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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조 美군함시장에 'K방산 기대감'…산업 공동화는 우려

50조 美군함시장에 'K방산 기대감'…산업 공동화는 우려

中함정 234척, 美는 219척…이미 역전

미국, 30년 간 매년 12척씩 함정 증강…MRO까지 합하면 거대 블루오션
美 조선업 쇠퇴로 한국 도움 절실…중국과 해군력 역전 위기감 고조
한화-현대, 美 조선소 인수 등 잰걸음…HJ중공업은 미국통 장군 영입
현지 인력난과 부실한 산업기반은 걸림돌…반도체 등에 이은 공동화도 부담

대만해협 통과하는 존 s 매케인함. 미국 7함대 홈페이지 캡처대만해협 통과하는 존 s 매케인함. 미국 7함대 홈페이지 캡처
미국이 향후 30년 간 군함 건조와 수리(MRO)에 연평균 약 50조원씩 투입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글로벌 강자인 우리 조선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은 최근 '2025년 해군 계획'을 통해 지난해 말 기준 보유 함정 296척을 2054년까지 381척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퇴역 함정을 감안하면 30년 간 364척(연평균 12척)을 도입하게 된다.
 
미국 의회 예산처는 이에 따른 예산을 연평균 약 300억 달러(42조원)로 추산했다. 연간 약 10조원의 MRO 예산까지 합하면 매년 50조원대의 큰 시장이 서는 것이다.
 
미국의 함정 증강은 중국 조선업과 해군력 급성장에 따른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중국 보유 함정은 234척으로 함정 수로는 미국(219척)을 이미 넘어섰고 앞으로 격차가 더 벌어질 전망이다.
 
미국은 그러나 조선업이 크게 쇠퇴함에 따라 동맹국의 도움이 절실하다. 세계 조선 수주 점유율(지난해 9월 누적 기준)은 중국(69.7%), 한국(17.5%), 일본(4.5%)이며 미국은 0.2%에 불과하다. 
 
생산성도 매우 떨어져 해외 발주가 훨씬 유리하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한국이 18개월 간 6억달러에 이지스 구축함 1척을 건조하는 반면 미국은 28개월에 16억달러가 소요된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윤석열 대통령과 첫 통화에서 한국 조선업을 언급하고, 그 이전 바이든 정부 때도 미국 해군성 장관이 방한한 것이 이런 사정을 잘 보여준다. 
 
이에 따라 블루오션을 향한 'K-방산'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6월 미국 필라델피아의 필리(Philly) 조선소를 1억 달러에 인수한데 이어 지난 18일에는 호주 방산기업 오스탈의 지분 9.9%를 1687억원에 매수했다. 
 
이는 모두 미국 군함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적 포석이다. 필리 조선소는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 높은 러스트벨트에 있고, 오스탈은 미국 앨라배마 등에서 이미 함정을 건조하고 있다.
 한화오션 제공한화오션 제공
한화오션은 또 최근 군수지원함 '월리 쉬라'의 정비작업을 완료하는 등 미 7함대의 MRO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상태다.
 
HD현대중공업 역시 미국 시장 진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HD현대는 지난달 말 미국 허드슨연구소와 대담에서 미국 조선소 인수 가능성을 시사했고, 단기적으로는 올해 2~3척의 MRO 수주를 목표로 세웠다. HD현대는 사실 한화오션보다 먼저 필리 조선소 인수를 검토하기도 했다. 
 
이밖에 HJ중공업이 최근 미국통인 전인범 전 특수전사령관을 사외이사로 선임한 것도 함정 MRO 사업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이미 개방된 MRO 시장에 비해 규모가 훨씬 큰 신규 함정 건조에는 아직 높은 진입장벽이 남아있다.
 
미군 함정을 외국에서 건조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적 제약(반스-톨레프슨 법)과 함께 인력난과 빈약한 산업기반이라는 경제적 난관이 존재한다.
 
업계 관계자는 "노후화된 시설이야 투자를 통해 해결 가능하지만, 러스트 벨트에선 사람 구하기도 힘들고 조선업에 필요한 산업 생태계도 갖춰져 있지 않은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만 미국은 지난달 마이크 리와 존 커티스 상원의원이 발의한 '해군 및 해안경비대 준비태세 보장법'을 통해 외국 건조 제한 조항을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미국을 위대하게'(MAGA) 기조에 따른 현지 투자 압력은 장기적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 
 
미국이 자국 제조업 부활을 위해 보조금이나 관세 등 다양한 방법으로 동맹‧우방국의 핵심 산업을 블랙홀처럼 끌어당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바이든 정부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을 통해 배터리와 반도체 등 우리 주력 산업을 일부 흡수한데 이어 최근에는 현대차그룹의 210억달러(31조원) 투자 약속을 받았다.
 
업계에선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우리 경제의 중추인 제조업의 기반 자체가 싱크홀처럼 공동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나마 조선업은 비교적 대체불가의 경쟁력을 갖고 있긴 하지만 한미관계 특수성을 감안하면 결코 방심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인사들이 우리 조선소 현장을 방문하면 훌륭하다고 칭찬하면서도 이런 것들을 미국에도 꼭 지어달라는 요구를 덧붙여 부담으로 느껴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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