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임기 반환점을 앞둔 윤석열 정부가 '지지율 하락세', '극한 대치를 거듭하는 대야(對野) 관계', '당정 간 파열음' 등 갖가지 과제에 둘러싸여 있는 형국이다. 연금·의료·교육·노동 및 저출생 대응 등 핵심 개혁 과제 추진을 위해선 이 같은 과제에 대한 돌파구가 절실하지만 이렇다 할 해법은 안갯속이다.
대통령실은 개혁 추진에 있어 지지율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않고, 국회와의 관계도 '정공법'을 택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장기간 '여론'과 '국회 관계'에서 교착 상태가 이어진다면 개혁 동력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추석을 기점으로 윤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정국 구상에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취임 이래 최저 지지율…'의대 정원 확대'는 뜨거운 감자
윤 대통령에게 이번 추석 연휴는 주요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지난달 29일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연금·의료·교육·노동 및 저출생 대응의 '4+1 개혁' 완수 의지를 재확인한 이후 맞는 첫 명절이다. 그만큼 '밥상 민심' 향배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울러 의료 개혁 여파에 따른 추석 연휴 '응급실 대란' 우려를 잠재울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추석 연휴 직전까지 윤 대통령 지지율은 고전을 거듭한 바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0~12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 긍정 평가율은 20%로 취임 후 최저치로 나타났다. 윤 대통령 지지율은 4월 총선 이후 16번의 갤럽 조사에서 연속 20%대를 기록하는 등 반등의 기미를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의료 개혁의 핵심 과제인 '의대 정원 확대'는 지난 3~5일 갤럽 조사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부정 평가 1위에 오른 이후, 이번 조사까지 1위를 유지했다. 의료계와의 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여론 확보에서도 '비상등'이 켜진 것이다. 다만 '의대 정원 확대'는 긍정 평가 이유에서도 2위를 기록하며 여론 지지 불씨는 살려둔 상태다.
윤 대통령 지지율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9~13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27.0%로 정부 출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리얼미터 최홍태 선임연구위원은 "이념 보수층, 지지층 결집 약화로 과반 지지선이 무너지며 국정 동력 적신호가 켜진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윤 대통령은 의료·연금개혁 등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히는 굵직한 개혁 사안에 대한 추진 의지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일반 여론의 지지가 절실하다. 하지만 정작 개혁과제와 관련해 여론이 악화하고 있고, 20~30% 사이 낮은 지지율은 국정 동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통령실은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의료개혁이라는 어려운 과제를 지지율이 20%대인 가장 저조한 때 시작했다"며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쉽지 않은 길을 선택한 것으로 국민의 목소리에 계속해서 귀를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개혁 문제엔 저항과 그에 따른 피로감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지지율에 영향이 있으리라고 본다"며 "하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여러 개혁은 미래를 위한 것인 만큼, 지지율이 변수가 될 수는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한편, 앞서 인용된 한국갤럽의 조사는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은 10.4%다. 리얼미터 조사는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P, 응답률은 2.8%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야당과의 극한 대립, 여당과도 미묘한 갈등…해법은 '불확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연합뉴스국회와의 관계도 여전히 주요 과제다. 다수 의석을 차지한 야당과 극한의 대립을 이어가는 와중에 여당과의 관계도 순탄치 않은 게 대통령실을 둘러싼 현실이다.
특히 거대 야당과의 관계는 그야말로 악화일로(惡化一路) 상황이다.
국회에서 쟁점 법안을 야당이 단독 처리하고, 정부로 이송된 법안에 대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는 이른바 '거부권 정국'이 이번 정부 들어서만 벌써 21차례 반복된 것이 상징적이다. 임기 절반도 되지 않은 시점에 벌써 1987년 민주화 이후 재임한 대통령 중 가장 많은 거부권 행사 횟수를 기록한 것이다.
날 선 대치는 급기야 '탄핵'을 거론하는 상황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야당 일부 의원들은 '윤석열 탄핵준비 의원연대'를 결성하고, 대통령실은 이에 "이재명 방탄연대 빌드업이냐"고 맞대응하는 등 거친 언행을 주고받고 있다. 윤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2차 영수회담'을 언급하는 것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여당과의 편치 않은 관계도 과제다. 최근 의료개혁과 의정갈등 국면에서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측과 예정됐던 만찬을 추석 이후로 미루는 등 불편한 모습을 비췄다. 당시 대통령실은 추석을 앞두고 민생 대책을 먼저 챙겨야 한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일각에선 의료개혁, 특히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 유예를 두고 당정 간 이견이 불거진 여파란 해석이 나왔다.
윤 대통령은 이후 국민의힘 일부 최고위원들과 만찬을 같이 하기도 했지만, 아직 한 대표를 포함한 지도부 공식 만찬은 일정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은 '정공법'을 유지하고 '민생 문제'에 집중하며 난국을 돌파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정공법이 답이다. 야당이든 여당이든 정상적인 방법으로 가야지, 강요, 변칙은 선택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원칙론'에 따라 야당이 단독 처리한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등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대통령실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 대표, 한 대표와의 관계보다 더 중요한 건 '민생' 문제"라며 "가령 연금 문제만 해도, 대통령은 이 중요한 주제에 대한 입장을 이미 내놓은 것이다. 이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