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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권 시한 열흘…'상법 개정' 중심에 선 이복현

야당 주도 상법 개정안에 연일 발맞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연합뉴스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문턱을 넘은 상법 개정안의 재의요구권(거부권) 시한이 열흘도 남지 않은 가운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연일 거부권 반대 목소리를 냈다. 거부권 행사를 "직을 걸고서라도 반대하겠다"더니 경제단체에 공개토론을 제안하고 라디오까지 출연하며 논쟁의 중심을 자처한 것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전날 '주주가치 보호 관련 주요 입법례 등 참고사항'을 발표했다. 상법 개정안에 담긴 주주의 충실 의무가 미국 50개주 중 36개주에서 인정되고 있고 영국과 일본 등 주요 선진국 모두 주주이익 보호 의무를 인정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금감원은 이번 개정안이 회사법 근간을 훼손한다는 학계 지적에 대해 이사가 주주를 보호하고 주주 이익을 극대화할 의무를 지는 것이 회사 제도의 기본 전제라며 반박했다. 구체적 수단 없이 추상적이란 비판에는 가이드라인 등 세부 규정을 만들어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고 받아쳤다.

금감원이 이렇듯 예정에 없던 자료를 내고 상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의견에 조목조목 반박한 것은, 앞서 이 원장이 한국경제인협회에 제안한 공개토론이 성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MBC 유튜브 캡처MBC 유튜브 캡처
특히 이 원장은 같은 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덕수-최상목 체제에서 주주가치 보호가 성립 안 되면 제갈공명이 와도 안 된다는 것이 해외 투자자 반응"이라며 "거부권을 행사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대한 정부 의지가 의심받을 것이다. 주식과 외환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원장은 지난해 초부터 이사의 충실 의무 범주를 회사에서 주주로 넓히는 상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한경협 등 재계 반발이 거세지자 정부는 지난해 말 상법이 아닌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내며 절충을 시도했지만 최근 민주당 주도로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 원장은 일단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을 정부가 거부할 명분도 실익도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19일 기자간담회에선 한경협에 토론을 제안하면서 '직을 걸고 붙어보자'며 "다른 분들은 무엇을 걸 것인가"라며 "일부에선 금감원이 의견을 내라 마라 하는데 그것 자체가 월권"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임기가 석 달도 채 남지 않은 이 원장이 이런 광폭 행보를 보이는 것을 두고 금융권에선 엇갈린 반응이 동시에 나온다. 금감원의 한 인사는 "이 원장의 신념이나 의지에 대해선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평가하면서도 "굳이 할 필요가 없는 말을 해 평판을 깎아 먹는 측면은 부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 소재 대학의 경영학과 교수는 "수위 높은 표현을 즐겨 사용해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면서 "상법이 아닌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하는 정부의 공식 입장과 금감원이 불협음을 내는 것으로 비춰질까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전날 월례 기자간담회에서 "주주 보호 필요성을 알지만 상법 개정 부작용은 우려된다. 자본시장법 개정을 우선으로 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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