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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값 폭등으로 비상 걸린 일본·필리핀, 남의 일 아니다[기후로운 경제생활]

쌀값 폭등으로 비상 걸린 일본·필리핀, 남의 일 아니다[기후로운 경제생활]

편집자 주

'기후로운 경제생활'은 CBS가 국내 최초로 '기후'와 '경제'를 접목한 경제 유튜브 프로그램입니다. 한국의 대표 기후경제학자 서울대 환경대학원 홍종호 교수와 함께합니다. CBS 경제 전문 유튜브 채널 '경제연구실'에 매주 월/화/수 오후 9시 업로드됩니다. 아래 녹취는 일부 내용으로, 전체 내용은 '경제연구실' 채널에서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방송 : 유튜브 CBS 경제연구실 '기후로운 경제생활'
■ 진행 :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 대담 : 남재작 한국정밀농업연구소장

쌀값 2배 폭등한 일본, 식량안보 비상사태 선언한 필리핀
필리핀은 기후변화 때문, 일본 요인은 비축 방식 문제 얽혀
지금은 과잉 공급이 문제지만…한국도 10년 내 정반대 위기 올 수 있어
고령화 진행될수록 쌀 소비량 더 빨리 감소, 60대 이상 소비 급감
고령농 68%인 한국, 장기적 농업 시장 디자인 절실



◆ 홍종호> 옆 나라 일본에서 쌀값이 2배까지 오르고 필리핀에선 쌀이 없어서 식량 안보 비상사태가 선포됐습니다. 기후변화가 벼 재배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기 때문인데요. 쌀이 위기라는 소식, 밥심으로 사는 한국인으로선 더욱 비상사태로 느껴집니다. 오늘 쌀에 집중해서 이야기 나눠보려고 합니다. 기후와 농업 관련 전문가이자 <식량위기 대한민국>의 저자이기도 하십니다. 남재작 한국정밀농업연구소장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 남재작> 네 안녕하세요.

◆ 홍종호> 정밀농업연구소에 대한 궁금증도 생기는데요. 언제부터 소장님은 기후와 식량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셨는지, 자기소개 좀 해주시죠.

◇ 남재작> 저는 농촌진흥청에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했고요. 농촌진흥청에 있을 때가 2000년대 초반이죠. 그때 우연히 기후변화 업무를 맡았습니다. 우리나라 기후변화 대응의 초반이었죠. 그때 기후변화 협상장에 농업 분야 대표단으로 몇 번 따라다니면서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서 처음으로 관심을 가지게 됐고 그게 인연이 되어 기후변화와 관련된 일을 계속해 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 홍종호> 네. 그렇군요. 농업 관련 현안이 하나 있어서 여쭤보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양곡관리법. 더불어민주당이 다시 최근에 발의를 준비한다는 얘기도 들리고요. 작년에 첨예한 갈등 끝에 법안 거부권 행사도 있었고 이런 일들이 계속 있었어요. 양곡법 논쟁에 대해서 소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간단히 말씀해 주세요.

◇ 남재작> 농업계에서는 너무 예민한 질문이라서요. 원론적인 답변을 드리면 정부가 잘하는 일은 뭐냐면요. 정부는 뭐가 부족할 때 재정을 투입해서 아니면 보조금을 줘서 생산량을 늘리는 데는 아주 유능하잖아요. 근데 뭐가 남을 때는 사실 방법이 없거든요.

농업 분야에서는 쌀 농사를 짓는 분들이 거의 40만 농가가 넘어가거든요. 숫자가 너무 많다 보니 시장 기능에 맡겨 놓을 수 없으니까 그러면 가격을 안정시키자고 나오는 거죠. 정부가 이걸 법에다가 넣어서 의무적으로 하게 하자는 게 양곡관리법의 취지인데요. 사실 지금도 이미 정부는 그렇게 하고 있거든요. 시장 격리제를 통해서요. 법에 명시적인 문구가 없으니까 그걸 넣자는 거죠.

◆ 홍종호> 장점 하나와 단점 하나만 얘기해 주시겠어요?

◇ 남재작> 장점은, 농민들 입장에서 이걸 넣자고 하는 이유, 장점은 뭐냐면 쌀값이 어느 정도까지 안정되겠다는 걸 확신할 수 있는 거죠. 그러니까 농민들 입장에서 안정적인 생산을 할 수 있다. 그리고 농가 소득에 대한 기대 소득도 가질 수가 있잖아요. 단점은 뭐냐면 똑같은 이유 때문인데요. 농민들이 기대 소득을 가질 수가 있잖아요. 그러니까 생산을 줄일 이유가 없어지는 거죠. 그래서 첨예하게 농업계와 정부나 정치권에서 부딪힐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어느 쪽을 얘기하더라도 농업계에 있는 사람은 욕을 먹게 되어 있습니다.

◆ 홍종호> 농민들로서는 생산을 줄일 필요가 없다. 이 얘기가 결국 그것이 우리나라의 궁극적인 쌀 생산의 방향, 농정의 방향에 있어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보시는 건가요?

◇ 남재작> 그렇죠. 이 법의 쟁점이라는 게 사실 벼농사가 가지고 있는 수십 년 간의 모든 문제가 여기에 다 있거든요. 이걸 가지고 찬성하냐 반대하느냐로 심플하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거죠. 일본 문제를 오늘 다룰 거 아니에요? 그런데 일본 정책도 보면요. 일본은 어떻게 해 왔냐 하면 68년쯤에 이미 쌀이 과잉되기 시작했거든요.

◆ 홍종호> 그렇군요.

CBS 경제연구실 유튜브 캡처  CBS 경제연구실 유튜브 캡처
◇ 남재작> 네. 일본은 그 당시에 68년, 70년까지 몇백만 톤, 400만 톤, 500만 톤이 재고가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 홍종호> 나라에서 사서 비축해 놓고 그랬나요?

◇ 남재작> 그렇죠. 그게 남아 있는 거죠. 옛날에는 일본이나 한국이나 다 쌀이 부족했잖아요. 일본은 이미 70년대부터 쌀이 과잉되기 시작하니까 생산량을, 면적을 줄여서 수요와 공급을 맞추는 노력을 하는 거죠. 이렇게 상상해 보시면 되는데요. 예를 들어 정확하게 우리가 목표하는 숫자를 딱 맞춰서 하잖아요. 근데 문제가 기후가 안정적일 때는 생산량과 수요를 우리가 대충 예측해서 맞출 수 있잖아요. 요즘 들어와서는 기후가 변동성이 심해지니까 맞추기가 점점 어려워질 거 아닙니까.

◆ 홍종호> 예측 가능성이 자꾸만 떨어지는군요.

◇ 남재작> 그렇죠. 그러니까 예측을 통해서 맞추는 게 어렵고 이게 일본에 지금 나타나고 있는 문제 중에 하나죠. 그래서 수급 관리가 다 어려워지는 겁니다. 100이라는 숫자가 딱 나와서 수요와 공급이 딱딱 맞아주면요. 101, 102 정도만 생산되면 정부가 비축하면서 안정적으로 갈 수가 있잖아요. 근데 갑자기 95나 90이 생산되거나 105나 110이 생산되면 가격은 5% 정도 움직이는 게 아니고 20%, 30%가 확확 움직이게 되거든요. 이러니까 모든 게 다 문제가 생겨버린 거죠. 그래서 일본도 가격을 계속 낮추면서 감소시켜 오는 겁니다.

그런데 최근에 와서는 한계에 부딪혔다고 판단하니까 결론적으로 모든 나라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냐면 핵심 품목들은 수출을 5% 정도 하게 만드는 거죠. 그러면 5% 정도 부족해지더라도 수출량을 조절해서 어느 정도 할 수가 있잖아요. 과잉인 건 수출량을 좀 더 늘리면서 할 수가 있고요. 이게 일본이 2000년대부터 해오고 있는 방법입니다.

근데 우리나라는 아직 이 수요와 공급을 맞추는, 줄여가는 정책을 사실은 이전 정부, 한 10년, 20년 전에 이미 했었어야 하죠. 그런 결정을 다 미뤄둔 게 오늘 우리가 보고 있는 우리나라의 쌀 문제입니다.

◆ 홍종호> 그래서 이렇게 법안 관련해서 쟁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 되고 있군요.

◇ 남재작> 근본적으로 해결하기가 힘들죠.

쌀값 2배 폭등한 일본, 한국도 10년 내 위기 직면할 수 있다


◆ 홍종호> 네. 일본 얘기를 하셨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 질문을 드리고 싶은데요. 지금 쌀을 주산으로 하는 나라들에서 쌀 대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일본 쌀값이 2배 폭등하고 필리핀에서 비상 대응하고. 원인이 뭡니까?

◇ 남재작> 일본하고 필리핀이 완전히 사례가 다르거든요. 일본은 분명 기후변화가 영향을 크게 미쳤어요. 하지만 이 원인 하나가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그러니까 일본 쌀 부족 문제는 뚜렷한 하나의 원인이 있는 게 아니고 너무 다양한 원인이 겹쳐서 일어나고 있거든요.

◆ 홍종호> 아까 초기에 일본은 너무 쌀 생산량이 많아서 문제였다는 얘기를 하셨는데 지금은 또 공급이 부족해서 가격이 폭등하는 상황이 됐네요.

◇ 남재작> 그렇죠. 그게 일본이 원하는 수요를 맞추려고 노력했는데 약간의 변동성만 있으면 문제가 생기잖아요. 그러니까 국가마다 그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해 비축이라는 제도를 활용하고 있거든요. 우리나라 비축제도가 일본과 비슷해요. 사실 우리나라 농업 정책은 일본의 시행착오를 보면서 많이 반영하고 있잖아요. 그 비슷한 비축제도를 가지고 있었는데 일본 같은 경우 2011년도에 비축제도를 좀 바꿨거든요.

우리나라는 현재 2년 회전비축이라는 걸 하고 있습니다. 2개월 수요를 비축했다가 다음에 만약 문제가 생기면 비축한 2개월 수요가 부족한 걸 메꾸는 거죠. 그런데 이 제도의 문제점은 뭐냐면 만약에 쌀이 계속 과잉 생산되면요. 현재는 35만 톤, 40만 톤 정도가 우리나라 적정 비축량이라고 하는데 지금은 쌀값이 계속 하락하니까 정부가 시장 격리라는 걸 하잖아요. 이 비축량이 늘어나는 거죠. 50만 톤이 넘어갑니다.

그럼 2년 비축을 하게 되면 100만 톤이 쌓일 거잖아요. 그럼 다음에 50만 톤을 내보내야 하잖아요. 그래야 다시 50만 톤이 들어올 거지 않습니까? 그러면 이 내보낼 걸 못 내보내는 거죠. 국내 시장에 들어오면 가격을 또 떨어뜨리니까요. 그럼 이걸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결국은 이제 소먹이로 쓰거나 수출하거나 원조를 주거나 해야 합니다. 이게 회전비축제의 문제고요.

그런데 만약에 일본이 우리나라가 하고 있는 회전비축제를 하면 일본은 생산량이 줄어들었잖아요. 그럴 때는 유리하죠. 1년 묵은 쌀이 밖으로 나오니까 품질은 큰 차이가 나지 않거든요. 근데 일본은 회전비축제가 아닙니다. 선반비축제라는 걸로 바꿨습니다.

◆ 홍종호> 선반비축제.

CBS 경제연구실 유튜브 캡처  CBS 경제연구실 유튜브 캡처
◇ 남재작> 2011년도에 바꿨어요. 어떤 제도냐면 20만 톤씩 5년을 비축합니다. 그럼 6년 차가 되면 비축된 건 5년 됐으니까 먹을 수는 없잖아요. 이걸 그러면 소 먹이로 쓰거나 하면서 그냥 방출해 버리는 거죠. 일본이 왜 100만 톤을 비축하느냐 하면 일본에서는 10년 정도에 한 번의 기상 위기가 있을 수 있잖아요. 그 위기에 대응해서 쌀 생산량 감소에 대응할 수 있는 물량을 100만 톤으로 보고 5년 비축을 하는 거죠. 그러니까 일본은 한 번 비축된 건 시장에 다시 나올 일이 큰 충격이 있지 않는다면 없는 거죠.

◆ 홍종호> 말씀 들어보면 지금 2년이냐 5년이냐의 차이인 것 같은데 선반비축? 뜻이 뭐죠?

◇ 남재작> 용어는 중요한 게 아니고요. 일본에서 쓰는 용어인데요. 선반에 쌓아놓고 나오지 않는다는 뜻이에요.

◆ 홍종호> 근데 좀 길게 쌓아놓는다.

◇ 남재작> 네. 길게 쌓아놓고 비상시에만 나오지, 일반적인 가격 변동 상황에는 나오지 않는다. 근데 올해 갑자기 일본이 쌀이 부족해졌잖아요.

◆ 홍종호> 그런 제도를 쓰고 있는데 지금 갑자기 가격이 폭등했다.

◇ 남재작> 그래서 기후변화처럼 큰 충격이 오고 생산이 크게 줄어들면 아주 부족한 상황이 있잖아요. 일본에서는 이런 상황을 쌀 소동이라고 부르는데 일본 천황의 연호를 따서 레이와 쌀 소동이라고 부르거든요. 일본에서 그 전에 쌀 소동이라고 부르는 게 언제 있었냐면 1993년도에 있었습니다. 그때 냉해가 심하게 왔거든요. 그때 필리핀에서  화산이 터져서 우리가 2도 정도가 낮았습니다. 그때 쌀이 굉장히 부족해지면서 중국, 태국, 베트남에서 쌀 수입을 많이 했어요. 그때 한 번 충격을 받고 나서 제도를 바꾼 겁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문제가 있는 거죠.

CBS 경제연구실 유튜브 캡처  CBS 경제연구실 유튜브 캡처
◆ 홍종호> 일본은 쌀 소비 행태는 어떻습니까? 한국은 자꾸만 1인당 쌀 소비량이 준다고 하잖아요.

◇ 남재작> 일본도 줄고 있는 건 똑같고요. 일본도 고령화되고 있고 인구가 줄고 있잖아요. 그런데 개인당 쌀 소비량도 줄고 있다 보니까.

◆ 홍종호> 즉 청년층, 젊은 사람들의 입맛이 바뀌고 있는 거군요.

◇ 남재작> 네 그렇죠. 우리나라는 지금 1인당 쌀 소비량이 56kg쯤 되는데 일본은 50kg이 조금 넘어가거든요.

◆ 홍종호> 아, 우리보다 오히려 더 낮군요.

◇ 남재작> 예 더 낮고요. 또 우리나라도 쌀 소비량이 계속 줄 거라고 예상할 수밖에 없는 게요. 일본 같은 경우는 고령화가 굉장히 심하잖아요. 우리나라도 일본을 따라가고 있고요. 그런데 일본의 쌀 소비량이 가장 빠르게 줄어드는 연령대가 고령층입니다. 일본 통계에서 보여줍니다. 50대에서 60대가 되는 구간에서 쌀 소비량이 가장 많이 줄어듭니다.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고령화가 되면서 쌀 소비량이 더 빨리 줄어들 거라는 거죠.

◆ 홍종호> 노년층이 늘어나면서 왜 쌀 소비량이 주나요? 이분들이 다른 음식을 선호하십니까?

◇ 남재작> 먹는 양 자체가 줄어드니까요. 양 자체가 줄어들면 쌀을 유지하기보다는 단백질을 유지하는 게 건강에 좋을 거잖아요. 그리고 우리나라 쌀 소비량이 어떻게 될 건지가 미래 정책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데요.

CBS 경제연구실 유튜브 캡처  CBS 경제연구실 유튜브 캡처
◆ 홍종호> 일본이 딱 우리의 반면교사가 되는 거군요.

◇ 남재작> 그렇죠. 앞에 양곡관리법 문제 말씀드렸지만 이게 단기적인 문제로 끝날 문제면 계속 가도 되거든요. 근데 만약에 쌀 소비량이 앞으로도 일본 사례처럼 계속 줄어들게 되고 우리나라 쌀 생산량은 계속 유지가 되면 감당이 안 되는 거죠. 지금처럼 가는 정책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은 거죠.

◆ 홍종호> 저희 방송에서 일본의 고급쌀인 고시히카리 공급량이 확 줄어든 게 기후변화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어요. 병충에도 약하지만 기후에 굉장히 예민하고 민감한 특징을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겁니까? 우리 쌀이나 일본 쌀이나? 다른 작물보다 훨씬 더 심합니까?

◇ 남재작> 기후변화로 인해 평균적으로 기온이 1-2도 올라갈 수 있잖아요? 벼농사가 타격을 크게 받는 건 아니거든요. 왜냐하면 아열대 작물이잖아요. 우리나라는 온대성 기후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온도에 대한 진폭은 견딜 수 있는 거죠. 근데 문제는 생물 계절이라고, 꽃이 피는 시기, 가을에 벼 알이 영그는 시기가 있어요. 이때 밤 기온이 너무 높으면 쌀알이 맺히는 데 문제가 생기거든요.

작년 같은 경우 슈퍼 엘니뇨의 영향을 받아서 9월달 쌀알이 맺히는 시기에 밤 기온이 너무 높았던 겁니다. 기억하시겠지만 열대야가 왔었잖아요. 밤 기온이 22도 이상 올라가게 되면 쌀알이 잘 안 맺히는 문제가 생깁니다.

1993년도 일본에서 쌀 소동이 있기 전까지는 쌀이 갑자기 줄어드는 건 대개 냉해 때문이었습니다. 우리나라가 1980년도에 냉해 때문에 쌀 생산량이 크게 줄었잖아요. 일본과 한국이 94년도에 많이 줄었는데, 마찬가지로 냉해 때문에 줄었습니다. 그때 벼 품종을 개발하는 사람들은 냉해의 충격을 막기 위해 내랭성 품종 위주로 많이 심었습니다. 그게 지금까지 왔고요.

품종이 갑자기 바뀌지는 않잖아요, 브랜드라는 게 있으니까. 근데 지금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기온이 조금 더 높지 않습니까? 갑자기 일본의 기온이 좀 더 높아진 거죠. 쌀 생산량 전체로 보면 일본이 크게 줄었다고 하기는 어려운데, 알이 맺히는 게 줄어들었어요. 농업을 설명하려면 이렇게 기술적으로 디테일한 부분들을 설명해야 됩니다.

◆ 홍종호> 기온이 오른 것도 문제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극한 기상 현상, 이상 기상 등이 빈번하게 발생하는데 쌀 수확량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시기에 다른 기상 현상이 나타나면 쌀 수확량이 급감할 수 있다, 이렇게 정리해 볼 수 있겠네요.

◇ 남재작> 그렇죠. 일본에서 기후변화가 영향을 미쳤다고는 하는데 뚜렷하게 말 못하는 이유가 통계상으로 생산량 자체가 줄어든 건 잘 안 보이거든요. 체질미라고, 쌀알이 일정 이상으로 큰 것만 밥쌀로 쓰이고요. 품질이 저하됐다는 의미입니다. 전체 생산량은 줄지 않았는데 체질미가 줄어들고 알이 작은 쌀은 더 작아지니까 가공용으로도 못 쓰고 폐기처분되는 거죠.

◆ 홍종호> 왜 안 먹나요? 맛이 없나요?

◇ 남재작> 가공하기 힘들어지는 겁니다. 가공용으로 2-30만 톤 정도 쓰이는데, 가공업자들은 가공용 쌀이 안 나오니까 이런 쌀을 또 사 와야 되는 거죠. 이런 몇 가지 문제들이 겹쳐서 일본에서 정부도 예측 못하는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는 겁니다.


◆ 홍종호> 일본의 쌀 농사를 보면 한국의 미래라는 얘기도 하셨어요. 일본에서 작년에 벌어진 쌀값 급등 문제가 한국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고 예측하십니까?

◇ 남재작> 단기적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는 과잉이 문제잖아요. 과잉이 문제이기 때문에 기상 재해가 오더라도 큰 영향을 미치는 수준은 아닌 거죠.

◆ 홍종호> 회전 비축량도 있고.

◇ 남재작> 재고량도 이미 100만 톤이나 있고. 이 문제는 아닌데 장기적으로는 어떤 문제가 있을지 고민이죠. 장기적으로 농사를 짓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고 고령화가 되고. 비용의 문제도 있거든요. 정부 수매가 기준으로 작년에 킬로그램당 2350원쯤 했었거든요. 370-380만 톤이 생산되면 쌀 전체 생산액이 8조에서 9조 정도 됩니다.

우리가 쌀 50만 톤을 비축하는데 똑같은 가격을 적용하면 1조 3-4천억이 들어가고, 그걸 저장하는 데 또 5-6천억이 들어갑니다. 그럼 2조 원 정도가 들어가는 거예요, 8-9조 원 생산되는 산물에. 예를 들면 내가 8 90만 원 소득이 있는데 20만 원을 보험료로 내고 있는 거예요, 미래를 대비해 가지고.

그러면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이라는 것에도 문제가 생기지 않습니까? 농업 기후변화 문제가 쌀 생산뿐만 아니라 고령화 등 여러 문제가 있는데. 기후가 변화되면 농경지 수리 시설이나 인프라에 투자를 해야 되는데, 이런 데에 투자할 자본이 계속 없어지는 거죠. 그러니까 장기적으로는 농업에 큰 문제를 일으킬 거다, 불과 10년 20년 내에 일어날 문제라고 예상하고 있는 거죠.

◆ 홍종호> 알겠습니다. 필리핀 얘기도 해 보겠습니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나라인데 식량 안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고 합니다. 이 원인은 어떻게 보세요?

CBS 경제연구실 유튜브 캡처  CBS 경제연구실 유튜브 캡처
◇ 남재작> 필리핀은 원인이 명확하거든요. 필리핀은 확실히 작년 기후변화 영향 때문이었습니다. 필리핀도 시간이 지나면서 농업 생산성이 조금 늘어났었거든요. 1950년도에는 260만 톤 정도밖에 생산 못했는데, 2020년쯤 1200만 톤까지 생산을 했거든요. 쌀 생산이 굉장히 늘어났잖아요, 그런데 필리핀은 인구도 많이 늘어났거든요. 1950년대에 한국과 비슷하게 2천만 명이 안 됐었는데 지금은 1억 2천만 명까지 늘어났습니다. 필리핀 같은 경우는 구조적으로 쌀이 부족한 상황이고요.

◆ 홍종호> 비상사태 선언 이전에도 수입국이었죠? 전 세계 최대 쌀 수입국이라는 얘기를 들었어요.

◇ 남재작> 맞습니다. 470만 톤을 수입하는 최대 쌀 수입국이었고. 필리핀은 슈퍼 엘니뇨 영향으로 쌀 생산량이 줄어들었고, 쌀값이 오를 거잖아요. 근데 필리핀 정부에서는 쌀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필리핀에서는 국민 소득이 낮다 보니까 엥겔 계수, 가처분소득의 40% 정도를 식비로 쓰고 있거든요. 쌀값이 20-30% 오른다는 건 이게 가처분소득의 60~70%까지 늘어난다는 얘기고 서민 생활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게 되거든요. 그러니까 필리핀은 마진이 굉장히 작았죠. 가격을 완충할 수 있는 마진이 작았고.

그리고 가격 통제를 했는데 국내 쌀 가격이 수입산 쌀 가격보다 더 싸졌거든요. 대개 외국산 쌀을 수입하면 물가가 낮아져야 되는데 거꾸로 외국산 쌀을 수입하면서 물가가 올라가는 문제가 생기니까 구조적으로 완전히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에 빠져버린 거죠. 필리핀은 앞으로도 어떻게 될지 보면 이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다. 이런 문제는 10년, 20년 전부터 시장을 디자인 했어야 하는 문제인데 지금 닥친 문제잖아요.

CBS 경제연구실 유튜브 캡처  CBS 경제연구실 유튜브 캡처
◆ 홍종호> 필리핀은 인구 증가에 따른 쌀 소비량 증가에 맞춰서 농경지 면적도 증가하고 쌀 생산량도 증가했는데, 도저히 그것으로 감당이 안 되는 수준으로 가고 있다는 거죠. 소비는 계속 유지되거나 증가하고 있는데 국내적인 공급은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 농경지 면적의 증가 한계도 있나요?

◇ 남재작> 그렇죠. 쌀 생산성이 우리나라는 대개 10아르에 523kg 정도고 대부분의 쌀 생산국은 500kg가 다 넘어갑니다. 필리핀 같은 경우는 410kg 정도가 나와요.

◆ 홍종호> 그건 왜 그렇죠?

◇ 남재작> 생산성이 떨어지는 거죠. 20% 정도.

◆ 홍종호> 토지의 생산성이 낮은 겁니까? 아니면 품종 자체가 그런 겁니까?

◇ 남재작> 기후나 토양 영향도 있고요. 결정적으로 필리핀은 1950~60년대에 1인당 농가당 경지 면적이 3.6헥타르 쯤 됐었습니다. 그 당시에 우리나라는 0.1헥타르도 안 될 때였잖아요?

◆ 홍종호> 굉장히 넓네요.

◇ 남재작> 근데 지금은 인구가 증가하면서 농가 숫자도 같이 증가했지 않습니까? 대개 선진국들은 농가 숫자가 줄어드는데 필리핀 농가 숫자가 늘어나서 지금 농가 숫자가 740만이 넘어갑니다. 농가당 경지 면적이 0.83헥타르로 줄어들었습니다. 영세 농인들이 굉장히 많아져 버린 거죠. 작은 농경지에 농가 숫자가 많고 농업 단위가 작으면, 농업의 기계화 등 농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한계가 존재하거든요. 필리핀은 농업 생산성 한계에 막혀버린 거죠.

◆ 홍종호> 필리핀은 국내적으로 쌀 생산량, 또는 생산성을 올리기 위한 국가적인 노력에 소홀하면서 수입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있었다는 지적도 있는데 그건 어떻게 보세요?

◇ 남재작> 팩트가 아니고요. 우리나라 농업계에서 필리핀 사례를 들며 쌀 수입하면 필리핀처럼 된다고, 90년대부터 이런 얘기를 들어온 지 30년이 넘었거든요. 그래서 팩트 체크를 해봤는데 1995년도 WTO 개방할 때 쌀 시장을 개방하지 않은 대표적인 세 나라가 있었거든요. 한국, 일본, 필리핀이었습니다

 쌀 시장을 개방한 연도를 보면, 일본이 1999년도에 쌀 시장을 제일 처음 개방했고요. 관세화를 하죠. 그다음에 우리나라가 2015년도에 했고요. 필리핀은 2019년도에 했었습니다. 쌀 시장을 가장 늦게 개방한 나라죠. 그런데 인구 증가 문제, 생산성 문제 때문에 필리핀은 쌀 수입을 할 수밖에 없었던 구조였고, 그런 구조 하에서는 쌀 생산성을 높여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던 거죠.

필리핀은 농업 문제를 장기적으로 봐서 잘 디자인하지 않으면 식량 위기가 생겨날 수밖에 없다는 교훈으로 삼아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CBS 경제연구실 유튜브 캡처  CBS 경제연구실 유튜브 캡처
◆ 홍종호> 일본 쌀 가격 폭등 문제, 필리핀 비상사태 선언 등 사례를 봤는데요.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쌀이 남아돈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어요. 소비량도 줄고 있다, 즉 소비 성향이 바뀌고 있다. 그런데 생산량을 거기에 맞춰 줄이면 농가에 타격이 크게 미치고. 방향성을 어떻게 잡아야 된다고 보십니까?

◇ 남재작> 단기적으로는 쌀값 안정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정부가 적극적으로 시장 개입, 시장 격리라고 하죠. 개입해서 안정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일본이 바뀐 게 뭐냐면, 10년 전부터 하고 있는 게 쌀 수출 전략이거든요. 일본 쌀값이 우리보다 더 비싸잖아요.

◆ 홍종호> 수출이 가능합니까? 미국 쌀이 얼마나 싼데.

◇ 남재작> 그러니까요. 다들 수출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일본이 작년에 쌀값이 많이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전에 3만 7천 톤을 수출했던 걸 작년에 4만 5천 톤으로 늘렸거든요.

◆ 홍종호> 수출 대상국이 어딥니까?

◇ 남재작> 주로 미국, 홍콩, 싱가포르입니다. 3개국이죠.

◆ 홍종호> 미국은 쌀 생산성이 엄청 높은 나라인데다가 땅도 넓고 기업농인데, 일본 쌀을 선호하는 소비자 군이 있는 모양이네요.

◇ 남재작> 그렇죠. 일본은 스시가 많이 나가면서, 스시용 쌀을 쓸 때 고시히카리, 히토메보레 품종들의 인기가 굉장히 좋은 거죠. 그리고 일본의 오니기리라고 하죠, 주먹밥 있잖아요. 우리나라의 삼각 김밥 같은 것들의 수요가 외국에서 굉장히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 홍종호> 쌀 상품 차별화 전략을 계속 추구하는군요.

◇ 남재작> 그래서 일본에서는 쌀 생산품과 쌀 수출량이 같이 늘어나는 거죠. 그리고 시장에 1kg에 600원짜리 천 원짜리 쌀도 있지만 2천 원, 3천 원, 만 원짜리 쌀도 존재하는 겁니다. 일본은 그 전략에 맞춰서 상품을 늘리는 거죠.

◆ 홍종호> 그럼 한국은요?

◇ 남재작> 한국도 근본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성을 유지하려면 결론적으로 수출을 늘려야 된다. 쌀 가공품, 쌀 위스키 같은 상품의 수출을 늘리는 정책으로 가야 되고.

◆ 홍종호> 막걸리는 어떻습니까?

◇ 남재작> 사실 생막걸리는 수출하기 상당히 어렵거든요. 지금까지 10여 년 동안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많지 않았고. 그래도 그 외 가공품들이 많이 있으니까요. 그걸 가능하게 만들어야 하고. 그런데 쌀 수출 농가 얘기를 들어보면, 우리나라가 어느 정도 규모화할 여력이 있는 곳이 많이 있거든요. 고령화가 되면서 농민들이 많이 빠져나가잖아요. 자꾸 농가 숫자를 늘려가려다 보면, 필리핀처럼 농가 규모가 계속 작아지잖아요. 그럼 스마트 농업 같은 기술 적용이 불가능해지는 거죠.

◆ 홍종호> 규모의 경제가 발생할 수 없죠.

◇ 남재작> 맞습니다. 10년 정도 미래를 예측해 보면 우리가 뭘 해야 될지 명확한 거죠. 현재 65세 이상인 고령 농가가 이미 68% 정도거든요. 이런 걸 우리가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논의들이 나오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과거의 관점에서 논의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홍종호> 소장님 최근에는 유튜브까지 하신다고 들었는데, 시작한 지 얼마나 되셨어요?

◇ 남재작> 본격적으로 올린 지는 한 달이 안 됐고요. 유튜브를 시작한 이유는, 농업 현장을 방문하면서 재미난 분들을 많이 만나거든요. 같이 알았으면 좋은 얘기가 있는데, 농업 분야에서 농사 관련된 유튜브는 많은데 농업 지식과 관련된 깊이 있는 얘기를 전하는 것은 없더라고요. 우리나라 국민들이 전반적으로 농사에 대해서는 잘 알지만 농업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생각하거든요. 농업 지식을 공유하는 채널을 만들고 싶어서 '농업지식채널 짓다'를 만들었습니다. 구독 부탁드리겠습니다.

◆ 홍종호> 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남재작 한국정밀농업연구소장과 이야기 나눴습니다. 고맙습니다.

◇ 남재작>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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