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승마협회가 항저우아시안게임 출전을 위한 전세기를 확보하면서 선수들의 부담이 줄게 됐다. 승마협회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나설 선수들에게 '1억원 자비 부담'을 요구해 논란의 중심에 선 대한승마협회가 말 수송비를 절감할 돌파구를 찾은 것으로 파악된다.
대회 참가 비용을 절반 넘게 줄일 방편을 찾은 덕에 국가대표 선수들도 금전적 부담을 크게 덜게 될 전망이다.
16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승마협회는 최근 대한항공 등의 협조를 얻어 9월 중순 인천공항에서 항저우까지 화물 전세기로 이동하는 '임시 노선'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승마협회 관계자는 "항저우까지 직항하는 화물기를 빌리기로 대한항공 측과 협의했다"면서 "대한항공이 나서준 덕분에 말 수송비가 28만달러(약 3억5천만원)까지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어 "운항 날짜까지 확정한 건 아니지만 늦어도 9월 중순에는 항저우로 넘어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국내에서 항저우로 직항하는 화물 노선이 없는데, 국토교통부 등 유관 기관들이 협의 끝에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위한 '임시 노선'을 만들기로 했다는 게 협회의 설명이다.
이대로라면 항공료에 수송 대행업체에 지불할 대금·인건비 등을 더한 총 파견 비용은 최대 6억원대가 될 전망이다.
본래 이번 대회 참가비는 최대 13억원으로 추산됐다.
대회 조직위원회가 독점 계약한 독일 대행사에 항공 수송을 일임해 전세기 없이 말을 옮기려면 유럽-항저우 노선을 이용할 수밖에 없게 돼 수송비가 8~9억원대로 늘어난 탓이다.
5억원대였던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보다 배가 넘게 늘었으나, 항저우로 가는 하늘길이 없는 상황에서 대안도 마땅치 않았다.
말 수송이 가능한 화물 항공편이 있는 상하이나 홍콩으로 말을 먼저 옮긴 후 육로로 항저우까지 이동하는 방안은 조직위가 검역을 이유로 불허했다.
협회는 비용을 감당할 방법이 없다는 판단에 지난 5월 이사회에서 선수들에게 최소 1억원씩을 자비로 부담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선수들의 반발이 이어졌을 뿐만 아니라 '실력보다 돈'이 대표 선수 선발의 기준이 되는 모양새가 스포츠의 핵심인 공정의 가치와 어긋난다는 비판이 따랐다.
이에 박서영 회장은 직접 그린 만화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재해 "선수들은 한국 승마의 꿈이고 미래지만 협회는 한국 승마의 현실을 지탱하기도 벅차다"라고 사정을 호소하기도 했다.
지난해 선발전을 통해 이미 출전권을 따낸 9명의 선수는 일단 '울며 겨자 먹기'로 이 조건을 수용한 상태다.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여파로 대회가 1년 연기되기까지 해 5년을 기다려온 아시안게임 출전 기회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협회는 항저우행 비행편이 생겨 이들의 부담액도 2천만원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협회 관계자는 "일단 대회 기간 사룟값과 개별로 고용하는 말 관리사의 인건비는 자체 부담해달라고 요청했다. 여기에 각종 부대 비용을 합치면 (부담액이) 2천만원까지 나올 수도 있다"며 "선수들이 내는 몫을 최대한 줄이는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당시 자체 예산이 부족했던 협회는 5억원가량의 선수단 파견비를 적립금 등으로 어렵사리 마련했다.
이번에는 공적 기금 성격의 적립금에 손을 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파견비 일부를 지원해줄 후원사 후보를 찾아 협의 중"이라며 "여기에 경기력 향상비 등 대한체육회의 보조금도 보탤 것이다. 나머지 비용은 박 회장과 임원진이 나눠서 부담하려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