사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는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설계와 시공, 감리 중 어느 한 곳에서라도 걸러졌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1군 건설사 중에서도 탑(Top)급이라고 평가받는 GS건설에서 이런 사고가 터졌는데 다른 건설사고 상황이 다르겠냐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저희는 꼼꼼하고 안전하게 짓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 말고 특별하게 할 수 있는 조치도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설계와 감리, 시공 각 단계에서 규정이 준수되고 각 주체별로 제 역할을 해야겠지만 감리가 실질적으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권한과 그에 따른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현재는 감리가 도면 확인과 승인 등 페이퍼작업을 중심으로 업무를 진행하는데 '감독과 관리'라는 취지에 맞게 비파괴검사 정밀점검 등 감리가 실제로 현장에 가서 실질적인 감독과 관리를 할 수 있는 권한과 그에 따른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신뢰 회복 방안은 결국 '정도(正道)'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이은형 연구위원은 "재발방지 대책과 신뢰회복 방안은 원칙과 기본에 충실하자는 것"이라며 "제대로 설계하고 설계도면에 충실하게 시공하고, 시공계획을 철저하게 세우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