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0회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내란·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 재의 요구된 8개의 법안이 부결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퇴장해 빈자리가 보이고 있다. 윤창원 기자내란 특검(특별검사)법이 재표결 끝에 부결되면서 최종 폐기됐다. 특검법을 주도한 더불어민주당은 즉시 재발의 작업에 착수했다. 첫 번째 재표결에서 통과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여당에서 '독소조항'이라고 지적했던 부분을 덜어내고 최대한 빠른 시간에 처리하겠다는 전략이다.
재표결 부결로 폐기된 내란 특검법…'2표 부족'
국회는 8일 본회의를 열고 내란 특검법안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안 등 정부가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법안 8개에 대한 재표결을 진행했다. 내란 특검법은 이날 표결에서 찬성 198표, 반대 101표, 기권 1표로 최종 부결됐다.
대통령이나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돌아온 법안의 재의결 요건은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다. 이날 본회의장에는 의원 300명 전원이 참석했기 때문에 재의결을 위해서는 200표가 필요했다.
함께 재표결에 부쳐진 김건희 특검법도 찬성 196표, 반대 103표, 무효 1표로 역시 문턱을 넘지 못했다. 찬성표를 제외한 나머지를 모두 사실상의 반대표로 규정했을 경우 이탈표는 최대 표로 추산된다.
그간 세 차례 재의표결이 이뤄졌던 김건희 특검법과 달리 내란 특검법은 이번이 첫 재표결인 탓에 여당의 이탈표 규모 추이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앞선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에서 이탈표가 1표, 4표, 6표 순으로 늘어난 상황을 생각하면, 이번 표결 결과는 첫 재표결임에도 최소 6표 이상이 이탈했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결과였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내일 즉시 재발의"…'제3자 추천'에 '군사기밀 제외'까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0회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내란·김건희 여사 특검법',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 재의 요구된 8개의 법안이 상정되고 있다. 윤창원 기자민주당은 이날 본회의가 끝난 직후 곧바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특검 추진 방안을 논의한 결과 다름날인 9일 곧바로 발의하기로 결정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최고위 회의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내일 내란 특검법을 최우선으로 해서 발의한다"고 밝혔다.
새 특검법안의 초점은 최종 가결을 위한 문턱 낮추기에 맞춰졌다. 민주당은 그동안 가능성은 거론이 돼 왔지만 거리를 뒀던 특검에 대한 '제3자 추천' 방식을 새 특검법안에 넣기로 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특검의 언론 브리핑 시 군사기밀 등은 브리핑 내용에서 제외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조 수석대변인은 특검 추천 방식을 "제3자 추천방식으로 변경할 것"이라며 "3자를 어떻게 할 것인지는 원내 지도부가 (여당과) 협의해서, '추천을 누가 할 것이냐' 등 추천 주체에 대해서는 원내에서 논의해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브리핑시 군사기밀을 제외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그런 부분도 구체적으로 정리하면서, 혹시 그런 우려되는 것이 있으면 걸러내는 작업을 할 것"이라고 답했다.
민주당은 이번 결정으로 인해 국민의힘 내 이탈표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제3차 추천안을 추진하게 되면 여당에서도 압도적으로 법안을 지지해주지 않겠느냐"며 "여당이 도입하자고 했던 내용이고, 정부의 재의요구 내용도 그 부분이 제일 컸던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외환죄' 추가에 부담 늘어나나…"협상으로 조율 가능"
더불어민주당 김승원(왼쪽) 법제사법위원회 야당 간사와 김용민 원내수석부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내란특검법'과 '김건희특검법'을 제출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또 하나의 변수는 특검법에 외환죄를 추가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새 특검법에 제3차 추천, 군사기밀 브리핑 제외 외에 수사범위에 기존 내란죄 관련 혐의 뿐 아니라 '외환유치'도 추가할 계획이다.
황정아 대변인은 이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 당은 바로 외환죄를 포함해서, 수사 범위를 확대해서 하겠다"고 밝혔다.
형법에 의하면 외환유치란 '외국과 통모하여 대한민국에 대하여 전단을 열게 하거나 외국인과 통모하여 대한민국에 항적한' 행위를 가리킨다.
내란 준비 과정에서 북한에 무인기를 보내 북한으로 하여금 남한을 공격하게 하는 시나리오가 마련됐다는 의혹을 특검법에 담아 수사함으로써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에 대한 책임을 묻고,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도 영향력을 발휘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외환유치진상조사단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관련 의혹 조사를 위한 드론작전사령부 방문 요청을 거부한 국방부를 비판하는 한편, 윤 대통령 직속 비선라인의 평양 무인기 침투 주도 등의 의혹이 규명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내 일각에서는 이 같은 혐의 확장이 특검법 재추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탈표를 끌어내려면 문턱을 낮춰야 하는데, 혐의를 늘리는 것은 오히려 강경한 입장을 강조하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다만 외환죄 혐의의 경우 특검을 가동하게 되면 12.3 내란사태를 전반적으로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다루게 되는 부분인 만큼 혐의를 포함하지 않는다고 해서 수사에서 제외되는 않는다는 점, 제3자 추천과 군사기밀 브리핑 제외를 통해 문턱을 한 단계 낮춘 만큼 큰 변수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여당에서 제기했던 제3자 추천과 군사기밀 제외를 포함해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힌 만큼 여당에서도 입장이 나오지 않겠느냐"며 "원내지도부 간 논의 과정에서 조율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