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택 대한의사협회 차기 회장 당선인이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구 의사협회에서 열리는 비대위 회의에 참석 전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대한의사협회(의협)가
전임 회장 당시 꾸려진 비상대책위원회와 내달 취임을 앞둔 차기회장 당선인 사이 엇박자를 보이며 미묘하게 갈라서는 양상이다.
8일 의료계에 따르면, 임현택 제42대 의협 회장 당선인은 내달 1일 정식 취임해 3년간의 임기를 시작한다. 당선인을 보좌하는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이날 의협 비대위와 대의원회에 '임 당선인의 비대위원장 수행 협조 요청의 건'이란 제목의 공문을 발송했다.
정부가 의대 2천 증원을 발표한 직후
이필수 전 회장이 자진사퇴하며 지난 2월 7일 구성된 '의대 증원 저지를 위한 비대위'의 위원장직을 임 당선인이 맡게 해달라는 게 골자다. 현재 비대위원장직은 김택우 강원도의사회장이 수행하고 있다.
앞서 임 당선인은 지난달 26일 의협 회장 선거 이후 김 위원장과 공동 비대위원장을 맡겠다는 의사를 전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한의사협회 회장직 인수위원회가 비상대책위원회 등에 8일 발송한 공문. 문서 화면 캡처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이 사실을 공문에 적시하며 "당선인의 뜻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로 한정해 단독위원장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김 위원장의 의견을 존중해 당선인이 수용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원래 의도와는 달리 비대위 운영과정에서 당선인의 뜻과 배치되는 의사결정과 대외 의견 표명이 여러 차례 이뤄졌고, 이로 인한 극심한 내외의 혼선이 발생했다"며 사실상 현 비대위의 노선을 비판했다.
인수위는 "현재 시국은 더욱 엄중해져만 가고 있다"며 "이에 혼선을 정리하고 다원화된 창구를 의협으로 단일화해 조직을 재정비하라는 14만 의사회원과 의대생들의 요구에 따라, (비대위원장 이임을)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인수위가 언급한 '혼선'은 최근 김성근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의대 증원을 1년 미루고 관련 정당성 등을 정확히 검토할 수 있는 위원회를 구성하자며, 의료계와 정부 모두 해당 위원회에서 도출된 결론을 따르자고 제안한 부분 등을 이른 것으로 보인다.
임 당선인은 시기나 방식은 재논의하되, 증원 자체는 충분히 논의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는 비대위의 시각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의협 안에서도 '강경파'로 분류되는 그는 저출생 등에 따라, 되레 의대 정원을 500명에서 1천 명 가량 줄여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지난 4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대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과 전격 회동하면서, 의료계 내부에서도 '대화'를 통한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데 대한 불만을 표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임 당선인은 박 위원장과 윤 대통령의 면담 당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내부의 적'(A few enemies inside) 운운하며 박 위원장을 에둘러 저격하는 듯한 글을 올리기도 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 7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의대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비대위 제7차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그는 당초 차기회장 당선 직후 소감에서도 "정부가 원점에서 (의대 증원 등) 재논의를 할 준비가 되고, 전공의와 학생들도 대화의 의지가 생길 때 (의·정 간) 협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의료계의 '과학적 통일안'이 대안으로 먼저 제시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정부와 달리,
정부가 '2천 증원'을 전면 백지화하는 것이 의·정 대화의 선결조건이라고 보는 셈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임 당선인이 의협 비대위원장에 오를 경우, 전날 의협 비대위가 총선 직후로 예고한 의협과 대전협,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 등의 합동 기자회견이 아예 무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