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환 기자·연합뉴스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8일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완규 법제처장을 지명하면서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처장은 12·3 비상계엄 이튿날 이른바 '삼청동 안가 회동'에 참석한 인물로 내란 사태 대응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받고 있다.
한 권한대행은 10일 후 임기가 종료되는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 후임에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명했다.
한 권한대행은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각각 검찰과 법원에서 요직을 거치며 긴 경력을 쌓으셨고, 공평하고 공정한 판단으로 법조계 안팎에 신망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자는 1961년생으로 인천 동산중학교와 송도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 법대(79학번)에 입학했다. 이후 사법시험에 합격, 사법연수원을 23기로 수료했다. 윤 전 대통령과 대학, 연수원 동기로 40년 지기 친구다.
그는 대검찰청 형사1과장, 남부지검 형사4부장, 청주지검 차장검사, 북부지검 차장검사 등을 역임하고 2017년 변호사로 개업했다. 2020년 11월 추미애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직무 배제 당한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소송 대리인을 맡았을 정도로 최측근 인사로 분류된다. 아울러 윤 전 대통령 장모 등 가족 사건 대리인을 맡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무사법행정분과 자문위원으로 활동했고, 윤석열 정부 첫 법제처장에 임명됐다.
이렇듯 윤 전 대통령 최측근 인사가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된 것을 두고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완규 법제처장. 연합뉴스특히 이 후보자는 비상계엄 선포 이튿날 서울 삼청동 대통령 안가(안전가옥)에서 박성재 법무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김주현 대통령실 민정수석비서관과 만찬 회동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된 인물이기도 하다. 회동을 두고 '2차 계엄', '내란 사태 대응' 목적이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었고,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월 이 처장을 포함한 회동 참석자 전원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내란 주요임무종사 혐의로 고발했다.
이 후보자는 내란 사태 이후 여권을 적극 옹호하기도 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미임명 사태에 대해선 "정당한 권한 행사"라고 두둔했다. 하지만 헌재는 최 권한대행의 미임명 행위에 대해 위헌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그는 안가 회동이 논란이 되자 휴대전화를 교체하는 등 증거인멸 논란도 받고 있다. 이 후보자는 국회에서 증거인멸 논란에 대해 "불필요한 오해를 받기 싫었다"며 "사용하기 불편한 점도 있고 이런저런 이유로 교체했다"고 주장했다.
야당은 이 후보자 지명 사실이 알려지자 "대통령 권한대행의 지명 자체가 위헌인데, 한 권한대행은 처음부터 끝까지 위헌만 행사하고 있다"며 "(이 법체처장을) 지명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직 내란의 불씨가 안 꺼졌다는 것을 증명한다"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 후보자와 함께 지명된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1992년 사법시험에 합격, 청주지법·수원지법·서울고법·전주지법·서울행정법원 등을 거쳤다. 그는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으로 기소된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의 항소심 재판장을 맡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