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의 한 대학 병원 의사들이 모습. 황진환 기자◇조태임> 한 주를 팩트체크로 정리하는 모아모아 팩트체크입니다. 오늘도 선정수 팩트체커와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의대 정원확대와 관련된 갈등에 대해 알아볼텐데요. 이 문제는 사실 굉장히 오래됐잖아요. 언제부터 시작됐는지부터 좀 짚어보죠.
◆선정수> 우라나라 전체 의대 정원은
2000년 3507명에서 2006년 3058명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의약 분업 당시 의사들의 반발이 엄청났었는데요. 당시 의사와 정부의 합의로 의대 정원을 줄였습니다.
그 정원이 18년 지난 여태까지 이어지고 있는 건데요. 의대 정원이 묶여 있으니 매년 배출되는 의사 수도 일정합니다. 소득수준 향상과 고령화 현상으로 인해 의료 수요는 크게 늘어났는데 의사가 늘어나지 않는 거죠. 그럼 공급 부문에서 경쟁이 줄고 수요는 늘어나니까 의사들의 수입이 보장되는 겁니다. 업무강도가 높고, 위험한 수술이 많아서 소송 위험도 높은 필수의료 분야로는 지원자가 줄어듭니다. 나중에 개원하기 좋은 전공을 따라가기도 하고요.
그래서 소아과 대란도 나오고, 응급의료체계 붕괴 위기라는 말도 나오고, 뇌졸중 진료할 의사가 없다는 이야기도 나오는 것이죠.
2024년도 상반기 레지던트 1년차 전기모집 지원결과에 따르면 정신건강의학과, 안과, 성형외과, 재활의학과, 정형외과 이런 과목들은 지원율이 150%를 넘깁니다. 반면 소아청소년과, 핵의학과, 심장혈관흉부외과, 가정의학과는 50%에 미치지 못하고요. 산부인과 67.4%, 응급의학과 79.6%, 외과 83.6% 이렇습니다. ◇조태임> 일단 용어 정리 좀 해보죠. 의사 총파업이다. 이런 말을 쓰는데요. 이건 맞는 말인가요?
◆선정수>
엄밀히 따지면 파업은 아닙니다. 의사협회는 주로 개원의들이 회원이거든요.
개원의는 말 그대로 내 개인병원을 낸 의사들이고요. 노동자라고 하기보다는 사장님에 가깝죠. 의협도 노동조합이 아닌 직능단체고요. 그래서 의협이 하는 집단 진료거부 등은 파업은 아닙니다.
대한의사협회 산하 서울시의사회 회원들이 15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 반대 궐기대회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박종민 기자전공의 같은 경우에는 약간 애매하긴한데, 전공의들이 개별적으로 병원과 수련 계약을 맺거든요. 전공의는 의사 면허를 취득한 후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병원에서 수련하는 의사입니다. 수련자이자 근로자라는 '이중적' 지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 전공의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한 사례가 없습니다. 전공의도 노조를 조직한 게 아니고요. 전체적으로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파업으로 부르는 것은 어폐가 있습니다. 그냥 집단 진료거부, 또는 집단행동 이렇게 부르면 될 것 같습니다.
◇조태임> 집단 진료거부 움직임에 대해 이런저런 루머들도 많이 떠돌고 있는데 하나씩 짚어보죠. 복지부 차관이 자기 자식 의사 만들려고 의대정원 확대를 추진하는 거다. 이런 루머가 있어요?
◆선정수> 박 차관이 자녀의 진학을 위해 의대 증원을 추진한다는 소문은 의료계를 중심으로 퍼져왔다고 합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13일 브리핑에서 자신의 자녀와 관련한 악의적인 소문을 반박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희 딸은 국제반입니다. 국내 입시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라고요.
13일에는 전공의들이 회의를 했는데요. 대한전공의협의회를 비대위 체제로 전환했지만 단체행동 돌입 여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회의를 두고 부모들이 회의장에 난입해 학부모 회의장이 됐다. 성토장이 됐다. 대통령하고 맞대결 하는 것은 무리라고 학부모 뜻에 따라 결론이 났다. 이런 루머가 확산됐습니다. 그런데 이것도 전혀 사실이 아닌게. 이 전공의들의 회의가 임시 대의원총회였는데, 온라인으로 진행됐습니다. 애초에 부모님들이 난입하고 말고 할 게 없죠.
◇조태임> 그렇군요. 정부는 '의사가 부족하니까 의대 정원을 늘려서 배출되는 의사가 많아지도록 하겠다' 이런 취지고요. 의사들은 '의사 수 안 모자란다. 안 늘려도 된다' 이런 이야기잖아요. 왜 이렇게 진단이 엇갈릴까요?
◆선정수>
지금 의료계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건 필수의료 인력 부족입니다. 의사들이 돈은 안 되고 노동강도는 높은 필수의료분야에는 안 갑니다. 그래서 대형병원에 내외산소(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라고 부르는 과목에 의사가 없다는 거죠. 전공의 인기 과목도 힘들고 위험한 수술을 하는 필수분야는 지원자가 점점 줄어들고, 업무 부담이 적고 편한 '정재영(정신건강의학과·재활의학과·영상의학과)'으로 학교 성적 최상위 학생들의 지원이 몰린다고 합니다.현재 상황이 이렇다는 것에 대해서는 정부와 의사들이 인식을 같이 하고 있는데요.
해법으로 들어가면 의견이 엇갈리는 겁니다. 정부는 의사정원을 확대해야 필수의료분야로 인력이 공급된다. 이런 접근을 하고 있는 것이고요.
의사들은 필수의료분야에 가려고 하는 사람이 늘어나도록 지원을 많이 해주자는 취지입니다. 수가를 높인다든지, 분쟁이 발생했을 때 비형사적 구제방법을 활성화하자든지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서 필수의료분야를 선택하는 의사가 늘도록 하자는 거죠. 지금 구조를 그대로 두고 의대정원을 늘린다고 필수의료 분야로 의사가 늘어나지 않는다. 이런 주장입니다.
◇조태임>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는 의사들의 주장에 대해서 짚어보죠.
◆선정수> 의사들은 저출생 때문에 의료 수요가 늘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태어나는 아이가 줄어드니까 소아과나 산부인과의 의료수요가 줄어드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평생 의료비 지출은 J커브를 그립니다. 노인이 될수록 의료비 지출이 늘어나죠. 사망 직전 1년 의료비가 평생 의료비의 20%를 차지하는 걸로 나타납니다.
고령화 추세와 함께 의료수요는 분명히 늘어나는 거죠. 물론 더 장기적으로 보면 전체적으로 인구가 줄어들면서 의료수요가 감소하는 날이 올겁니다. 주기적으로 인구 및 의료수요 변동과 이에 따른 의사 수급을 조절하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조태임> 의사들은 지속적으로 의대정원 확대를 반대하고 있는데요. 이유는 뭔가요?
서울의 한 대학 병원에서 한 의사가 걸어가고 있다. 황진환 기자◆선정수> 크게 세가지로 요약됩니다. ▲적정 의사인력 수급에 대한 과학적 분석과 체계적인 계획이 없다. ▲의학교육은 간데 없고 정치적 목적으로 변질됐다. ▲9.4 의정합의를 파기했다. 이런 주장인데요. 단순히 OECD 통계만으로는 국가별 산출기준이나 실질적 지표를 비교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이고요. 의대 정원을 늘리려는 학교의 수요를 충족시켜주면서 총선에서 이익을 보려하는 정치적 목적이 있다는 게 두번째고요. 일방적으로 의대정원 확대하지 않기로 한 약속을 깨뜨렸다는 게 세번째 주장의 핵심입니다.
의사협회의 핵심 구호는 "일방적인 의대증원 의료붕괴 초래한다" 인데요. 의사 말대로라면 의대 정원을 늘리면 의료체계가 붕괴되고, 정부 말대로라면 이대로 그냥 두면 필수의료체계가 붕괴되는 거죠. ◇조태임> 정말 헷갈립니다. 그런데 이번 의사 집단행동에 대한 국민 여론은 굉장히 좋지 않은 것 같아요.
◆선정수> 네 일단 의사단체들이 지난 정부 때도 집단행동을 하면서 각을 세웠잖아요. 그런데 윤석열 정부 출범하고 나서 뭔가 달라질 것으로 기대했는데, 이전 정부랑 똑같이 의대정원 확대를 들고 나왔단 말이죠. 한마디로 기댈 언덕이 사라진 거죠. 일반 국민들은 의사들이 고소득 직업임에도 툭하면 진료거부로 환자를 볼모로 잡고 자신들에게 불리한 것은 전혀 받아들이지 않으려 한다는 비판이 팽배했구요.
◇조태임> 그런데 정부는 의대정원을 2천명 늘리겠다고 했는데. 이건 어떻게 나온 숫자인가요?
◆선정수> 정부는 지난해 10월 26일, 의사 인력 확충을 위한 2025학년도 의대정원 확대 추진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후, 40개 대학으로부터 증원수요와 교육역량에 대한 자료를 제출받았고 현장점검을 포함한 검증을 마쳤다고 하는데요.
정부는 10년 뒤인 2035년 수급전망을 토대로 의대 정원 증원 규모를 결정했다고 합니다. 현재 의료 취약지구에서 활동하는 의사인력을 전국평균 수준으로 확보하려면 약 5천명이 필요하고, 급속한 고령화 등으로 늘어나는 의료수요를 감안할 경우 2035년에 1만 명 수준의 의사가 부족할 것으로 전망합니다.그러니까 정부는 2035년까지 의사 1만 5천명이 부족할 거라고 보는 겁니다. 이 중 2035년까지 1만명을 확충할 계획이고요. 이를 위해 당장 내년 모집, 그러니까 올해 수능을 보는 학생들부터 의과대학 정원을 2천명 증원하면 2031년부터 늘어난 정원만큼 의사가 배출돼, 2035년까지 최대 1만 명의 의사 인력이 확충된다. 이런 계획이죠.
◇조태임> 이것도 설왕설래가 있는 것 같아요. 2천명 늘리면 교육이 제대로 되겠냐, 된다 안된다 뭐 이런 말들이 많은데요.
황진환 기자◆선정수> 의사인 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정부 발표 이후 의대 학장들 모임이 있었는데 2천명은 지금으로서는 부실 의사를 양산할 수밖에 없는 과도한 수치다. 현실적인 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라고 말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때는 의대정원 400명 늘리겠다고 했다가 의료계 집단 진료 거부 사태가 일어나고 철회됐죠.
의사단체 전임 집행부를 중심으로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 보건복지부 장관 등을 '처단해야 할 원수', "똥개도 자기 밥그릇을 지키려고 한다" 는 거친 말을 쏟아내고 있어 국민들의 거부감은 더 커지고 있는 형국입니다.
◇조태임> 의대정원 늘리자는 의사들은 없나요?
◆선정수>
더좋은보건의료연대'(더보연)는 지난 8일 성명을 통해 "의대 증원을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더보연은 추무진 전 의협 회장과 김윤 서울의대 교수가 상임대표를 맡고 있고 의사를 비롯한 보건의료인, 환자들이 연대해 결성한 단체인데요. 더보연은 의대 정원을 매년 최대 4500명씩 30년을 증원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더보연은 "하지만 의대 정원 확대는 국민을 위한 필수 의료 확충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다"며 공공의대 설립과 지역의사제 등 지역·필수의료를 위한 추가 대책을 촉구했습니다.
제가 보는 문제의 핵심은
당장 긴급하게 진료를 받고 수술을 해야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상황에 잘 대응할 수 있는 의료 인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이냐 입니다. 그런데 의사들의 접근은 힘들게 공부해 의사됐는데 격무에 시달리면서 돈도 못벌고 소송만 당하면 거기 뭐하러 하냐 이런 것이거든요. 접점을 찾는 해법이 필요합니다. ◇조태임> 열심히 본분을 다해 일하는 의사분들도 굉장히 많은데 의사단체가 공공의 적이 되는 것같아 안타까워요. 하지만 또 그만큼 불신을 잃었다는 점에 대해서 의사단체들도 생각을 해봐야 할 듯 한데 결국은 대화가 답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까지 선정수팩트체커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