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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지고 '산불 추경'? 재난·내수침체 속 추경은 언제쯤?

'벚꽃' 지고 '산불 추경'? 재난·내수침체 속 추경은 언제쯤?

정부 "정치권 가이드라인 있어야 추경 편성" 입장 고수하는데
'산불 추경' 공감대에도…예비비 등 놓고 설전 벌이는 與野
당장 추경 논의 서둘러도 尹 탄핵 이뤄지면 조기 대선에 속도 내기 쉽지 않을 판
"한국 경제, 정치적 상황 못 기다려…내수 활성화 추경만이라도 서둘러야" 지적

우원식 국회의장과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3월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우원식 국회의장과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3월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역대 최악의 산불 사태를 계기로 꽉 막혔던 정치권의 추가 경정 예산 편성 논의도 급물살을 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조기 대통령 선거가 치러질 경우 변수로 작용하겠지만, 시급한 현안을 고려해 추경 준비를 더욱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정부 부처 가운데 예산 편성 업무를 맡는 기획재정부는 추경안에 관한 책임을 정치권에 돌리고 있다. 여야가 추경 편성을 위한 범위와 시점 등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밑작업에 나설 수 있다는 논리다.

기재부 강영규 대변인은 지난 24일 "국정협의회를 통해 여야가 가이드라인을 주면 정부가 예산을 편성할 것"이라며 "그래야 혼선 없이 예산 배정이 가능하고, 국회를 통과하기에도 용이하다"고 밝힌 바 있다.

같은 날 한덕수 국무총리가 복귀해 대통령 권한대행이 됐지만, 정부 입장에 변화는 없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회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는 원칙은 아직 지켜지고 있다"며 "이제 여야정 논의에서 한덕수 총리가 대표를 맡겠지만, 정치권과 합의가 돼야 추경을 준비 절차를 시작할 수 있다는 의견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김상훈 정책위의장이 3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국민의힘 권영세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김상훈 정책위의장이 3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추경을 둘러싼 여야의 간극은 아직 좁혀지지 않고 있다. 12.3 내란 사태로 경기 심리가 바닥을 치며 내수가 얼어붙고,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장벽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경기 회복을 위한 추경 요구가 뜨겁지만, 민생회복지원금 도입 여부 등 구체적인 해법을 놓고 여야는 평행선만 달려왔다.

하지만 경북 지역에 불어닥친 대형 산불을 계기로 추경 편성에 비교적 소극적이던 여당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27일 추경 편성을 통해 재난 대응 예비비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이 올해 예산을 감액 통과시켰을 뿐, 증액분은 처리되지 않은 반쪽짜리 예산이기 때문에 산불 대응이 어렵다고 주장한다.

특히 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의 본예산 일방 강행처리로 인한 목적 예비비는 최초 정부안 2조 6천억 원에서 무려 1조 원 삭감된 1조 6천억 원에 불과하다"며 "그조차도 이 중 1조 3천억 원은 고교 무상 교육과 5세 무상 교육에 목적 예비비에 우선 배정해야 한다며 지출 용도를 예산 총칙에 특정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이 3월 25일 서울 광화문 천막당사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이 3월 25일 서울 광화문 천막당사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같은 날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이미 행정안전부에 재난대책비 3600억 원이 편성됐고, 산림청에도 산림 재해대책비 1천억 원이 편성돼 있다"며 "예산이 부족하면 목적 예비비 1조6000억원을 집행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계엄으로 경제와 민생도 어려운데 설상가상으로, 산불로 인한 인명 재산 피해도 점차 커지고 있다"면서 "책임이 있는 정부라면 먼저 나서서 추경안을 내놔야 할 것 아닌가"라며 '산불 추경'을 포함한 '민생 추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5년 정부예산안에서 예비비는 4조 8천억 원이었지만, 민주당이 이를 절반으로 삭감하면서 재난재해 등에 사용할 수 있는 목적 예비비도 정부안 2조 6천억 원에서 1조 6천억 원으로 삭감됐다.

이 때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 시 고교 무상교육 사업 소요경비를 추가한다'는 조항과 '2680억 9천만 원 규모의 만 5세 무상교육 추진을 위한 유아교육비 보육료 지원 사업 소요경비를 추가한다'는 조항이 덧붙여졌다. 즉 민주당은 당시로서는 불투명했던 법 개정이 이뤄져 정부 재정을 투입해야 할 때 끌어다 쓰도록 조치해둔 것이다.

하지만 지난 1월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고교 무상교육 비용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시도교육청이 나눠내도록 한 관련 법 개정안에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재의권을 행사한 바 있다. 당시 여당도 국가 재정이 악화된다며 무상교육 재원은 교부금을 통해 추진하라고 주장해왔다.

그간 법 개정을 반대하던 여당이 이제는 법 개정과 야당의 부대의견을 기정사실화하면서까지 야당 때문에 예비비가 부족하다고 주장하는 꼴이다.

예비비 논란에 대해 한 정부 관계자는 "산불 사태가 현재 진행중이어서 아직 정확한 피해 규모도, 보상 수준도 확언할 수 없기 때문에 예비비가 부족한지, 넉넉한지 아직 알 수 없다"며 "보상 방법에 관한 법 규정은 어차피 정해져 있으니 일단 이미 편성된 예산을 최대한 활용해 시급한 부분부터 차근차근 해결하면 되지 않겠냐"고 꼬집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월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1회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월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1회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결국 관건은 추경의 '규모'보다도 '시점'이다. 전례에 비춰볼 때 정부가 추경안을 편성하려면 관계 부처의 의견을 취합하느라 통상 2~3주 가량, 이후 추경안을 구회에 제출해 심의·의결받아 실제 집행할 때까지는 2~3개월 걸릴 전망이다.

하지만 여야의 대립 속에 최 부총리가 '여야 합의'를 전제조건으로 내걸며 허송세월하는 바람에 '벚꽃 추경'이 물 건너간 만큼, 이제는 여야가 마주 앉더라도 추경 편성에 속도를 내기도 쉽지 않다. 심각한 정치적 불확실성이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만약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돼 조기 대선 국면에 돌입하면 여야가 추경 예산안을 제대로 검토할 여유가 없다. 행정부 공무원들 역시 이 시점에 굳이 추경안을 서둘러 마련하느니, 내심 새로운 정부가 제시할 정책 방향에 발맞춰 추경안을 '선물'로 안겨주는 편을 선호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정치적 상황을 기다려줄 만큼 한국 경제가 한가한 상황이 아니라는 데 있다.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우석진 교수는 "지난 1월에 추경을 추진해야 했는데, 좋은 시기를 다 놓쳐서 국민들이 어려운 시기를 지나는데다 산불까지 일어났다"며 "지금은 아무리 서둘러도 4월 말~5월 초에 추경이 이뤄지는데, 대선 시점이면 정치적 논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물론 대선 시기에 민심을 얻기 위해 여야가 경쟁적으로 추경 규모를 늘리려 할 수도 있지만, 그만큼 국회를 통과하기도 어려울 것"이라며 "추경은 속도가 핵심이고 지금 경제상황은 도저히 대선 이후까지 기다릴 수 없는 처지인데 정부도 정치권도 너무 상황을 안이하게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내수 부진이 가장 심각한 문제인데, 투자는 환율과 겹쳐 쉽게 움직일 수 없다"며 "12.3 계엄 이후 내수가 더 나빠진 점을 감안해 민생, 특히 자영업자를 돕고 소비를 활성화할 방안부터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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