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미국의 대표적인 보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 주도로 만들어진 '프로젝트 2025'가 민주·공화 양쪽으로부터 비판받는 신세가 됐다.
헤리티지는 지난 1981년 레이건 대통령 때부터 '리더십의 사명(Mandate for Leadership·MfL)'이라는 제목을 붙인 대통령 집권 프로젝트 보고서를 만들어 왔다.
레이건 집권 후 실제 MfL 권고사항의 60% 이상이 정책으로 채택되면서, 헤리티지의 프로젝트 보고서는 가치가 크게 올라갔다.
헤리티지는 이미 지난해 4월 900페이지가 넘는 '2025 프로젝트' 보고서를 만들어 세간의 주목을 받았고, 일각에서는 이를 트럼프 행정부 2기 정책집으로 보고 트럼프 집권 이후를 대비하는 데 참고서로 쓰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담긴 일부 지나친 보수 정책이 결국 스스로 발목을 잡은 셈이 됐다.
민주당에서는 '프로젝트 2025'를 사실상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청사진으로 등가취급하며 보고서에 담긴 통상·이민·낙태 분야의 극단적인 보수 정책을 연일 공격하고 있다.
'프로젝트 2025'에 트럼프 행정부 출신들이 많이 관련돼 있다는 점도 민주당의 단골 비판 소재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중도층 표심 이탈을 우려한 미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마저도 "'프로젝트 2025'는 나와는 무관하다"며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민주당은 '낙태권 이슈'와 관련해 '프로젝트 2025'가 제안한 낙태 약물에 대한 접근 제한 및 우편을 통한 배송 차단을 집요하게 파고들고 있다.
지난 2022년 미 연방대법원의 '로 대 웨이드 판례' 폐기 이후 미국 사회는 이에 대한 찬반으로 크게 나뉜 상태다.
각 주는 입법 공백을 막기 위해 자체적으로 '낙태금지법'을 제정하고 있지만 갈라진 여론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민주당은 트럼프 행정부때 보수 우위로 재편된 연방대법원을 연일 비판하며, 정권을 다시 잡을 경우 "여성에게 생식권을 돌려주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실제로 '로 대 웨이드' 판례 폐기 이후 실시된 각종 선거에서 여성·진보층이 결집하면서 민주당에 유리한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를 모를리 없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국적인 낙태 금지 공약 대신 "낙태 문제는 대법원 결정 취지대로 각 주(州)가 알아서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면서 '프로젝트 2025'에는 선을 긋고 있는 것이다.
다만 문제는 '프로젝트 2025'의 제안이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각종 유세·인터뷰에서 하는 얘기와 겹치는 부분이 많다는 점이다.
연합뉴스트럼프 전 대통령과 '프로젝트 2025' 모두 바이든 대통령의 학자금 대출 구제 프로그램과 환경 정책의 폐기를 제안하고 있다.
또한 강력한 국경 정책 및 대규모 이민 단속 실시와 불법 이민자에 대한 임시 보호조치 폐지에도 동의하고 있다.
법무부에 대한 백악관의 감독권 강화도 일치하는 부분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최근 트럼프캠프측은 헤리티지 재단 주요 관계자들이 각종 언론 인터뷰 등에서 '프로젝트 2025'를 계속 홍보하고 중요한 뉴스에 노출되는 것에 대해 우려와 분노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측은 "우리는 1년 이상 '프로젝트 2025'가 재선 캠페인과 아무런 관련이 없고, 우리를 대변하지 않는다는 점을 매우 분명히 밝혀왔다"며 "이를 트럼프 전 대통령과 어떤 식으로든 연관지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측은 "'프로젝트 2025'는 트럼프를 위해 그의 측근·동맹들이 썼다는 것은 자명하고, 이제와서 숨긴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그들이 숨기면 숨길수록 유권자들은 더 의심을 하고 우려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