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회사에서 팀장급 직급에 임원들로부터도 신망이 두터운 회사원 A씨. 회사일부터 집안일까지 야무지게 해내는 그지만 지난해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슈퍼맘' A씨에게도 위기가 찾아왔다.
낮 1시에 끝나는 아이를 도대체 어떻게 돌봐야 하는 건가. 맡은 업무 때문에 휴직도 불가했던 그는 월-화-수-목-금 주 5일 오후 6시 자신의 퇴근 시간에 맞춘 학원 10개를 '돌봄'으로 선택했다. 소위 '학원 뺑뺑이'다.
교육부가 지난 24일 초등학교의 늘봄학교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정작 그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한 학년에 반이 13개가 있는데 이 아이들을 다 늘봄교실에 수용할 수 있는 건가요?"
A씨가 사는 곳은 경기도 김포. 신호 하나 건너면 한 학년에 두 세개 반이 있는 옆동네와 달리, 그가 사는 동네는 신축 대단지 아파트가 밀집해 있다. 아이들이 많다보니 한 학년에 열 개가 넘는 반이 운영된다. 자연히 돌봄교실 수요도 많다.
돌봄은 신청자가 많아 공정하게 '공뽑기'로 결정한다고 한다. 노란 공은 '합격' 흰색 공은 '불합격'을 뜻한다. 돌봄 수요가 많은 탓에 A씨는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고.
"돌봄 떨어진 어떤 분이 한 말이 자기 오른손을 탓했다고 했어요. 노란공 뽑아야 하는데 하얀공 뽑아서 1년을 고생해야 하니까요."
돌봄교실 교육의 '질'은 또 다른 문제다. 그는 "돌봄교실 신청자가 많아서 지금도 선생님이 부족해 더 못 늘리는데 앞으로 어떻게 확대할 건지 현실적인 방안이 궁금하다"며 "아이가 돌봄교실서 욕도 많이 배워오는데 무작정 늘리기만 한다고 좋을 것 같지 않다"고 우려했다.
연합뉴스교육부는 올해 2학기부터 전국 모든 초등학교에서 방과후, 돌봄을 통합 제공하는 늘봄학교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전국 초등학교 6100여곳 중 2000여곳에 대해 오는 3월 2024학년도 1학기부터 늘봄학교를 우선 도입할 예정이다.
기존의 돌봄학교가 오후 5시까지였다면, 늘봄학교는 저녁 8시까지 아이를 맡아준다.
하지만 가정 밖 체류시간이 길다는 점과 교사들의 추가적인 업무 부담은 문제로 지적된다.
늘봄학교 시행을 반대하고 있는 초등교사노동조합은 "상당수 학교는 늘봄지원실 관리자 역할을 교감이 떠안아야 하는 실정"이라며 늘봄학교 확대 시행에 반대해 27일 교사 집회를 열 예정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한 학기는 기간제 교사 추가 채용을 통해 늘봄 교실을 운영하고, 2학기부터는 학교 행정실 이외 별도 늘봄지원실을 설치해 전담인력을 뽑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