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 황진환 기자김기현 전 대표의 사퇴로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로 전환 중인 국민의힘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비대위원장을 맡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소수의 '윤핵관' 인사들이 한 장관을 강하게 밀고 있다는 관측은 진작에 제기됐다. 때문에 비대위원장 추천을 위해 예정된 현역의원-원외 당협위원장 연석회의는 사실상 한 장관을 추대하기 위한 '바람잡이' 행사라는 것이 여당 내 해석이다.
관건은 내년 총선을 이끌게 될 비대위를 한 장관에게 맡기는 것이 선거에 있어 도움이 되느냐의 여부다. 고전 중인 수도권에서 '한동훈 바람'을 기대하는 쪽에선 그의 스타성과 잠재력 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반대 의견을 포함한 반발 여론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정치 경험이 없다는 점에서 도박에 가까운 모험이라는 시각이 있고, '수직적 당정관계 고착화' 등의 우려, 윤석열 대통령의 무리한 당 장악 시도에 의한 공천 잡음 등을 걱정하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국민의힘 의원총회. 황진환 기자국민의힘은 우선 18일 오후 2시 국회에서 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 원외 당협위원장 등 약 200명을 아우르는 연석회의를 열고, 신임 비대위원장에 인선과 관련한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김기현 대표의 사퇴로 당 대표 자리가 공석이 된 지 닷새 만이다.
하지만 의견 수렴은 구실이고, 실제는 한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하는 과정에 당내 인사들이 동원됐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한 장관이 최적격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당 지도부 관계자)이라는 당 주류의 기류에, 이를 뒷받침하는 원내 현역 의원, 원외 당협위원장 등 다수의 '암묵적 동의'가 더해져 한 장관 적격론에 명분을 쌓을 것이란 예측이다.
한 원외 당협위원장은 "'한동훈 비대위원장설'이 불과 며칠 사이 급속도로 힘을 얻었는데, 원외 위원장들이 뒤집을 판 자체가 아닌 것 같다"라며 "이런저런 쓴소리가 나오기는 하겠지만, 결국 '대세'에 따르는 결론이 나지 않을까 한다"라고 내다봤다.
용산에서도 이미 이에 보조를 맞춰나가는 모양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7일 기자들과 만나 한 장관 차출론에 관해 "일단 당에서 여러 의견을 수렴하고 있으니 그걸 좀 살펴보고 말해야 할 것 같다"며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이 되면 상당한 정치적 의미를 지닐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황진환 기자한 지도부 인사는 "한 장관이 부족하다고 평가되는 '정치 경험'이 지금 이 시기에 그토록 필수적이라면 애초에 김 대표 체제에서 대안을 찾았을 것 아닌가"라며 "'힘 있는' 비대위원장이야말로 공천 등 변화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수도권 위기론을 돌파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불출마를 선언한 장제원 의원 등 이른바 '윤핵관'의 이탈로 흔들리는 당내 친윤 세력을 다잡고, '김건희 특검' 등 다가올 위기에 대응할 적임자가 한 장관이라는 의견이다.
하지만 수직적 당정관계 극복을 요구하는 민심에 대응하기에 한 장관이 부적격이란 반발도 공개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초선 최재형 의원은 전날 자신의 SNS에 "우리 당이 극복해야 할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당정의 수직적 관계를 바로잡는 것"이라며 "비대위원장은 적어도 이런 민심의 소리까지도 가감 없이 대통령에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3선의 하태경 의원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직 정치력이 검증되지도 않았는데 온갖 풍상을 다 맞아야 하는 비대위원장 자리는 한동훈을 조기에 소진하고 총선에도 도움이 안 될 수 있다"며 그에게 선거대책위원장 자리를 맡기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란 점을 강조했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최근 당 의원총회 논의 내용에 관한 답답함을 토로하며 "다 쓰러져 가는 집 문 앞만 페인트칠한다고 뭐가 달라지겠나"라고 지적하면서 "이 기회에 보수 울타리를 넘어서서 중도도 포용할 수 있는 정치의 새판 짜기가 필요하다"며 '보수진영 밖'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김종인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비대위원장 역시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데 대해 "정치를 한 번도 안 해봤던 사람인데 갑자기 비대위원장으로 와서 뭘 할 수 있겠나"라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