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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전기차화재, 지하가 위험하다…참사 막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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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전기차화재, 지하가 위험하다…참사 막으려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현장. 연합뉴스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현장. 연합뉴스
    경기도 화성 소재 리튬배터리 제조업체인 아리셀 화재 참사의 기억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 내 지하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가 발생했다. 배터리 화재라는 새로운 유형의 재난이 일반 시민들의 코앞까지 엄습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1일 오전 6시 15분쯤 인천 청라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벤츠 전기차에 화재가 발생해 8시간 20분 만에 진화됐다. 흰색 벤츠 승용차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다가 강력한 폭발과 함께 불길이 치솟는 장면이 CCTV에 담긴 것으로 보아 일단 배터리 폭발로 추정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불은 나란히 주차된 차량에 옮겨붙어 40대가 불에 탔고 100여대는 열손과 그을림 피해를 입는 등 무려 140대의 차량피해를 냈다. 연기 흡입 등으로 23명이 병원에 이송됐고, 아파트 단지내 5개동 480여 세대가 정전피해를 입어 주민 일부는 임시주거시설에서 밤을 지냈다고 한다.
     
    불이 난 전기차는 메르세데스-벤츠 전기 세단인 EQE 350+ 모델이며, 중국 CATL社의 니켈·코발트·망간(NCM) 811 배터리셀이 탑재된 것으로 알려진다. CATL이 채택한 각형 배터리는 파우치형에 비해 폭발성향이 강하다.
     
    전기차 화재가 위험한 이유는 아리셀 화재참사에서도 보듯 리튬이온 배터리의 '열폭주' 현상 때문이다. 마치 용광로처럼 순식간에 섭씨 1000도까지 온도가 올라가고 분말소화기로는 배터리 내부를 냉각시키지 못해 진화가 불가능하다. 특히 배터리 업체들이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 에너지 밀도를 높이다보면 배터리 셀 내에 열이 증가해 화재나 폭발위험은 그만큼 커지게 마련이다.
     
    지하주차장 화재는 더 위험하다. 폐쇄적 구조와 밀폐된 공간이 진압 장비의 접근을 막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기차 화재에 대비해서 도입한 '이동식 수조'도 지하주차장에는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 전기차 주변에 물막이판을 설치해서 물을 채워 불을 끄는 방식인데, 빽빽하게 주차된 차량들 때문에 화재차량 주위에 임시 수조를 만들기도 쉽지 않을 뿐 아니라, 밀폐된 지하에 가득 찬 연기가 불이난 곳까지의 접근을 막는다. 특히 건물 지상부는 주민들의 거주공간인 만큼 유독가스로 인한 대규모 인명피해도 우려된다.
     아파트 주차장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 연합뉴스아파트 주차장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 연합뉴스
    문제는 앞으로가 더 위험하다는데 있다. 전기차의 보급이 확대되면서 전기차 화재 발생이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018년 3건이던 전기차 화재는 지난해 23건으로 5년 만에 8배 가까이 늘었다. 아파트 등 다중이용시설의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경우는 지난해 10건에 이른다. 훗날 전기차로 가득찬 지하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경우를 상상하면 끔찍하다.
     
    이번 아파트 지하주차장 화재는 앞으로 닥칠지 모를 참사를 막기 위해 우리에게 보내는 경고로 삼아야 한다.
     
    먼저, 당국은 사각지대에 놓인 지하공간의 전기차 주차와 충전소 설치에 대한 기준과 규제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화재유형이 바뀌고 있는 만큼 현실을 반영해서 제도적 보완을 서둘러야 한다. 특히 전기차 화재는 충전할 때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 점을 고려해 충전소의 지상 설치를 유도하고, 지상에도 전기차 주차공간을 마련해 분산할 필요가 있다.
     
    배터리 화재를 즉각 진화할 수 있는 소방설비를 개발해 현장에 널리 보급하는 정책적 뒷받침도 서둘러야 한다.
     
    안전에 앞서는 고려사항은 없다. 사고가 잦으면 궁극적으로 소비자의 불안심리를 자극해 전기차 보급이 한계에 부닥칠 수 있다는 점에서 전기차 배터리 업체나 자동차 업체들은 에너지밀도 경쟁보다 안전성을 높이는 기술개발에 더욱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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