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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진실 밝혀지길"…'10·29 기억과 안전의 길' 빌보드 개막

사건/사고

    "그날의 진실 밝혀지길"…'10·29 기억과 안전의 길' 빌보드 개막

    이태원 참사 2주기 앞두고…희생자 추모 사진작품 3점 전시
    사진작가 노순택·홍순훤·윤성희 참여…"참사 남긴 흔적 기록"
    희생자들 이름 담아…영어·일어·아랍어 등 14개 언어 메시지 남겨
    이태원 참사 유가족 "연대에 감사…특조위가 진실 밝혀줄 것 기대"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를 앞둔 28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인근 참사 현장에서 시민들이 기억과 안전의 길 빌보드를 지나치고 있다. 연합뉴스10·29 이태원 참사 2주기를 앞둔 28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인근 참사 현장에서 시민들이 기억과 안전의 길 빌보드를 지나치고 있다. 연합뉴스
    "살아있는 한, 나는 움직이고 다녀온다. 당신들이 그러하듯. 그들이 그러했듯. 왜 하필 거기 갔는지, 후회하는 날도 없진 않다. 알았다면 가지 않았을 것이다. 모르기에 사는 삶, 알았다면 누가 거기와 여기에 있을까. 왜 하필 거기 갔는가, 묻는 소리. 입 잃은 이를 탓하고, 죄와 책임의 때를 묻히는 모욕의 소리들."

    검은 밤하늘에 떠오른 하얀 보름달과 그 앞으로 자욱한 연기를 사진에 담은 노순택 사진작가는 작품 설명에 이렇게 적었다.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를 하루 앞둔 28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의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에는 노 작가의 '참사 100일 되던 날 남해 바닷가에 뜬 대보름달' 등 총 3점의 사진 작품이 전시됐다.

    노 작가는 이태원 참사 발생 100일이 되던 날 맞은 정월대보름에 달을 보며 "달은 오로지 앞면을 보여주지만, 우리는 달의 뒷면을 알고 있다"며 참사의 진상이 밝혀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

    함께 걸린 작품은 홍진원 작가의 '일본 효고현 아카시시 JR 고베선 아사기리역 불꽃축제 압사사고 현장'과 윤성희 작가의 '발광 신호 안동 부용대'다.

    홍 작가는 2001년 발생한 일본 효고현 '아카시시(市) 압사 참사' 현장의 현재 모습을, 윤 작가는 밤하늘에 명멸하는 불꽃을 각각 사진에 담았다.

    이들 작품에는 희생자들의 이름이 새겨졌고, 영어·일어·아랍어 등 14개 외국어로 번역된 메시지가 더해져 각국의 희생자들을 기억하고자 했다.

    권은비 작가가 28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골목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에서 열린 빌보드 개막식에서 작품 소개를 하고 있다. 박희영 기자권은비 작가가 28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골목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에서 열린 빌보드 개막식에서 작품 소개를 하고 있다. 박희영 기자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는 이날 오전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참사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은 진실과 정의, 사회적 연대를 통해 끝내 이루고자 하는 온전한 사회적 치유를 위한 한 걸음"이라고 밝혔다.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공동운영위원장인 자캐오 신부는 "앞선 사회적 참사들이 지연된 정의와 조각난 진실로 인해 여러 피해자들과 그들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더 큰 상처와 아픔을 주는 장면을 반복해서 목격했다"며 "유가족과 생존 피해자, 지역 주민과 상인 등 사회적 연대로 이어진 우리는 서로에게 마음과 곁을 내어주며 이전과 다른 길을 열어가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 용산구, 서울시, 행정안전부 등은 협의체를 구성해 이태원역 1번 출구 인근 해밀톤호텔 옆 골목을 '10·29 기억과 안전의 길'로 지정하고, 추모 예술작품과 기록을 위한 게시판 등을 설치했다.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를 앞둔 28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출구 인근 참사 현장에서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가 연 '기억과 안전의 길' 빌보드 개막식 기자회견에서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위원장이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를 앞둔 28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출구 인근 참사 현장에서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가 연 '기억과 안전의 길' 빌보드 개막식 기자회견에서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위원장이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발언에 나선 이정민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우리 아이들은 즐겁게 주말을 보내기 위해 이곳을 찾아왔다가 참변을 당했다"며 "왜 여기를 찾아왔느냐, 왜 놀러 왔느냐 (탓하는) 말에 너무나 힘들고 가슴 아팠다"고 했다.

    이어 "이곳에 찾아왔어도 무사히 귀가할 수 있게끔 역할을 하는 게 국가와 정부가 해야할 일인데 그 역할을 못했기 때문에 이 많은 사람이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 위원장은 "이 지역을 관할하는 지자체장과 서울경찰청장은 죄가 없다고 말하는데, 3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는데도 죄가 없다면 그 죄는 누가 있는가?"라며 "무엇이 잘못됐는지 명명백백히 특별조사위원회에서 밝혀질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골목에서 희생당한 영혼들을 애도하며 이곳을 찾는 많은 사람들이 그날의 참상을 기억해주기를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태원참사로 희생된 호주인 그레이스 라쉐드씨의 어머니 조안 라쉐드씨와 여동생, 사촌언니 등 유족들도 참여했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오는 29일 참사 2주기를 맞아 21부터 29일까지 집중 추모 주간으로 정하고 기자간담회, 정책포럼, 콘서트, 학술대회, 시민추모대회 등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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