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11월 4일 오전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김진표 전 국회의장이 이태원 참사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되고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27일 CBS노컷뉴스의 취재에 의하면 김 전 의장은 최근 출간한 자신의 회고록 '대한민국은 무엇을 축적해왔는가'를 통해 당시 윤 대통령과의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윤 대통령과 김 전 의장은 국가조찬기도회를 계기로 2022년 12월 5일 독대해 이태원 참사로 인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거취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김 전 의장은 회고록을 통해 "나는 이 장관 역시 좀 더 일찍 정치적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며 "하지만 윤 대통령은 자신이 이태원 참사에 관해 강한 의심이 가는 게 있어 아무래도 결정을 못하겠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게 무엇인지 물었더니 이 사고가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되고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며 "그럴 경우 이 장관을 물러나게 한다면 억울한 일이라는 얘기를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김 전 의장은 "나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며 "극우 유튜버의 방송에서 나오는 음모론적인 말이 대통령의 입에서 술술 나온다는 것을 믿기 힘들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의 의구심이 얼마나 진심이었을지는 알 수 없으나, 상당히 위험한 반응이었다"며 "'그런 방송은 보지 마십시오'라고 말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지만 꾹 참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상민 장관은 그대로 유임되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예산안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겨우 통과됐다. 최악의 상황은 피한 셈"이라면서도 "그렇지만 이 일은 내가 윤석열 정부의 앞날을 가늠하게 된 지표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이 결정하지 못하면 주변 이들이 강하게 진언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 아무도 대통령에게 '노'라고 말하지 않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잘못된 생각을 하면 참모들이 바로잡아 줘야 하는데, 아무도 그러지 않는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김 전 의장은 50년간의 공직 생활 경험과 각 정권의 리더십에 대한 내용을 담은 회고록을 최근 출간하고, 전날인 26일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김진표 전 국회의장. 윤창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