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종호> 기후의 눈으로 경제를 읽다. CBS 기후로운 경제생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홍종호입니다. 한 주 동안 세계 각지에서 벌어진 기후 현안 전해드리는 주간 기후 브리핑 시간입니다. 오늘도 CBS 경제부 최서윤 기자 나와 계세요. 안녕하세요.
◇ 최서윤> 네. 안녕하세요. 이번 주에도 두 가지 소식 준비했습니다. 먼저 첫 번째 소식은요.
폭염, 폭우 그리고 폭설까지 2024년 한반도에 무슨 일이.◆ 홍종호> 단풍도 다 안 떨어졌는데 지난주 엄청난 폭설이 전국적으로 왔잖아요. 특히 수도권 심했고요. 지난주에 스페인에서 가뭄 끝에 비가 오나 했더니 너무 많이 와서 많은 분들이 사망했고 올리브 산업도 크게 손실을 봤다는 소식을 전했는데 이말 하자마자 한국에서 폭설이 와서 인명피해까지 있지 않았습니까?
◇ 최서윤> 네. 굳이 스페인까지 갈 것도 없이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죠. 통상 첫눈이 원래 진눈깨비나 서리와 같이 오기 때문에 와도 다음 날 되면 왔는지도 모르게 오는 게 첫눈이었잖아요. 이번 첫눈, 완전히 달랐습니다. 11월 26일 밤부터 이틀 연속으로 내렸죠. 11월 28일 아침에 수도권에 쌓인 눈이 최대 40cm가 넘었다고 합니다. 11월에 이 정도 적설량은 1907년 이래 우리 117년간 기상관측 사상 처음입니다.
당연히 출근길 교통 마비됐죠. 일부 학교는 임시 휴교령이 내려지기도 했습니다. 경기도 수원에서는 나중에 국가대표 스키 선수 출신으로 밝혀지긴 했지만 어떤 체육 교사가 스키를 타고 출근하는 사진이 해프닝처럼 전해졌었고요.
◇ 최서윤> 경기 용인시에서는 나무가 쌓인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쓰러지면서 그 밑에서 눈을 치우던 노인을 덮치는 안타까운 사망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11월 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간 이어진 폭설로 5명이 사망하고 400여 명이 집을 떠나 대피한 것으로 집계가 됐습니다. 행정안전부는 사망자들에 대해서 직접적인 폭설과 관련이 있는 공식 사망 사고는 없다고 발표하고 있어서 논란이 됐어요. 폭설 이후에 진행한 제설 작업 중 벌어진 안전사고에 의한 거다, 라고 얘기를 하고 있는데 나중에 이 문제 관련해서도 한번 짚어봐야 할 것 같아요.
◆ 홍종호> 법적인 문제도 될 수 있고 보험 관련된 것도 될 수 있고 보상, 배상 문제 다 관련되네요.
◇ 최서윤> 네. 각종 문제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 충남 천안에서는 공장 천장이 붕괴됐고요. 경기 지역에서는 비닐하우스가 파손되면서 인명피해뿐만 아니라 재산 피해도 잇따랐습니다.
◆ 홍종호> 올해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더운 한 해였지만 한국에서도 예외 없이 날씨에 관한 기록적이라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어요.
◇ 최서윤> 맞습니다. 우리나라 보면 한 해에 기록적 폭염, 그리고 그 직후에 이어진 기록적 폭우. 그리고 이번에 첫눈이 기록적 폭설로 찾아왔죠. 남부 지역에 이번에 올여름 폭염이 되게 길었잖아요. 그래서 9월 중순까지도 너무 더웠는데 그 직후에 갑자기 남부 지역에 200년 만에 폭우가 발생했습니다. 이때도 상당히 피해가 컸죠. 이번에는 폭설까지 이어졌기 때문에 아주 극단적인 기상 현상이 한 해에 한 번에 몇 달 사이에 다 일어난 겁니다.
올해 가을 보내시면서도 많이 느끼셨을 거예요. 기온이 들쑥날쑥했어요. 저 같은 경우는 옷을 여름옷, 가을옷, 겨울옷을 다 꺼내놓고 섞어가면서 입었을 정도거든요. 이런 현상이 올겨울 내내 지속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기상청이 올해는 평년보다 포근한 겨울이 될 거라고 발표를 했는데 동시에 기온 변동 폭이 굉장히 클 거라는 예측이 뒤따르고 있습니다. 우스꽝스러운 뉴스도 있었는데요. 서울 송파구에 있는 2018년에 입주한 신축 아파트에서 온수랑 난방이 중단돼서 입주민들한테 사우나 이용권을 나눠주는 해프닝이 발생했어요.
◆ 홍종호> 참 웃지 못할 일이네요.
◇ 최서윤> 네. 그런데 서울 송파구라고 하면 우리나라에서도 아주 기반 시설이 잘 갖춰진 지역이잖아요. 이런 곳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으면 지역 피해는 어떨지 두말할 것도 없습니다.
◆ 홍종호> 과거에 1989년도에 박사과정 학생일 때 기후변화와 관련된 수업을 들으면서 앞으로 기후의 변동성, 날씨의 변동성이 심해진다. 그런 그래프도 교수님이 보여주고 했었는데 그게 30년이 지난 현재 일어나고 있는 거예요. 계속 변동성이 커지면서 더웠다, 추웠다, 비가 심하게 왔다. 또 너무 더웠다. 이런 일들이 계속 벌어지고 그 현상을 지금 우리가 눈앞에서 경험하고 있는 거죠. 이런 날씨의 원인은 결국 지구 온난화라는 거고요.
◇ 최서윤> 네. 지구 온난화에 있고요. 관련해서 키워드 두 가지로 설명 드릴게요. 제트 기류랑 뜨거운 바다 때문입니다. 먼저 제트 기류는 하늘 아주 높은 곳에 있는 하늘 위의 공기 흐름을 말합니다. 북극의 찬 공기를 가둬서 기온을 적절하게 유지시켜주는 방패 역할을 한다고 보시면 되는데요. 북극이 지구 온난화로 뜨거워지면서 제트기류가 힘이 약해졌습니다. 그럼 어떻게 될까요? 북극의 찬 공기를 가두는 힘이 약해졌기 때문에 찬 공기가 아래로 내려오게 됩니다. 그래서 한반도에 위치한 중위도까지 내려오면서 냉기가 우리나라에도 찾아와서 기습 한파가 찾아오는 겁니다.
두 번째로 뜨거운 바다 역시 지구 온난화로 해수 온도가 상승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죠. 바다가 비정상적으로 따뜻하다 보니까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서 온난한 공기가 한반도에 자주 유입되는 겁니다. 기온을 끌어올릴 수밖에 없어요. 이 부분과 관련해서 저희 지난 여름에 김백민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 인터뷰 진행했었잖아요.
◇ 김백민> 지금 동해의 수온 상승이 가장 극심한데요. 동해 수온 상승보다 제가 더 두려워하는 거는 황해 쪽이죠. 황해 쪽 같은 경우에 수온 상승이 올라가면 기본적으로 바람이 제트 기류를 따라서 불기 때문에 서에서 동으로 불거든요. 거기서 생겨진 비구름대가 수도권 지역을 습격하게 되는 거죠.
◆ 홍종호> 직접적인 피해를 미칠 수 있다.
◇ 김백민> 그렇죠. 황해 쪽의 수온 상승은 우리나라에 더 큰 직접적인 피해를 가지고 올 수 있어서.
◆ 홍종호> 육지에 미치는 기상 피해가 있을 수 있다. 이런 말씀이시군요.
◇ 김백민> 아직까지는 황해 쪽의 수온 상승이 동해보다는 조금 작은데요. 앞으로는 황해 쪽도 급격히 따라잡을 가능성이 큽니다.
*기사 보기 :
'해수면 온도' 급상승 재앙…한국 바다는 더 뜨겁다[기후로운 경제생활]
◆ 홍종호> 그래요. 지난 여름에 했던 이야기인데 3개월이 지나서 현실화됐네요. 서해 수온 상승이 수도권에 일시 영향을 줄 것이다. 그땐 더 위험할 수 있다는 경고였는데 이번 폭설과 직결되는 얘기인 것 같아요.
◇ 최서윤> 그렇습니다. 이번 폭설의 원인이 해기차에 있다고 보시면 돼요. 해기차, 해수 온도와 대기 온도의 차이인데요. 바다는 뜨거운데 공기는 차가운 겁니다. 지금 서해 해수면 온도가 많이 올라서 섭씨 한 12도에서 15도 정도 된다 그래요. 이게 평년보다 한 1~2도 정도 높은 상황이라고 하는데요. 올여름에 유난히 뜨거웠던 그 바닷물이 아직 식지 않았던 겁니다. 근데 이 바다 위에서 북쪽에서 내려온 차가운 공기랑 만나면서 해기차가 무려 25도에 달했다고 합니다. 증발량이 많아지면서 눈구름도 강하게 발달을 하게 된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래서 서해에 만들어진 눈구름이 기압골의 영향으로 수도권까지 들어오게 되면서 수도권 지역에 폭설이 내리게 된 거라고 보시면 돼요. 이번에 바닷물이 뜨거워졌던 이유 관련해서 김백민 교수님께 다시 한번 전화 인터뷰를 통해서 내용을 들어봤거든요. 함께 또 듣고 오시겠습니다.
◇ 김백민> 2023년, 2024년 한반도 주변 바닷물 온도가 뜨거워도 너무 뜨거워서 그때 제가 인터뷰했을 때도 전문가로서도 경악스러운 수준이라고 말씀드렸었잖아요. 그 이유는 기본적으로 올해 지구 온난화 때문에 우리나라가 전반적으로 한 2배에서 3배 정도 해수면 온도 상승 속도가 빠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점점 뜨거워지고 있는데 거기다가 엘니뇨 해이기도 했어요. 엘니뇨가 라니냐로 바뀌고 있기는 하지만 엘리뇨 때는 기본적으로 바닷물 온도가 더 뜨겁거든요.
그리고 자연적인 요인이죠. 자연적으로 햇빛의 세기 그러니까 태양 활동도 굉장히 세서 태양 에너지가 바닷물을 많이 달구는 경향도 있었고요. 이유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태평양 10년 주기 진동이라고 해서 한반도 주변 바닷물이 자연스럽게 뜨거워지는 복잡한 이유들이 있거든요.
사람의 인생에서 삼재 들었다고 하죠. 이처럼 지구 온난화 이외에도 자연스럽게 우연히 바닷물이 뜨거울 수 있는 요인들이 많이 겹쳤던 한 해가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 홍종호> 2024년도에 세 가지 악재가 겹쳤다는 거군요.
◇ 최서윤> 네. 이번에 내린 눈 보시면요. 거리에 눈사람이 많이 만들어져 있더라고요. 눈이 잘 뭉쳐지는 거예요. 왜 잘 뭉쳐졌냐면 물을 많이 머금고 있어서, 눈이 습한 편이라서 단단하고 쉽게 뭉쳐졌어요. 이걸 습설이라고 부릅니다. 바다 위에서 만들어진 눈이 물길을 많이 머금은 눈인데 습설의 특징이 눈이 무겁다는 겁니다. 생각해 보면 옷도 입고 있으면 가벼운데 빨래를 하려고 물에 적셔 넣으면 굉장히 무거워지잖아요. 무게를 수치로 말씀드리면 가로 10m 세로 10m, 100㎡ 정도 공간에 20cm 정도 쌓이면 무게가 2.4톤까지 올라간다고 합니다.
◆ 홍종호> 지붕도 무너지고 하는 것들이 다 우연이 아니네요.
◇ 최서윤> 네. 눈이 너무 무거웠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김백민 교수가 얘기하셨듯이 이번에 엘니뇨가 지나가고 라니냐로 바뀌고 있는데 라니냐 해의 겨울철에는 강수량이 적은 경향이 있다. 이런 분석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김백민 교수 역시 이번 겨울에는 이번 11월 같은 폭설이나 엄청난 눈은 덜할 걸로 보인다고 해요.
기온도 많이 떨어지고 공기도 건조해지고 물 온도도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기후에는 다양한 요소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성급하게 일반화하기는 어렵겠죠. 앞으로 기록적인 재난이 우리한테 더 가까이 더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는 걸 느끼면서 유의를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 홍종호> 제가 종종 대중 강연, 지역 주민들과 함께 강의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과거에는 기후변화 얘기하면 집중을 덜 하셨어요. 근데 최근에는 직접 체감을 하니까 너무 덥다, 비가 너무 많이 온다, 폭설 이런 게 있으니까 훨씬 체감도가 높아지는 것을 앞에 단상에 서는 순간 느끼겠더라고요. 이미 국민들께서도 기후변화가 내 앞에다가 다가와 있구나 하는 거를 느끼는 거죠. 온몸으로 기후변화를 느끼는 시대가 됐습니다. 정말 건강 조심하시고 준비 단단히 하셔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