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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퇴직 49.4세…'죽음의 계곡' 떠밀리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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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균 퇴직 49.4세…'죽음의 계곡' 떠밀리는 나라

    편집자 주

    다방종업원 35세, 프로야구선수 40세, 보육교사 57세, 육체노동자 65세. 대법원이 정한 각 직종에서 소득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최종 나이, 즉 '노동연한'이다. 대법원은 2019년 2월 사회경제 변화를 고려해 노동연한을 만65세로 상향 조정했다. 국민연금 고갈을 막기 위해 수급연령 상한을 논의하면서 정년연장은 노동계에 뜨거운 화두가 됐다. 피할 수 없는 초고령화 시대 정년연장에 대한 계층간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고 앞으로의 과제를 짚어본다.

    [정년연장 리포트②]
    '명퇴'한 서씨 연금 받기 전 '소득 단절'…"생계지원금 신청까지"
    2033년 국민연금 65세부터…50세 퇴직하면 15년 '소득 공백 우려'
    국민 10명 중 6명 "연금 수급개시, 법정정년 맞춰야"

    박종민 기자박종민 기자
    ▶ 글 싣는 순서
    ①'노인 지옥' 죽거나 죽이거나…흉기로 변한 빈곤
    ②평균 퇴직 49.4세…'죽음의 계곡' 떠밀리는 나라
    (계속)
    "꼴도 보기 싫어!"

    돈이라는 게 그랬다. 몇십 년 함께 살며 쌓아온 정도, 부부의 인연도 돈 앞에서는 가을 낙엽처럼 버석버석 말라갔다.

    매달 통장에 찍히던 숫자가 '350'에서 '0'이 되자 세 아이의 아빠이자 남편이었던 가장의 권위는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졌다.

    눈만 뜨면 돈 이야기로 싸웠고, 돈 못 버는 걸로 다투다 잠이 들었다.

    10년 전 서모(65)씨는 55살의 나이로 조금 이른 명예퇴직을 했다. 20년간 다닌 회사를 나올때만 해도 '내 사업을 하겠다'는 부푼 꿈이 있었다. 하지만 시장 상황과 사업 아이템이 잘 맞지 않았고, 기회가 다시 올 때까지 기다릴 생각으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돈벌이 없는 가장"의 '봉사'는 아내에게는 고통이자 눈엣가시였다. 결혼 준비하는 딸에 대학생 둘째, 셋째까지 돈 들어갈 곳이 한창 많다고 괴로워하는 아내와 매일같이 싸웠다. 통장 잔고와 함께 부부의 인연도 바닥을 드러냈다.

    5년 전 집을 나온 서씨는 현재 서울의 한 고시원에서 홀로 생활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나오는 국민연금 81만원이 서씨의 유일한 '소득'이다. 이 돈으로 밥도 사 먹고 차비도 하고 당뇨와 고혈압 약값도 내야 한다.

    고시원에서 밥과 김치를 주지만 사람이 먹을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그래도 입으로 먹을 걸 넣을 수 있으니 굶지는 않고 있다고 자신을 위로한다.

    맨밥에 김치만으로 버티기 힘든 날엔 슈퍼에서 고등어 통조림을 사다 김치와 함께 바글바글 끓여 먹는다. 고등어 김치찌개가 서씨의 유일한 '단백질' 섭취다. 서씨는 "연금을 받아 숨통이 트이긴 했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 수준에 그친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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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가적인 정년 연장이 없다면 은퇴와 연금 수령 시기 사이 '소득 단절' 기간이 2033년 이후 더 늘어날 전망이다. 2023년 현재 국민연금은 63세부터 받을 수 있는데, 10년 뒤인 2033년에는 65세부터 받을 수 있도록 연장되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2023년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 조사'에 따르면, 중장년이 주된 직장에서 퇴직하는 연령이 평균 49.4세다. 정년이 65세로 연장되면 약 15년 동안 소득 단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55~64세 취업 경험자 중,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를 그만둘 당시 평균 연령은 49.4세로 조사됐다.

    50세에 회사를 그만둔다고 가정했을 때, 10년 넘게 일을 해야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퇴직부터 연금 수급일까지 말 그대로 '암흑기'를 살아내야 하는 상황이다.

    주된 직장에서 퇴직한 뒤 서울에서 오피스텔 경비 업무를 하는 A씨도 소득 단절 문제를 지적했다. A씨는 "요즘에는 나이 50세만 돼도 회사에서 다들 자르려고 한다"며 "친구 중에서는 퇴직한 뒤 소득이 없어서 모임 회비조차 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인 일자리는 '싸구려 일자리'만 있고 계약도 1년이 아닌 3개월씩 하는 경우가 많다"며 "60대는 그나마 공공근로로 100만 원 정도는 받지만 70대가 되면 담배꽁초 주워서 29만 원 받는 이런 일자리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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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씨는 퇴직 후 소득은 끊기고 저임금 일자리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정년 연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퇴직과 연금 수급 사이에 놓인 중장년층의 고민이 깊어지면서, 소득 단절을 줄이려면 주된 직장에서 더 오래 일할 수 있도록 정년 연장을 하자는 의견이 나온다.

    최근 한국노총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6명 이상이 추후 65세로 연장되는 국민연금 수급개시 연령과 법정정년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노총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에스티아이에 의뢰해 지난달 24일부터 이틀간 전국 18세 이상 성인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법정 정년연장에 62.8%가 동의한다고 답했다.

    동국대학교 미화 노동자들도 짧아진 정년에 고민이 크다. 기존 용역계약을 했던 동국대학교 서울캠퍼스 미화 노동자는 2019년 동국대 직원으로 직고용됐다. 그런데 직고용으로 전환되면서 기존에 71세였던 정년 퇴직 나이가 61세로 줄었다.

    동국대 시설분회 오종익 분회장은 "미화 업무는 주된 직장에서 나이가 들어서 나왔는데 연금 받기 전에 소득이 부족한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며 "하지만 동국대는 미화 노동자도 61세에 정년퇴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동국대에서 미화 업무를 하는 한 노동자는 올해 61세를 맞아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다. 이 노동자는 연금 받을 나이도 안돼 빌딩 등 다른 미화업을 찾고있다.

    오 분회장은 "정년이 빠르니 미화 업무에 적응할라치면 나갈 준비를 해야 한다"며 "일을 더 잘하는 노동자가 많은 것이 학교에도 도움이 된다는 측면에서 정년연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금 수급 연령이 안돼 주된 직장에서 나온 중장년들은 소득 단절 기간을 이겨내기 위해 재취업을 분주히 준비하기도 한다.

    중장년의 재취업을 돕는 기관인 중장년내일센터 관계자는 "50대 초반부터 주된 직장에서 나와서 재취업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특히 코로나19 이후 나이대도 점점 낮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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