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 있는 벤테 베네수엘라 정당 대선 캠프 사무실 벽면에 검은 스프레이로 낙서가 그려져 있다. 연합뉴스대통령선거 부정 개표 논란으로 혼란이 거듭되는 베네수엘라에서 이번 주말 야권 주최 거리 집회를 앞두고 복면 괴한들이 야권 지도자 사무실을 침입한 사건이 발생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야권 주력 정당 중 한 곳인 벤테 베네수엘라(VV)는 2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에 "이날 오전 3시에 총기를 든 사람들이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의 사무 공간에 난입했다"며 "복면을 쓴 남성 6명이 보안 요원을 제압하고 위협했다"고 적었다.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인 마차도는 벤테 베네수엘라 정당 창립 멤버이자 정책 고문이다.
벤테 베네수엘라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게시물 동영상에는 벽면에 검은색 스프레이 페인트로 쓴 것으로 보이는 낙서와 함께 일부 파손된 집기류와 흐트러진 서류 등이 담겼다.
벤테 베네수엘라는 "괴한들이 우리 장비와 문서들도 가져갔다"며 "정치적인 이유로 우리가 당해야만 했던 피해 사실을 전 세계에 알린다"고 썼다.
야권 핵심 의사결정 조직인 '코만도 콘 베네수엘라'는 별도의 엑스 계정을 통해 개표 관련 자료를 훔쳐 가기 위한 시도로 간주하며 "그들은 틀렸다. 선거 개표 관련 자료들은 디지털 클라우드로 보관 중이며 수백만 명이 (온라인으로)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 달 28일 대선 이후 6시간여만에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당선(3선)을 확정받은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선거 결과에 도전하는 세력이 있다"며 엄중 대응을 천명한 이후 발생했다.
야권 측은 주말 집회를 앞두고 야권 지지자들을 겁박하려는 시도로 보고 있다.
마차도는 주말인 3일 예정된 거리 집회에 야권 지지자들의 평화적인 참여를 독려한 바 있다.
피선거권 박탈로 대권 도전을 접은 마차도를 대신해 이번 대선에 출마했던 에드문도 곤살레스 후보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투표에 참여한 유권자에 대한 탄압과 우리 선거팀에 대한 핍박이 점점 가중한다"며 "평화로 가는 길은 진실뿐"이라고 호소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야권의 움직임을 정부 전복 계획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그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전날 "압도적 증거를 고려할 때 곤살레스가 대선 승리자"라고 언급한 것을 문제 삼으며 "미국이 베네수엘라 내정에 간섭하는 건 끔찍한 모순"이라고 비난했다고 현지 일간 엘우니베르살은 보도했다.
이반 힐 외교부 장관 역시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국이 쿠데타의 최전선에 서 있다"며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도구와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조작으로 거짓 내러티브를 생성하기 위한 비뚤어진 책략을 규탄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 외교부는 베네수엘라 대선에서 곤살레스 후보가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며, '마두로 패배'를 우회적으로 공언했고, 에콰도르와 코스타리카 역시 "베네수엘라 대통령 당선인은 곤살레스"라고 선언했다.
한편, 마두로 대통령은 전날 밤 대통령궁에서 연 경제단체 회의에서 해킹그룹 어나니머스가 개표 시스템 공격 책임을 인정했다고 밝히며 "저는 개표 과정 확인에 들어간 대법원의 법과 원칙에 따른 판단을 존중하고, 국민 편에 서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개표율 80%대에서 득표율을 공개한 뒤 마두로 당선을 공식화한 베네수엘라 선관위는 이날 2차로 "96.87% 개표 결과 마두로 대통령은 51.95%를 기록해, 43.18%의 곤살레스 후보를 앞섰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1차 때와 마찬가지로 "대통령 당선인에 변화가 없다는 점을 재확인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