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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일반

    韓하키 최초 외국인 코치의 일침

    • 2013-07-09 12:16

    독일 하키 대부 폴 리섹 코치

    올해부터 한국 하키 남자 대표팀 코치로 합류한 독일 하키 대부 폴 리섹 코치.(조호바루(말레이시아)=임종률 기자)

     

    지난달 말부터 9일 동안 국제하키연맹(FIH) 월드리그 남자부 3라운드 열전이 펼쳐진 말레이시아 조호바루. 한국 대표팀 선수단 중에는 백발에 가까운 금발에 피부와 눈의 색이 다른 관계자가 눈에 띄었다.

    분명 나이 지긋한 백인 남성이지만 가슴에는 어엿하게 태극 마크가 박혀 있었다. 다름 아닌 남자 대표팀 폴 리섹 코치(65)다.

    리섹 코치는 지난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독일의 금메달을 이끈 명장이다. 지난 80년대 주니어 대표팀의 월드컵 우승도 3차례나 이끈 독일 하키의 대부다.

    그런 리섹 코치가 어떻게 태극전사의 일원이 됐을까. 월드리그 대회가 열린 조호바루 현지에서 벽안의 노코치를 만나 사연을 들어봤다.

    ▲90년대 맺은 인연 "돈보다 한국"

    리섹 코치와 한국의 인연은 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독일 대표팀 사령탑이던 리섹 코치는 국제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이 보여준 경기력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체격은 작지만 빠른 움직임에 끈끈한 조직력 등 유럽과는 다소 다른 스타일이 눈에 들어왔다. 리섹 코치는 "하키 지도자 생활 중 꼭 한번 한국을 지도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때 인연을 맺었던 인물이 바로 신석교 현 대표팀 감독(성남시청)이었다. 당시 대표팀 수비수던 신감독은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등 국제대회에서 리섹 코치와 친분을 이어갔다. 특히 세계 정상팀 사령탑인 리섹 코치의 지도력을 눈여겨봤고, 언젠가는 꼭 한국으로 초빙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신감독은 "내가 대표팀 감독이 되면 꼭 부르겠다고 말했고, 리섹 코치도 다른 나라와 계약하지 않고 기다렸다"고 말했다. 독일은 물론 호주와 말레이시아 등 풍부한 경험을 가진 리섹 코치는 여기저기서 서로 모셔가려는 특급 지도자다. 그러나 약속을 지켜 지난 1월 신감독이 사령탑을 맡은 뒤 곧바로 이메일을 보냈고, 리섹 코치의 전격 합류가 이뤄졌다.

    사실 넉넉하지 못한 대한하키협회 재정으로 리섹 코치는 다른 나라보다 낮은 대우로 한국에 왔다. 한 관계자는 "거의 절반 수준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럼에도 리섹 코치는 움직였다. 신감독은 "하키 인생의 마지막을 걸고 한국에 왔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위기의 韓하키 "가능성은 충분하다"

    한국 남자 하키는 지난 2000년 시드니올림픽 때 사상 첫 메달(은) 이후 소식이 없다. 아테네(8위)-베이징(6위)-런던(8위) 등 3개 대회 연속 4강에도 들지 못했다. 지난 1947년 협회가 생긴 이후 첫 외국인 코치를 선임한 것도 이같은 위기 의식에서다. 코칭스태프와 계약 기간을 처음으로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까지 4년으로 늘린 것도 차분하게 장기 플랜을 준비하라는 뜻에서다.

    그렇다면 외국인 노장 지도자의 눈에 비친 한국 하키의 현 주소는 어떨까. 일단 가능성은 충분하다. 리섹 코치는 "한국이 오랫동안 올림픽 메달이 없지만 브라질에서는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엇보다 선수들의 기본 자세가 돼 있다는 게 리섹 코치의 설명이다. 그는 "아직 오래 지도한 것은 아니지만 한국 선수들은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면서 "다른 나라 선수들은 제대로 듣지 않는 부분까지 집중해서 받아들이기 때문에 현재는 실수가 적지 않지만 발전할 여지는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일단 리섹 코치의 역할은 세계 하키의 흐름과 전술에 대한 부분이다. 선이 굵은 유럽의 패스 하키를 선수들에게 전수하는 것이다. 신감독은 "세계 최강 독일의 강점은 경기장 전체를 쓰면서 침투할 공간을 만드는 것"이라면서 "리섹 코치에게 원하는 것이 바로 폭넓은 시야에서 전개되는 전술이고 이제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강팀 이길 의지 없인 메달도 없다"

    그렇다면 노장이 본 한국 하키의 약점은 무엇일까. 뜻밖에도 리섹 코치는 선수들의 정신력과 체력을 지적했다. 개인기와 전술보다 상대적으로 한국의 강점으로 꼽혀온 부분이기 때문이다.

    리섹 코치는 "6일 독일과 4강전 때 한국 선수들은 0-1로 지다가 후반 동점을 만들 때까지는 좋았다"면서 "그런 이후 '여기까지 했으니 됐다'는 식의 생각으로 경기를 하는 것 같았다"고 꼬집었다. 또 "역전골을 내준 이후 쉽게 포기하더라"면서 "강팀이라도 끝까지 꺾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표팀은 독일전에서 전반 뒤지다 후반 25분 이남용(성남시청)의 골로 동점을 만들었다. 그러나 석연찮은 판정 속에 5분 뒤 역전골을 내줬고, 종료 직전 쐐기골까지 얻어맞았다. 라섹 코치는 "체력도 경기 막판까지 꾸준하게 유지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협회의 지원에 대한 당부도 에둘러 표현했다. 리섹 코치는 한국 하키의 도약에 대한 전제 조건으로 강팀과 대결 기회를 꼽았다. "독일과 호주, 네덜란드, 영국 등 강호들과 꾸준히 붙어봐야 경기력도 유지하고 이기는 방법을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은 전지훈련과 국제대회 참가 등 하키 본고장 유럽에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부딪쳐 봐야 하고, 호랑이를 잡으려면 굴로 직접 뛰어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려면 협회의 지원이 따라야 할 수밖에 없다.

    화려했던 지도자 생활의 방점을 찍을 나라로 한국을 꼽은 리섹 코치. 한국 하키의 부활과 함께 노코치의 꿈이 이뤄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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