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100%가 넘는 징벌적 관세 부과에 반발한 중국이 미국에 84%의 추가관세를 매기자, 미국이 다시 중국에 125%의 관세를 때리는 등 미중 무역전쟁이 극단의 '치킨게임'으로 치닫고 있다.
10%로 시작한 관세가 '보복' 이어지며 125%까지 치솟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에 대해 중국이 추가로 '맞불 관세'를 발표하자 "중국에 대한 미국의 관세를 즉시 125%로 인상한다"고 자신의 SNS를 통해 밝혔다.
앞서, 중국은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상향을 전격 발표했다.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이날 공고를 통해 10일부터 모든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84%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세칙위원회는 지난 4일 미국산 수입품에 34%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를 84%로 상향 조정한 것으로 미국이 중국에 부과한 상호관세율 84%에 맞춘 수치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합성마약 펜타닐 유통 문제를 이유로 중국에 10%의 추가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하면서 양측은 매번 상대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을 올리며 맞대응에 나서고 있다.
미국이 먼저 10%의 추가관세를 부과하자 중국은 미국산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 원유와 농기계, 대배기량 자동차 등 일부 제품에 10%~15%의 추가관세를 부과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역시 펜타닐 문제를 들어 미국이 또 다시 10%의 추가관세를 부과했을 때도 중국은 미국산 닭고기·밀·옥수수·면화 등에 역시 최대 15%의 추가관세를 부과하며 대응 강도를 높였다.
여기다 지난 2일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34%의 상호관세를 매겨 기존에 부과한 '10%+10%' 추가관세까지 합쳐 모두 54%의 관세를 중국에 부과하자 중국도 이틀 뒤 미국에 34%의 추가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미국이 상호관세율을 다시 84% 높이고, 중국도 이에 맞춰 관세율을 84%로 상향, 이후 또 다시 미국이 관세율을 125%로 올리는 등 전형적인 치킨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이날 보고서에서 미중 무역전쟁으로 양국간 상품 교역이 최대 80%까지 감소할 수 있다면서 "전 세계 경제 전망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는 광범위한 함의가 있다"고 경고했다.
美 "존경심 부족…포위됐다" 中 "끝까지 싸운다…준비 마쳐"
연합뉴스미국은 이날 중국을 제외한 국가들에 대해서는 상호관세 부과를 90일 유예하기로 하면서 달래기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까지 "(관세) 유예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여왔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해 전세계 주식시장이 폭락하며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는데다, 동맹도 가리지 않은 무차별 관세 폭탄 투하에 국제여론이 악화되자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대신 전선을 중국으로 집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125%의 관세를 부과하며 "세계 시장에 중국이 보인 존경심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는데 중국을 본보기로 삼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도 이날 "모두가 협상 테이블로 오고 있고, 중국은 기본적으로 포위됐다"면서 "이번 관세 전쟁 확전으로 손해를 보는 것은 중국이 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이어 중국과 마찬가지로 미국에 25%의 보복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유럽연합(EU)에 대해서는 "EU가 미국 대신 중국과 더 가까워질 경우 그건 자기 목을 스스로 베는 것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중국도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린젠 외교부 대변인은 10일에도 "미국이 관세전쟁이나 무역전쟁을 고집한다면 중국은 끝까지 맞서 싸울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중국 경제를 총괄하는 리창 국무원 총리도 전날 경제계 인사들과 만나 외부 충격을 언급하면서 "우리는 다양한 불확실성 요소에 대응할 준비를 마쳤다"고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중국은 미국의 관세 부과에 맞서기 위한 공동전선 구축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미국에 보복하기로 한 EU의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과 오는 7월 정상회담을 갖는다.
시 주석은 또 최근 한 회의에서 "주변국 운명 공동체 구축에 집중하고, 주변국 업무의 새로운 국면을 열어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한국, 일본 등 주변국과의 관계 개선을 주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