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주 기자윤석열 대통령이 체포 52일 만에 석방되면서 향후 진행될 사법 절차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특히 공소유지를 맡은 검찰 입장에선 '자유의 몸'이 된 윤 대통령을 상대로 부담감을 떠안게 됐다. 공범으로 기소된 다른 피의자들과 말 맞추기 우려가 있는 데다, 윤 대통령의 외부 여론전까지 감당해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尹, 변론 강화에 '말 맞추기' 우려도…검찰 부담↑
9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전날 석방된 윤 대통령에 대해 불구속 수사 방침을 이어갈 전망이다. 이미 법원의 구속취소 인용 결정에 즉시항고도 하지 않은 만큼 추가적인 구속 절차는 밟지 않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하지만 '내란 우두머리' 사건을 진행할 검찰의 부담감은 더욱 커졌다. 윤 대통령이 자유의 몸이 되면서 고려하지 않던 변수들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시간 제약이 있었던 구치소 수감 때와 달리 자유롭게 변호인들과 재판 대응이 가능해졌다. 안가에서 머물며 실시간으로 논의가 가능해진 것이다.
일각에선 공범으로 기소된 다른 피고인들과 말 맞추기가 우려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주요 피고인들의 변호인들과 실시간 소통하며 변론 전략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에게 위축된 피고인들이 수사기관에서 했던 진술을 형사재판에서 번복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 법조인은 "윤 대통령이 불구속 상태가 된 만큼 변호인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고 변론 전략도 더 강화할 수 있다"며 "공범들이 대부분 구속되긴 했지만 그들의 변호인들과도 소통하면서 이른바 말 맞추기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짚었다.
尹 여론전-野 공세에 사면초가 놓인 檢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에 검찰이 항고를 포기하면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오후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나와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의왕=황진환 기자법정 밖 상황도 여의치 않다. 윤 대통령이 지지자들을 상대로 여론전을 펼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전날 서울구치소와 서울 용산 한남동 관저를 지나가던 중 경호차에서 내린 뒤 지지자들에게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고 90도로 인사했다. 석방된 직후에는 대리인단을 통해 "그동안 추운 날씨에 응원을 보내준 국민들과 미래세대 여러분에게 깊이 감사드린다"고 전하기도 했다.
검찰 지휘부도 사면초가에 몰린 형국이다. 심우정 검찰총장이 총대를 메고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 인용에 항고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이야기가 알려지자 정치권에선 공세가 쏟아졌다. 더불어민주당은 "내란 수괴의 졸개이기를 자처한 심우정 검찰총장과 검찰은 국민의 가혹한 심판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강하게 몰아세웠다.
여기에 수사팀의 떨어진 사기도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수사팀은 검찰 지휘부에 즉시항고를 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탄핵심판엔 변수 없을 듯…다음주 선고 예상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권 논란 역시 윤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재판에서 다뤄질 전망이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을 체포 및 구속했고, 검찰은 이를 넘겨받아 기소했다.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 측은 수사 절차 문제성을 주장해왔는데, 법원은 문제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면서도 논란 자체는 인정하며 구속취소의 또 다른 사유로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 측이 공수처의 수사 권한과 증거능력 등을 문제삼을 가능성이 큰 만큼, 검찰 역시 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다만 윤 대통령의 또다른 쟁점인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은 구속취소 결정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탄핵심판과 형사재판의 구속 여부와는 별개인 영역인데다, 공수처의 수사자료 역시 탄핵심판의 증거로 제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석방된 윤 대통령은 당장 이날부터 형사재판 대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음 공판기일은 이달 24일이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은 다음주 중 나올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