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북부 폐허 속에서 라마단을 기념하는 주민들. 연합뉴스이스라엘이 9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전력 공급을 중단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에 1단계 휴전 연장을 요구했지만 하마스가 이에 응하지 않자 이른바 '지옥 계획'을 통해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다.
엘리 코헨 이스라엘 에너지장관은 이날 자신의 X(엑스·옛 트위터)에 "가자지구의 전기 공급을 즉시 차단하라는 명령에 서명했다"며 "이제 말보다 행동할 때"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모든 인질이 돌아올 수 있도록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미국 CNN은 이날 이스라엘 전력공사(ICE)가 실제로 가자지구로 공급되는 전력을 차단했다고 보도했다.
이자트 알리쉬크 하마스 정치국 위원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가자지구에 식량, 의약품, 물을 공급하지 않고 전기마저 차단하기로 한 점령군의 결정을 강력히 비난한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인권단체 '기샤'에 따르면 가자지구 중부에 식수를 공급하는 해수담수화 시설은 기존 하루 1만8천t의 식수를 공급했으나, 전기 공급이 끊기면 디젤 발전기를 가동하더라도 공급량이 하루 2500t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가자지구는 이미 심각한 식수 부족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현재 가자지구에는 지하수를 퍼 올리는 데 필요한 발전기를 가동할 연료조차 부족한 상황이다. 물을 끓일 조리용 가스도 동이 났다고 한다.
현지 공영 매체인 칸 방송에 따르면 이번 전기 공급 중단 조치는 이스라엘 총리실이 추진 중인 이른바 '지옥 계획'의 일환이다.
오메르 도스트리 이스라엘 총리실 대변인은 지난 4일 현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하마스가 계속 거부한다면 수도와 전기 차단, 교전 재개 등 준비해 둔 지렛대(레버리지)를 차례로 실행에 옮길 것"이라며 "미국과 조율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앞서 이스라엘은 지난 2일 가자지구에 대한 구호 물품 반입도 중단했다.
가자지구 인근에 배치된 이스라엘군 병사들의 모습. 연합뉴스이스라엘은 2단계 협상으로 곧바로 진행하는 대신, 우선 1단계 휴전을 연장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하마스는 당초 양측이 합의한 대로 이스라엘군이 완전히 철군하는 '2단계 휴전'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단됐던 휴전 협상은 10일 카타르 도하에서 재개될 예정이다. 최근 하마스와 인질 석방 문제를 두고 직접 협상해 온 미국 백악관 인질 특사 애덤 볼러는 언론 인터뷰에서 "하마스가 5~10년 장기 휴전을 제안했다"며 "미국인을 포함한 모든 인질 석방이 몇 주 내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장기 휴전이 "아주 가깝다"고 말하면서도 인질 석방과 하마스 무장 해제 등 여러 조건을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