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일어난 아시아나기 착륙 사고원인 규명이 진행되는 가운데 미국 당국은 조종사 조사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 데버라 허스먼 위원장은 8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 홀리데이인 호텔에서 열린 일일 브리핑에서 "조종사에 대한 조사를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조종사들이 어떻게 사고기를 조종했고, 어떻게 훈련받았고 어떤 비행 경험을 지녔는지를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조종사 과실 가능성을 크게 본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NTSB는 앞으로 사흘 정도 사고기를 조종한 이강국 기장과 이정민 부기장을 불러 조사를 벌인다는 계획이다.
NTSB는 전날 브리핑에서 밝힌대로 착륙 직전 사고기가 정상적인 속도보다 느리게 활주로로 접근하고 있었다고 다시 한번 확인했다.
조종사들은 충돌 82초 전에 고도 1천600피트(4천876m) 때 자동항법장치를 해제하고 수동 조종으로 전환했다.
충돌 16초 전 사고기의 속도는 시속 207.6㎞에 불과했다. 권장 속도 252.7㎞보다 한참 느렸다.
당시 엔진 출력은 50%에 그쳤으며 다시 출력을 높인 결과 충돌 당시 사고기의 속도는 시속 218㎞로 높아진 상태였다.
조종석 경보장치가 너무 낮은 속도 때문에 추력 상실을 경고하는 상황이었다.
NTSB는 동체 조사도 벌일 계획이다.
착륙 당시 잘려나간 사고기 꼬리 부분은 바닷물 속 바위틈에서 발견됐다. 허스먼 위원장은 "조사에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표현했다. 당국은 조만간 이를 인양해 정밀 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파도가 들어왔다가 밀려나는 해변에도 사고기 잔해가 흩어져 있다고 NTSB는 밝혔다.
조종사가 자동착륙장치를 썼는지 자동항법장치로 운항 중이었는지 아니면 수동 조종을 했는지도 조사 대상이다.
사고기는 자동 착륙이 가능하지만 사고 당시 자동 착륙 장치 가동 중이었는지는 아직 불명확하다.
이강국 기장이 보잉 777을 몰고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처음 착륙한 점을 감안하면 수동 착륙일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허스먼 위원장은 조종사 과실로 못박는데 대해서는 경계했다.
그는 "항공기 사고는 한가지 문제 때문에 일어나지 않는다"면서 "여러 가지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모든 가능성을 다 검토한다"고 말했다.
공항 구조와 확장 공사 등도 다 조사 대상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또 많은 언론에서 지적한 조종사의 적은 비행 경험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종사가 기종을 바꾸는 것은 흔한 일이며 전 세계 곳곳을 다니는 여객기 조종사는 처음 가보는 공항에 처음 착륙하는 일은 다반사"라고 설명했다.
비상 상황에서 기장과 부기장의 협조가 아주 중요한데 혹시나 해서 둘 간의 대화를 면밀하게 조사했지만 어떤 문제도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고 허스먼 위원장은 말했다.
한편 허스먼 위원장은 사망자 가운데 1명은 응급차에 치여 사망했을 가능성을 들었다면서 "공항 감시 카메라 녹화 테이프를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사망자는 잘려나간 꼬리 부분 근처 뒷좌석에 앉아 있어서 사고가 났을 때 아주 치명적인 부상을 당했을 것으로 짐작된다"며 사망 시점을 정확하게 확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언론들도 일제히 조종사 과실 가능성을 시사하는 분석 기사를 일제히 내놨다.
CNN은 "비디오와 자료를 살펴보니 조종사들의 부주의가 의심된다"는 전직 미국 연방 교통부 항공사고 조사관 메어리 시아보의 말을 보도했다.
시아보는 "너무 (고도가) 낮았고 (속도가) 느렸다. 그게 문제"라고 말했다.
AP는 "10시간의 비행이 마무리할 때쯤이면 조종사의 피로가 적지 않다"는 델타 항공 전직 조종사 케빈 히아트의 말을 전하면서 NTSB 역시 조종사들이 얼마나 충분한 휴식을 취했는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