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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도 없이 불길 속으로…산 중턱 내몰린 '공무원 진화대'

교육도 없이 불길 속으로…산 중턱 내몰린 '공무원 진화대'

연합뉴스연합뉴스
기초적인 진화 교육도 받지 못한 채 산불 현장에 투입되는 공무원들이 늘고 있다. 안전장비 없이, 등짐펌프 하나로 산 중턱의 불길과 맞서야 하는 현실. 반복되는 대기와 투입, 형식적인 행정 속에 공무원들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

"사람만 밀어 넣었다"…보여주기식 행정의 민낯


지난달 경남 산청군 시천면 산불 현장. 창녕군 소속 산불진화대원과 함께 투입된 군청 8급 공무원 1명이 숨졌다. 해당 공무원은 소방 관련 교육을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는 일반 행정직이었다.

2022년 동해안 산불 진화에 투입됐던 산림과 공무원 A씨는 "출근하라더니 갑자기 산으로 보내더라"고 회상했다. 사전 교육 없이 배부된 등짐 펌프와 갈퀴만 들고 산 중턱에 배치됐다. 펌프 물은 10분도 안 돼 바닥났고, 산 중턱에서는 보급도 어려웠다. 결국 땅만 긁으며 버티다 소방대가 와서야 불을 잡았다.

A씨는 "어떻게 불을 꺼야 하는지도,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투입됐다. 그저 사람만 밀어넣은 느낌이었다"며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고 말했다. 경사진 곳에서 미끄러지는 사고도 빈번했고, 자신도 넘어져 팔에 화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그는 "당시 강릉 일대 공무직 인력은 필수인원을 빼고 전부 동원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실질적인 현장 지휘·통제 인력 양성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장비도 교육도 없이…"공무원 진화대, 우후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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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교육 부족에 그치지 않는다. 공무원들은 산불 진화에 필수적인 보호 장비조차 없이 현장에 투입된다. 지급되는 건 공사장용 플라스틱 안전모와 면장갑뿐. 진화복이나 전등조차 없는 경우도 있다.

신현훈 공공운수노조 산림청지회장은 "행정업무를 하던 공무원들에게 산불 진화작업을 맡기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며 "적절한 교육과 장비 없이 투입하는 건 생명을 걸라는 얘기와 같다"고 말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남지부는 지난달 23일 성명을 통해 "공무원은 큰 불길이 잡힌 뒤 잔불 정리 등에 투입하는 것이 상식"이라며 "위험한 재난 현장에 무방비로 보내는 현 제도를 전면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국공무원노조도 24일 "정부의 무책임한 동원 관행이 결국 소중한 생명을 앗아갔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지자체들은 여전히 '공무원 진화대'를 운영 중이다. 동대문구는 주민센터·구청 직원을 포함한 일반 공무원 진화대를 편성했고, 충북 옥천군은 공무원의 25%를 산불 예찰에 동원했다. 김천시는 150명 규모의 공무원 진화대를 재편성했고, 전남도, 대전시, 임실군 등도 유사한 체계를 운영 중이다.

신현훈 지회장은 "행정조직이 아니라 재난 대응 조직이 진화 업무를 맡아야 한다"며 "지금처럼 보여주기식 인력 동원으로는 또 다른 인명피해를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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