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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그리고 그 친구의 소통법[베이징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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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호주

    대통령, 그리고 그 친구의 소통법[베이징노트]

    핵심요약

    "언론과의 소통이 곧 국민과의 소통"이라던 尹 대통령
    올해도 기자회견 없이 특정 언론과 대담으로 대체해
    대통령의 친구 정재호 대사는 질의응답 없는 브리핑
    백브리핑 발언을 실명보도 했다며 1년 4개월째 불통
    대사가 언론과 벽쌓자 대사관도 언론 취재에 비협조

    대통령실 홈페이지 캡처대통령실 홈페이지 캡처
    대통령실 홈페이지를 들어가보면 윤석열 대통령을 소개하는 코너 중에 '대통령의 말과 글'이라는 항목이 있다. 여기에는 당선 직후부터 최근까지 윤 대통령의 다양한 어록이 소개돼 있다.

    당선 인사를 시작으로 용산 시대 개막 등 굵직한 아젠다에 대한 윤 대통령의 생각이 시간 순으로 배치돼 있는데 당선 20여일 만에 올라온 5번째 글 제목이 '언론과의 소통이 곧 국민과의 소통이라고 생각합니다'이다.

    본문에는 "참모 뒤에 숨지 않고, 국민의 목소리를 더욱 경청하겠습니다. 대통령은 사회갈등을 증폭하는 것이 아니라 조정하고 치유해야 합니다. 처음 국민께서 기대했던 윤석열다운 모습으로 '공정과 상식의 나라를 만들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습니다"라고 썼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부터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 마련된 천막 기자실을 직접 찾아 "김치찌개 같이 한번 먹자"며 언론과의 적극적인 소통 의지를 내비쳤다. 또, 용산 대통령실에 입성한 이후에도 도어스테핑(출근길 약식회견)을 실시하며 매일 현안에 대해 브리핑했다.

    박수치는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박수치는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순간 국가원수 경호를 받으며 구중궁궐에 들어앉아 언론과 단절됐던 대부분의 전직 대통령들과 확실히 차별화된 행보였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취임 6개월여 만인 지난 2022년 11월 윤 대통령은 돌연 도어스테핑을 중단했다.

    모 언론 기자가 도어스테핑 장소에서 무례한 행동을 했다는게 직접적인 이유였지만, 여러 실언 논란이 겹치며 여권에서 조차 폐지 요구가 쇄도했던 만큼 '울고 싶은데 뺨 때려 준 격'이라는게 당시 대체적인 평가였다.

    그로부터 1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 윤 대통령은 도어스테핑은 물론이고 기자회견도 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초에는 조선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통해 국정운영 구상을 밝혔고, 올해도 KBS와의 신년 대담으로 기자회견을 대신했다.

    특정 언론과의 인터뷰나 대담에서도 여러 질문이 나오겠지만 다양한 국민 여론을 반영하는 소위 '날 것의' 질문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특히나 그것을 주관하는 언론이 현 정권과 특수 관계인 경우 그 가능성은 더 낮아 진다.

    결국 당선인 시절 윤 대통령의 '언론과의 소통이 곧 국민과의 소통', '참모 뒤에 숨지 않고, 국민의 목소리를 더욱 경청하겠다'라는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정재호 주중대사. 연합뉴스정재호 주중대사. 연합뉴스
    그런데 한국을 넘어 중국 베이징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그 당사자는 윤 대통령과 같은 고등학교를 나온 오랜 친구로 알려졌다. 중국에서 우리 정부를 대표하고 있는 정재호 주중대사 이야기다.

    정 대사는 지난 2022년 9월 진행된 취임 후 첫 정례브리핑에서 일부 언론이 백그라운드브리핑 약속을 어기고 자신의 발언을 실명 보도했다는 이유로 현장 질의응답 없는 브리핑을 1년 4개월여 동안 이어오고 있다. 정부 부처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매월 첫째주 월요일에 진행되는 대사 브리핑은 정부를 대표하는 대사와 각 언론사에서 파견된 특파원들이 마주 앉아 한중관계를 포함해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이슈에 대해 묻고 답하는 소통의 장이고 그 전통은 오랫동안 이어져왔다.

    하지만 정 대사는 첫 브리핑 이후 지금까지 사전에 취합한 질문에만 답한 뒤 브리핑 현장에서는 전혀 질문을 받지 않고 자리를 뜬다. 따라서 긴급하게 발생하는 현안에 대한 질문 기회는 원천 차단되고, 준비된 답변에 대한 추가적인 질문도 허용되지 않는다.

    이렇게 취임 직후부터 언론에 벽을 친 대사 덕분에 특파원들은 취재에도 어려움이 많다. 각종 현안 발생시 대사관을 취재하기 위해 대사관 조직도와 연락처를 요구해도 대사관은 "제공하지 않는 것이 대사관의 일관된 방침"이라며 거부하는 등 언론 취재에 비협조적이다.

    대사관이 주관하는 주요 행사도 언론 모르게 진행되는 일이 허다하다. 예를들어 지난해 12월 재중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시상식도 소리소문 없이 진행됐다. 시상식에 참석한 한 기업인은 이런 사정을 모르고 "의미 있는 자리인데 특파원들은 왜 취재도 하지 않느냐"고 핀잔을 준 적도 있다.

    대사관의 활동을 홍보하는 보도자료도 가뭄에 콩나듯 하는데, 그나마도 정 대사의 지역 방문 일정 공지가 대부분이고 내용도 1~2줄에 불과하다. 일부 누락되기는 했지만 정 대사 취임 이후 1년 6개월 동안 대사관 홈페이지에 올라온 보도자료는 단 14건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 대사의 '불통'을 비판하는 보도가 많다. 오죽하면 대사관 홈페이지 '언론보도 설명' 코너에 올라온 자료의 대부분이 정 대사의 불통 행보에 대한 비판 보도를 반박하는 내용이다.

    언론과의 소통 문제가 정 대사의 업무능력과 무슨 상관이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대사와 대사관의 활동을 언론이 모르면 국민들도 알 수 없고, 그들을 견제하고 감시할 이도 없다. 따라서 언론이 대사와 대사관을 취재하는 것은 '권리가 아닌 의무'이지만 정 대사는 이를 회피하고 있다.

    여기다 국익과 관련도 없는 자신의 발언을 실명보도했다는 이유로 시작된 특파원들과의 기싸움이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사이 한중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최근 회복세를 보이긴 했지만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무역도 수교 31년 만에 최악을 기록하고 있다.

    정 대사와 대사관은 한중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다. 또, 관련 비판 기사에 대사관은 "특파원이 인지하지 못했다고 해서 한중간 의미있는 협의가 없는 것은 아니"라고 반박한다. 다만, 알려주지 않으니 인지하지 못할 수밖에 없고, 그 노력의 결과도 시원찮으니 대사관의 반박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학자 출신인 정 대사를 '중국 전문가'라며 주중대사로 임명한 것은 친구인 윤 대통령이다. 자신을 믿고 4강 대사라는 중책을 맡긴 만큼 해외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도움을 줘야한다. 하지만 오히려 언론과 불필요한 기싸움으로 가뜩이나 불통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대통령에 대한 비판여론을 하나 더 추가하는데 본인이 기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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